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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냥이
- 작성일
- 2021.5.20
마지막 고래잡이
- 글쓴이
- 더그 복 클락 저
소소의책
전통과 현대화 사이를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라말레라 부족은 인도네시아의 어느 화산섬에서 살아가는 소부족으로 전통적으로 사냥으로 얻은 고래 고기를 주요한 양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래 사냥이 국제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라말레라 부족에게 고래 사냥은 식량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수렵행위입니다.
조상들이 남긴 많은 가르침을 수행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로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온 생활 방식입니다. 현대인이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듯 그들에게는 고래 사냥이 당연한 일상입니다.
아직까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대화의 물결은 조금씩 그들의 삶의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라말레라 부족의 전통 고래 사냥 방식은 아주 원시적이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양식의 나무배를 타고 잘 조직된 한정된 인원을 태우고 바다로 나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며 간혹 큰 고래를 만나면 다른 배들과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조상의 말씀이라는 전통을 따르다 보면 불합리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통에 어긋나는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전에는 배척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이 현대화된 다른 도시에서 삶을 이어갈 방법을 강구하면서 역으로 그것이 전통을 무너뜨리는 물결이 되기도 합니다.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과 뿌리칠 수 없는 현대 문명
마지막 고래잡이에서는 라말레라 부족에게 스며드는 현대화의 물결을 그들의 생활하는 모습에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현대문물은 한꺼번에 밀려들어오는 거센 파도가 아니라 가랑비처럼 서서히 젖어듭니다. 먹고 살기 위해 외곽으로 나가 구한 일자리, 멀리 떠났기에 가족들과 연락하기 위해 만든 전화, 더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한 보트 등으로 여러 날에 걸쳐 조금씩 그들의 생활 양식을 바꾸어 놓습니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낯선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노라면 전통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가, 전통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화라는 것이 이렇게나 느리고 별거 아닌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등 매 장면마다 의문을 갖게 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단시간에 전통을 없애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면 차라리 어떤 방식으로든 전통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라고 쉽게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때부터 묘사되는 고래 사냥과 일상의 구석구석에 남겨져 있는 전통의 흔적들이 손자의 필요에 의해 들여온 현대적인 물건들과 동시간에 한 공간에 있지만, 계속 양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의문이나 답을 확실하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전통을 완전히 배척하거나 지운 것은 분명 아닙니다. 다만 예전만큼 확실하고 절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의식하지도 못하게 지워져가고 있는 전통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없으면 안될 현대문명의 혜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요?
현대사회에서 태어나 현대상회를 살았지만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더 놀랍도록 발전된 문명을 누리고 있습니다. 현대화라고 하는 것은 어느 문명에나 진행 중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한 삶의 모습은 계속 바뀌어 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통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보존을 해야 할 것인가 또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 인 것 같습니다.
라말레라 부족은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고래가 보호종이 되면서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고래 사냥을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할 것이냐는 국제적인 이슈인만큼, 라말라레 부족은 이러한 흐름 또한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전통과 현대화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라말레라 부족의 일상을 통해 "현대화와 발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족의 문화를 소개하는 그 자체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 있습니다. 특히 고래 사냥을 하고 그 사냥감으로 마을이 생존해 나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한편의 모험담 같은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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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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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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