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souvenir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글쓴이
프리드리히 니체 저
책세상
평균
별점9.3 (12)
souvenir
니체의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통해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와 결정적으로 결별한다. 청년 니체가 바그너의 격려로 저술한 [비극의 탄생]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의 이원론적 형이상학, 칸트의 ‘물자체와 현상’ 그리고 소위 예술가의 형이상학Metaphysik des Künstlers이라 하는 바그너의 예술의 형이상학적 위안과 종교로서의 예술 그리고 그리스의 비극적 정신을 말살한 인식우위의 미학적 소크라테스주의에 대한 비판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초기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삶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과 미학적 형이상학의 어색한 조화를 시도했다면, 중기 니체는 형이상학에 대한 총체적 부정을 단행하면서과 인식의 복권(소크라테스의 복권)을 통한 과학과 학문, 정관(靜觀)과 자유정신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미 이 책에는, ‘모든 가치의 전도’, ‘서광’(아침놀), ‘황혼’(저녁놀), ‘삶의 정오’, ‘역사적으로 철학하기’, ‘선악의 저편’, 생성, 그리스도교 비판, 도덕의 계보학 등과 같은 후기 니체의 사상이 암시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니체의 중기를 자신의 초기 사상에서 벗어나 독자적 철학의 핵심을 정초한 시기이자 철학의 절정을 향해가는 여정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정 속에서 니체는 전보다 더욱 깊은 내면의 고독으로 침잠한다. 바그너와도 결별했으며,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고전문헌학계에서의 평판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친구들도 그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제한적인 통찰의 다양성을 타고난 자에게 주어지는 형벌인 고독의 냉혹과 불안”을 느끼던 독일의 프로메테우스에게는 “나쁜 상황들(질병, 고독, 타향, 무관심, 무위) 속에서도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지껄이거나 웃고 싶으면 함께 지껄이고 웃다가 싫증나면 내버릴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와 환영으로-즉 친구가 없는 데 대한 보상으로 자유정신들이 동반자로 필요했다.”

자유정신의 사상은, 니체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서문에서 상당히 격양되고 과장된 어조로 말하는 것처럼, 그 책이 추구하는 궁극적 지향점이다. 이 ‘자유정신’은 전통과 권위에 대한 해석학적 논쟁 가운데 의미 있게 위치한다. 니체에 의하면, 영국의 그리스도교인이 영국 국적을 가진 것과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는 것은 근거, 통찰, 선택 등이 결여된 습관 또는 관습의 결과이다. 그리고 “속박된 정신은 자신의 입장을 근거에서가 아니라 습관에서 받아들”이며, “근거 없이 정신적 원칙들에 습관화되는 것을 우리는 신앙이라고 부른다.”(226번 단편) 이에 반해 “어떤 혈통과 환경, 신분과 지위 또는 지배적인 시대의 견해를 근거로 그에게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사유하는 자가 ‘자유정신’freie Geister이다.” 국적과 신앙은 분명히 동일한 강도의 관습은 아니다. 근대의 국가개념이 뿌리내린 19세기 말의 시대상황에서 국적은 명백히 숙명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앙은, 물론 지금의 다원화된 사회와는 비교가 불가능하겠지만, 다양한 여지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니체가 근거결여, 관습, 습관, 속박의 예로 국적과 신앙 양자를 거론한 것은 그의 사상의 급진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과 권위에 대한 입장은 해석학의 주요 주제이다. 데카르트는 주저 [방법서설]에서 방법적 회의의 하나의 방편으로서 전통에 대한 거부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에서 ‘편견들 일반에 대한 편견 그리고 동시에 전통의 힘의 박탈’이야말로 ‘계몽주의의 근본적 편견’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계몽주의의 근본적 편견은 전통과 권위를 오로지 이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모든 오류의 근원’이라는 데카르트적인 근본가정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가다머와 같이 하이데거의 전통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리꾀르는 언어 속의 허의의식이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 억압적인 문화 구조에 관심을 두는 대신 원칙적으로 언어가 우리에게 말한다는 측면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가 전통을 비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가 전통 안으로 통합되고 그 전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전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인간과 전통에 대한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평가가 끼어든다. 언어에 대한 니체의 입장은 다음의 인용문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문화발전에서 언어의 의미는 인간이 언어 속에서 다른 세계와 맞서는 자신의 세계, 하나의 자리를 수립한 데 있다. 인간은 그 곳을, 다른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자신이 그 위에 군림하기 위한 확고한 자리로 간주했다. 인간은 오랫동안 사물의 이름과 개념을 영원한 진리로 믿어왔기 때문에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에 빠져 있었다. 실제로 인간은 언어로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언어를 창조하는 자는 자신이 사물에 대해 단지 기호를 부여할 뿐이라고 믿을 만큼 그렇게 겸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사물에 대한 최고의 지식을 언어로 표현한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 훨씬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인간은 언어를 신봉하면서 엄청난 오류가 야기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 이성의 발전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11번 단편)

그러나 하버마스는 [가다마의 「진리와 방법」에 대한 평가]에서 여기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통해 가다머를 공격한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언어성의 헤게모니가 전통에 대한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주체는 전통 안에 함몰되어 수동적으로 되며, 따라서 우리는 전통을 의문시할 수 있는 방책을 가져야 하고, ‘생활 관습의 교조주의’를 부수어 버리려는 성찰이 반드시 요청된다. 더 나아가 언어는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데 봉사할 수 있으므로 한 문화의 경제적, 사회적 특권이 빚어내는 왜곡에 대해 비판받아야 하며, 언어는 우리를 속이기 때문에 그 속임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

위의 논의를 통해서 생각해 본다면, 전통과 권위에 대한 데카르트-하버마스의 ‘의심의 해석학’과 하이데거-가다머-리꾀르의 ‘회상과 복원의 해석학’의 대립에서 니체의 위치는 명백히 데카르트와 하버마스의 중간 지점에 놓인다. 전통의 언어를 우선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니체에게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집요하게 타당한 근거와 자율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가 성서를 읽으면서 가졌을 태도는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니체의 철학이 또 하나의 주된 전통이 된다면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모두가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외친다면, 다음 세대의 철학도들은 과연 어느 길로 들어설 것인가?

니체는 신앙과 숭배에 대한 증오와 자유정신의 추구 속에서, 근본적으로 도덕이며 ‘대중적 플라톤주의’인 그리스도교 그리고 ‘배후세계론자hindweltler’이며 ‘죽음의 설교자’인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자유정신의 실현자 차라투스트라에게 지독한 저주를 퍼부을 터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선과 악에 대한 도덕적 규정, 도덕의 기원에 대한 숭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모든 가치의 전도Umwerthung aller Werthe’가 완성할 것이다. 이것이 니체의 자유정신이 의도하는 궁극적 지향점이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souvenir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09.6.13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09.6.13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05.3.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5.3.23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05.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05.2.3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99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59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