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캡
- 작성일
- 2021.6.20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글쓴이
- 마이클 셸런버거 저
부키
기술 성장을 바탕으로 한 환경 휴머니즘
어릴 때 경제학 서적에서 우연히 멜서스의 주장 일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인구론>의 주장에 따라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이야기였는데, 어린 마음에 이러다가 지구가 멸명하는 거 아냐? 라는 걱정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 처음에는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시민불복종 운동이 나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운동가들은 도시에서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며 시위를 벌입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은 멜서스 이론과 비슷합니다. 지금 환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지구는 환경파괴로 인한 위기에 직면하고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 때문에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환경운동가들의 시위 방법이 과격해져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득한 교통수단에서 시위를 벌이자 일반 사람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는 사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중요하고 이것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우선 당장에 자신의 먹고사는 일을 생각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와 환경보호 문제가 잘 어울어져야 할 것이고 이것이 이 책의 기본 바탕에 깔려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환경보호의 객체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콩고의 마운틴고릴라 입니다. 콩고는 벨기에의 식민지를 겪었고 특별한 기반 시설없이 버려진 탓에 지금도 계속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콩고에서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베르나데테의 이야기는 이 책 처음부터 후반부까지 언급되고 있는 데, 결국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환경보호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중요한 사례가 됩니다.

EBS 세계테마기행 르완다 편의 한 장면입니다.
마운틴 고릴라가 서식하는 앨버틴 지구대 인근 국립공원에서는 현지인들과 마찰이 잦습니다. 원주민들은 땅을 갈고 나무를 잘라 농업에 종사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국립공원의 동물들이 농작물을 먹어치워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먹을거리를 마트에서 사면 되는 현대 도시인들과 달리 이곳 원주민들은 동물들이 자신의 작물을 먹는다면 바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굶어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마운틴 고릴라와 다른 야생 동물을 위협하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에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진정한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무엇보다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것이 마이클 셸렌버거의 주장입니다.
특히나 "사람들은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어딘가에 화풀이를 하죠. 우리가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화풀이를 하려고 드는 거예요"라는 말은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묻지마 폭행 등 범죄가 만연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생각해 볼만합니다. 야생 동물에게 작물 피해를 입은 현지인들은 힘을 가진 정부에 반항하지 못하고 애꿎은 코끼리나 고릴라 등의 동물을 죽입니다. "야생 동물이 우리보다 더 소중해?"라는 물음은, 이 책 전반에 걸쳐 흐르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결국 사람이 먹고 살만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사람들은 자연에 눈을 돌리고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환경단체 구성원들 혹은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백인 중산층 이상 고학력자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콩고의 난민 베르나데테 입장에서는 마운틴 고릴라의 멸종을 걱정할 겨를이 없겠지요.

부키출판사 인스타그램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책 소개에서 인용했습니다.
어릴 때 환경 관련 수련회를 가면 지구의 환경이 파괴된다는 교육을 하면서 지구가 금방 망할 것 같은 걱정을 어린 저에게 안겨주기도 했는데요. 일단 아직까지 지구가 남아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들려오는 지구의 환경파괴는 심각합니다. 실제로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나 잦은 폭우나 또는 폭염 등 기후 변동으로 인한 재앙을 계절마다 체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글쓴이는 "기후 재앙으로 짧은 시간안에 지구는 거주가 불가능하고 인류가 멸망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그리고 환경파괴로 지구가 금방 멸망한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에게 '당장 환경파괴로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을거야'하는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글쓴이의 주장의 상당수는 기존 우리가 알던 환경에 대한 상식에 거스르는 것이어서 파격적이고 새롭습니다. 가령 플라스틱 같은 인공재의 사용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요근래 스타벅스에서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플라스틱 빨대가 거북이의 몸 속에 들어가고 해양생물의 뱃속에서 나오는 사례가 늘면서 플라스틱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글쓴이는 대기 오염의 관점에서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고 종이봉투와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런 제품을 생산하며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를 생산할때 보다도 많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무조건 "바이오"라는 말이 들어가면 친환경이 된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인공소재인 플라스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자연을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책 143쪽-
글쓴이는 위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본능적으로 천연 재료를 인공 재료보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여기는 관념을 극복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인공소재는 상아의 사용, 거북 껍질을 사용을 줄여서 오히려 동물들의 생존을 도왔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비롯한 자연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을 깨는 신선함을 던져줍니다.

