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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글쓴이
주원규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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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2.jpg



 





"자, 낮에 사다 놨다."

아빠는 운동복 바지를 입으면서 예지에게도 후드 티 한 장을 던져주었다. 그대까지 예지는 브래지어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아빠에게선 술 냄새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몇 병을 입에 털어 넣으면 저렇게 독한 소독약 냄새를 뿜어낼 수 있는가. 예지는 술이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시험 삼아 한 모금 마셔본 적이 있다. (-23-)





"이제야 깼네?"

정화는 예지의 머리카락에 라이터를 갖다 댔다. 불이 붙었다. 연기가 순식간에 빠르게 솟았다. 예지는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입이 벌어졌다.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머리끝에서 향불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묘한 냄새가 났다. 머리컬이 타고 있었다. 머지않아 다 타버릴 것 같았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니들 왜 이러는데!" (-57-)





아무이 기다려도 정화가 오지 않자 민주는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팔목을 깨물었다. 깜짝 놀란 남자가 민주의 몸을 강하게 밀었다. 민주는 그대로 도망쳤다. 정화가 그 모습을 황당한 얼굴로 바라봤다. 정화는 자길 방해하는 남자와 도망치는 민주를 번갈아 보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125-)





남자들에게 담배를 건네받은 아빠는 계속해서 머리를 굽실거렸다. 그 순간, 예자는 머릿속으로, 목구멍까지 차고 들어오는 모든 의지를 담아 열광적으로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체 중 입만 남아 있었다. 팔, 다리, 머리, 눈, 어디에도 감각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소리를 칠 때 느껴지는 실감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실감 덕분에 죽음의 문턱을 비껴갔다. 하지만 너무도 압도적인 살아 있다는 느낌이 예지를 더 깊고 아득한 생이라는 지옥으로 빠뜨렸다. (-179-)





이른바 '가출팸'의 우두머리에서부터 행동대원들가지 청소년 범죄 조직의 실체가 드디어 밝혀졌습니다.이들은 인천 지역에서 결성된 조직으로 가출한 청소년을 구슬려 성매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무리는 만 14세 미만의 이른바 촉법소년도 포함돼 있어 벌써부터 이들의 사법 처리를 두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파렴치함이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어 충격은 더해만 가고 있습니다. (-193-)





텍스트로 쓰여진 대부분의 기사에는 맥락이나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단편적으로 짧게 쓰여진 글 하나 덩그라니 남겨져 있을 뿐이다. 어떤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육하원칙에 따라,대중들이 원하는 소스를 던저줄 뿐이다. 그 사건이 자극적일 수록, 강한 메시지일수록 , 더 많이 소비되고, 그 기사 속 주인공의 환경은 사라지고, 사건정황만 기록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된다. 소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현대인의 익명성과 무관심이 어떤 아이를, 어떤 소녀를 무침하게 망가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며, 주인공 예지의 비참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예지의 가정환경은 우울하다. 소녀로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조차 없는채 방치되어 있다. 성교육은 물론이거니와 하교 교육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술에 쩔어있는 아버지,그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무감각하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가치조차 살실된 채 놓여지게 된다. 예지에게 도덕은 사치다. 오로지 생존과 자유만 남아있다. 스스로 밀려난 인생, 보호받지 못한 인생에서, 오로지 돈이 최고,라는 잔인한 사회의 모습이 비춰질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가출팸이 되어, 자신의 몸을 팔아야 하는 잔인한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담배빵은 기본이고, 자신의 몸 하나조차 보호받을 수 있는 누군가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약자이면서, 가해자로 돌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예지는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약자로서, 때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공격당하면, 갚아준다는 그 심정으로 하루하루 현재를 살아가는 것, 그로 인해 내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것, 소설은 사회의 기본적인 보호와 이해,공감이 한 아이의 삶을 회복할 수 있고,치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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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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