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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상)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3 (16)
쿠니토리



 



 





 



 



오래전 '도스또예프스키'라는 작가가 가진 위명에 이끌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읽었었는데, 솔직히 말해 기대했던 거장의 작품이라는 감명보다 '이게 왜 이렇게 유명한거지?'라는 의문만을 남긴 채 '도스또예프스키'와의 첫만남은 다소 실망스럽게 마무리됐다. 몇 년 전 다시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을 알아보고 싶단 욕심이 일고 '아는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내가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지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게 됐다. 오래전 읽었을 때처럼 낱알을 세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역시 어렵다는 생각과 대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를 절감하긴 어려웠다. 그후로 도스또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가난한 사람들>, <백야> 등의 소설을 접하면서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을 어느정도 충족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도스또예프스키에 대해 느끼지 못한다는 자조가 남았다. 



 



이렇듯 내게 도스또예프스키는 접근이 어려운 작가로 남아있지만 언제고 그의 작품에서 남들이 얻었으리라 생각되는 감동과 만족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 아닌 다른 작품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으로 <악령>을 읽게 됐다. 



 



'도스또예프스키'의  4대 장편소설(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악령, 죄와 벌, 백치)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악령>의 상권과 중권의 절반가량을 읽은 지금까지 느낀 바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보다는 읽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개연성이 보다 뛰어나 일반 독자로서 접하기가 편했으며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언행을 이해하기도 쉬웠다. <죽음의 집의 기록>에 나왔던 문장, "돈은 주조된 자유다."가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처럼 <악령>에도 함축적이고 철학적인 문장이 종종 등장해 생각을 환기시켰다. 



 



현재는 이 책에 <악령>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를 짐작하는 단계에 불과하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겠지만 주인공 니꼴라이 프세볼로도비치(니콜라, 스따브로긴)가 보여주는 기이한 행동과 깊이 관련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세기 러시아가 농노가 해방되고 전제정이 위협받고 사상적 과잉으로 사회불안이 심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니콜라를 비롯한 그의 주변사람들의 언행이 정통적이라 여겨지던 러시아 사회를 뒤흔들었기에 '악령'이라는 제목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악령>은 인물들의 제스쳐 묘사를 굉장히 잘해놨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여러군데서 접할 수 있는데 특히 <악령 상권>의 후반부에 사건의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긴장감을 고조시킨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커피를 들고 오는 하녀에게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하긴 커피는 나와 마브리키 니꼴라예비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거절했다. 스쩨빤 뜨로피모비치는 찻잔을 들었다가 다시 탁자에 내려놓았다. 마리야 찌모페예브나는 정말 한 잔을 더 마시고 싶어서 손을 내밀었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이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커피를 거절한 쁘라스꼬비야 이바노브나, 커피를 들어도 상관없는 관중에 해당하는 '나'와 마브리키 니꼴라예비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회를 잡기 어려워하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 육체적 정신적 장애 덕분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마리야 찌모페예브나 등 몇개의 문장으로 인물들이 가진 입장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철학적 접근을 하게 하는 언행도 자주 읽게 됐다. 니체의 사상도 도스또예프스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삶은 고통입니다. 삶은 공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과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삶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삶은 현재 고통과 공포를 대가로 주어진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기만이라는 겁니다. 현재의 인간은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당당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것입니다. 살아 있건, 살아 있지 않건 상관없는 인간, 그가 스스로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니체의 사상과 아주 흡사하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 



 



 



 



 



하권까지 다 읽은 후에야 전체적 줄거리를 이해하고 어떤 결론에 이를 수 있겠지만 <악령>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비해 가독성이 좋고 몰입도가 높다고 느꼈다(주관적인 견해이다). 만약 나처럼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데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라면 <악령>을 읽어보는게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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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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