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사회

마니
- 작성일
- 2021.7.12
가축 이야기
- 글쓴이
- 김규섭 외 1명
EBS BOOKS
중학교 수업 시간에 집토끼와 산토끼를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주제는 "어느 토끼가 더 행복할까."
대다수의 아이들이 자유로운 산토끼가 더 행복하다는 쪽에 손들었고 나를 포함해 단 3명만이 집토끼가 더 행복하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선생님께 "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힘들게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집토끼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답했는데, 선생님은 편안함보다는 본성인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교과서 뒷장을 보니 "정답 : 산토끼"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참 이상한 토론이라고 생각했다. 정답인 정해진 토론이라는 것도 이상하지만, 학생들에게 동물의 자유 본능이 정답이라고 가르칠 거면 왜 우리는 여전히 가축을 기를까. 이 책에 관심이 간 이유도 그때 그 토론이 떠올라서였다.
'가축(家畜) '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일컫는 단어다. 현대인들의 생활공간이 도시화되면서 가축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더 친근하지만, 가축이 없었다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반려동물이라는 말 자체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인류는 여전히 동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식량을 공급받는다. 노동력과 식량을 제공하는 가축. 그 시작이 궁금하다.
최초의 가축은 늑대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먼저 늑대를 길들였는지. 늑대가 인간을 먼저 찾아왔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늑대와 인간의 동거가 시작되고 수만 년을 거치며 개의 기원이 시작됐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축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 협력한 결과라고 한다. 인간은 가축으로부터 먹거리와 의류, 노동력을 얻고 가축은 맹수로부터 보호와 안정적인 먹이를 공급받는 상부상조 관계.
앞서 언급한 토론 주제를 떠올리면 너무 인간 편의적인 관계 같지만, 인간과 가축의 공존이 피할 수 없다면, 가축의 역사를 상세하게 아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우리가 가축하면 떠올리는 동물들은 개, 닭, 돼지, 소, 양, 낙타, 당나귀 등이다. 최초의 가축인 개는 가축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가진다. 문화권에 따라 같은 동물이라도 소는 신성시되고, 물소는 천대받는다. 오직 인간의 관점에서만 동물을 키우고, 소비하고, 의미를 부여하다니. 생존을 위한 것이겠지만, 씁쓸하긴 하다. 그 씁쓸함은 오직 노동만을 위해 만들어진 가축에서 극에 달한다. 수탕나귀와 암말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는 후손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노동만을 한다. 일벌은 종족을 위해 자연 선택되기라도 했지. 노새는 정말. 존재부터 안타깝다.
물론 인간과 가축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소비를 위해, 안전을 위해 여전히 동물을 사육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말자.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동물보호법처럼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존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산토끼가 더 행복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가축을 넘어 동물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 오랫동안 인간과 가축이 공존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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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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