류준열 배우가 나레이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대표적인 환경단체이며 환경보호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나 '북극곰'영상을 통해서 유명해졌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살 공간이 줄어들고 있고, 이에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글쓴이는 '개별 동물의 죽음과 기후 변화 사이의 연관성은 불문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심리적이고 영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삶의 목적을 제공해준다. 기성 종교와 달리 미신과 환상에 기대지 않고 과학과 이성적 담론에 의지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환경주의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나, 이 책 522쪽-
환경운동단체에 대한 글쓴이의 시각은 '환경양아치'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상당히 비판적인데 그는 위와 같이 종교와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 마오리족은 식량 생산을 위한 사냥을 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숲을 불태웠습니다. 그 결과 침엽수림이 파괴되었고 다양한 생물종의 생태계가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동화에 나오듯 중세 유럽에서는 숲에 악한 존재가 사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악한 존재가 있는 숲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이런 배경에서는 우리의 숲이, 우리의 자연이 잘 보전될 수가 없습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나무 대신 고효율의 에너지원을 찾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연을 덜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환경단체들은 브라질의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브라질 농업의 현대화와 집약화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브라질의 숲에 농사를 짓는 것을 제한하려고 했겠지요. 이점에 대해서 글쓴이는 땅을 적게 쓰고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여기에서 열대우림과 콩 농사는 구분해야하며 농업이 주된 산업인 브라질에서 농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것보다는 농업을 현대화하고 집약화해서 효율적으로 만들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면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이후 기술 발전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해줍니다. 2013년부터 브라질에서 삼림 개간이 다시 늘어난 것은 심각한 경기불황에 따른 빈곤층의 증가 때문입니다. 결국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고 사람들의 생활이 나아진다면 굳이 힘들게 브라질 숲에서 산림개간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지요. 이것은 비단 브라질 농업뿐만이 아닌 모든 자연환경에 적용될 것입니다.
글쓴이의 환경에 대한 시각은 "환경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집약화와 고효율의 에너지원을 통해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먹고 살수 있어야 하고 생활이 윤택해져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 집약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환경정책은 궁극적으로 집약화(intensification)로 행해야한다. 땅은 더 적게 쓰고 식량은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주의자들이 옹호하는 정책은 농업을 조방화(저밀화)extensification 해 농부들이 정치적으로 반발하거나 풀뿌리 저항을 일으키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산림 파괴를 부추기게 된다"
-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이 책, 102쪽-
지난 30여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된 변화는 환경운동가들의 활약 덕분이 아니라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서 석탄에서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이룬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기술의 힘"이 가장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키출판사 인스타그램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책 소개에서 인용했습니다.
마이클 셸렌버거는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효율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숲의 나무를 때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이처럼 효율이 좋은 에너지원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인간의 생활은 좀 더 나아지고 숲의 나무를 때는 것과 같은 환경파괴가 필요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입니다. 효율적인 에너지원을 통해 인간의 삶이 좀 더 윤택해지고 숲의 나무로 숯을 만드는 것과 같은 저효율의 에너지원을 구할 필요가 없을 때 환경친화적인 삶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2011년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은 소위 선진국으로 앞선 기술이 있어서 안전할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일본의 원전이 지진에 의해서 파괴되고 현재까지도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친 상황속에서 일본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 거대한 돔형 시멘트 안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적으로 그 폐기물을 잘 처리할 수만 있다면야 원자력은 안전하고 효율이 무척이나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볼 때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를 일입니다.
원자력은 고효율의 에너지원으로 우리 삶의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볼 때 원자력을 사용하자는 글쓴이의 주장이 불안하기도 합니다. 부유한 선진국들이 과연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성장을 돕고 성장시켜 환경보호에 동참시킬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더라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글쓴이의 집약적 환경정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환경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서 신선합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맞서서 우리의 환경은 기술 발전을 통해 나아지고 있다는 글쓴이의 주장은 우리에게 환경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잠시 안도할 틈을 주기도 합니다.
결국 정리해보면, 글쓴이는 효율적인 에너지원과 도시화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현실에 입각한 휴머니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개발을 부정하지 말고 반드시 도와야하고, 에너지 생산의 제약을 풀고 고밀도 에너지를 쓰도록 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세부 사항에는 앞서 말한 플라스틱의 사용처럼 "자연을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도시 집중은 더 많은 교외 지역이 야생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며,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면 숲을 비롯한 자연의 영역은 넓어지고 산림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산업화와 농업생산성 향상이 숲을 회복시키는 셈이지요. 앞서 말한 마운틴 고릴라가 사는 앨버틴지구대의 자연 보호를 위해서는 그랜드잉가댐을 지어 저렴한 수력 전기를 생산하고 콩고의 대다수 비숙련 농부를 도시 주민으로 탈바꿈 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에 취업한 수타르티의 사례처럼, 산업화에 따라 도시로 간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사람들이 다시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전 환경파괴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부유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을 기술적으로 돕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것입니다.
환경단체의 주장과 글쓴이의 주장은 대립되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존 주장과 다른 파격적인 주장을 들으면서 새로운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있는지 하루하루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올해는 폭염이나 폭우가 없는지 걱정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결코 환경오염으로 인한 재앙에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우울한 미래가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어지지 않도록 슬기로운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환경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접하고 이전 환경보호운동을 비롯한 여러 생각들을 종합해보며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구를위한다는착각 #마이클셸렌버거 #지구를위한다는착각리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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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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