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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manim
- 작성일
- 2021.7.1
오전의 살림 탐구
- 글쓴이
- 정이숙 저
라이프앤페이지
전업주부였던 친정엄마와는 달리 나는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20대때는 엄마를 닮아 청소도 깔끔, 정리도 완벽, 음식 솜씨도 좋다고 나름 자부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나서 살림이 점점 더 싫어졌다. 아니 미워졌다. 누구말마따나 워킹맘은 오전 9시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저녁 6시에는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딱이었다. 솜뭉치에 절인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저녁찬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부엌때기 신세가 되었다. 육아는 그래도 아이라는 우주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뿌듯함이나 있지, 집안일은 언제나 그자리 그상태였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내눈에만 한게 티나는, 같이 사는 이조차 현관을 닦았는지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겨울이불 정리를 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생색을 내며 "오늘 이거하느라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니까!"라고 하면 "그러길래 미리미리 해놓으면 될텐데..."하는 아쉬운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맞다. 미리미리. 어쩌면 그말이 옳은 건지도 모른다.
살림은 한꺼번에 대청소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매일 하는 것인데 천성적으로 게으른 나는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20대 중반부터 미니멀리스트 또는 요리관련 책, 살림 노하우 등의 서적을 꽤 사서 읽었다. 하지만 읽을 때 뿐이고 정작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1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또다시 야근과 잡무에 찌든 몸땡이는 한 켠에 쌓인 옷들을 외면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하지만 마음은 여름철 모아둔 눅눅한 수건처럼 찜찜하기 이루말할 데가 없다.
최근에는 한달동안 쌓아놓고 정리해야지 하던 겨울 옷들이 평방 90cm, 높이 1미터를 이루는 피라미드가 되어 아침 저녁으로 옷방 한켠에서 째려보고 있었다.(그 옆에는 그런 나를 포기한 남편이 함께...)
암튼 안되겠다 싶어(날이 점점 더워지니 혹여나 바퀴벌레가 옷 사이에 알이라도 깔까 싶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에) 지난주 토요일 오전 큰맘 먹고 3시간동안 옷 정리를 했다. 숙원 사업을 끝내고 나니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훤해진 방을 보며 좋아라 했다. 집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번 계기로 책 띠지에 있던 "심플한 살림, 홀가분한 생활"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경험으로 와닿았다.
"오전의 살림 탐구"는 살림 정리 및 청소 노하우 뿐만 아니라 간단하고 건강한 요리들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아닌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까지 말그대로 꿀팁 대방출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쇼파 옆에 놓고 하루 한가지씩만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쉰살이 되면 나도 오전열한시 정이숙님처럼 살림장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솔짜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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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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