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설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1.8.10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 글쓴이
- 구효서 저
해냄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소설이다. 슬픔이라는 게 나눈다고 해서 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배로 늘어나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주제이기는 했지만 작가 이름 덕분에 수월하게 읽었다. 수월하게 읽었다고 마냥 수월한 기분만 남는 게 아니라 이게 또 문제지만.
좀, 아니 좀보다 조금 더, 싱거웠다. 치열한 갈등이 없다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성실하고 배려심 많다고-내가 평소에 더없이 좋아하고 바라는 분위기임에도-해서 얻게 되는 느낌만은 아닐 듯한데, 어떤 점에서 나는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일까. 다들 너무 착했나? 그래서 현실감각이 좀 떨어졌나? 소설 속 이야기인줄 알지만 소설 같기만 한 게 아쉬웠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애비로드라는 펜션이 많이 비현실적이라서?(실제로 이런 펜션이 있으면 어쩌려고?)
슬픈 소설일 것이라고 여기고 슬픔에 젖을 각오까지 한 채로 읽었는데 내가 슬퍼지는 데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인물들은 저마다 슬픔의 조각들을 품고 나온다. 조각의 크기야 다 다르겠지만 각각 제 한몸을 덮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겠다. 애써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러면서 각자의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내며 사는 모습들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그랬나, 인물들은 슬픔을 안고 사는데 읽는 나는 그다지 슬픈 기분이 안 들었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멋지고 좋은 곳에서 이렇게 멋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슬퍼도 행복한 마음이 들 것만 같은데 말이지.
나이와 상관없이,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들면 나이든 대로, 사람들의 삶에는 각자의 슬픔과 기쁨과 행복과 불행이 다 담겨 있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건드리고 어떻게 다루는지, 또 어떤 감정으로 나 자신과 나 아닌 이들을 만나고, 이들과 살고 헤어지는가에 제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일 테다. 싱거웠던 맛이 오래 남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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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