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87)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21.8.11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글쓴이
- 잭 홀런드 저
'ㅁ'(미음)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소위 지구의 반은 남자, 나머지 반은 여자라고들 한다. 헌데 절반의 남자가 절반의 여자를 수 세기 동안 자신들의 소유물로 착취하고 억압하며 중세 후기에는 마녀사냥을 정당화시켜 고문과 화형에 이르는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 '여성은 열등함을 타고난 존재'였고, 그것을 증명하고 법제화하기 위해 수많은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들이 발벗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독교는 신학적인 이유까지 더해 여인들을 사냥했고 사냥 성공에 비례해 재산을 축적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과거에 비하면 눈부신 평등을 이뤄냈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성을 향한 멸시와 편견은 여전하다.
2002년 나이지리아에서는, 혼외정사로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머리가 깨질 때까지 돌을 맞는 투석형 판결을 받았고, 영국 벨파스트에서는 아내 학대가 일상적이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할례는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들에서 통상적인 일로 여겨지고 아라비아 반도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과거 여인들이 마녀사냥이 된 이유는, 남성이 여인을 욕망하는 요인을 유혹한 여성의 탓으로 돌린 데 있다.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면 그러한 행동을 벌인 남자는 죄가 없고, 그 남자에게 욕망을 부채질 한 여자만 죽일 X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여성이 화장하는 것과 예쁜 옷이나 장식을 금했다. 4세기 말, 재능과 지성에서 동시대 모든 철학자를 능가했던 여성 히파티아는 이단 사냥꾼이자 유대인 혐오자인 키릴로스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된 최초의 마녀사냥 희생자였고 그때부터 여성들은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하기 시작한다.
원죄 교리는 그리스 철학의 플라톤 주의와 유대교의 가부장적 일신교, 그리스도가 하나임의 아들이며 육신을 입고 인간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기독교의 계시로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는 원죄로 인해 임신 자체가 죄악시 되었음을 의미한다. 성경에는 거의 등장도 하지 않는 마리아는, 서기 431년 신(예수)의 어머니라는 이유로(특히 가톨릭 교회에서) 원죄로 더럽혀지지 않은 영원한 '동정녀'의 지위로 격상된 이후 지금까지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신격화 된 여성이 된다. 이렇듯 여성의 미화와 악마화라는 모순된 두 가지 과정은 성관계 유무에 초점이 맞춰져 천 년 동안 동시 진행을 거듭됐다. 그 결과, 수녀원와 수도원이 유럽 전역에 세워졌고 14세기 후반부터 17세기 후반까지 종교적 히스테리의 희생양으로 수많은 여성이 마녀사냥을 당했다. 교회는 교황을 통해 유대인에게 과거의 반유대주의를 사과했지만, 수많은 여성들에게 마녀라는 무고를 씌운 것에 대해서는 그들이 무고했음을 아직도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잔 다르크만이 마녀로 판정되었다가 교회가 훗날 명예를 회복시키고 성인으로 추대한 유일한 인물일 뿐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이성이 진보하고 민주적인 생각이 탄생하고 개인을 중심에 둔 철학이 발전해도 여혐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인 클레망 마로와 벤 존슨, 셰익스피어의 문학 속에서도 여혐이 대거 출판됐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동시에 여험이 분출됐다. 특히 존 윌멋은 여성의 생식기를 하수구에 비유했다. 19세기 교회는 출산의 고통을 덜기 위해 클로로포름을 사용하는 데 반대했고, 20세기에는 보수적인 가톨릭교도와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개신교도들은 폭력까지 동원해 피임과 임신 중단 반대 운동을 벌였다. 여성 혐오는 언제나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관점을 취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형태만 바뀌었을 뿐 다르게 진화했으며 종교적 흐름에 따라 강약을 거듭했다. 시대를 대표하던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여성 열등론에 과학적 정당성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플라톤 이래 여성 혐오를 지지하는 철학자 항상 넘쳐났다. 칸트를 추종했던 쇼펜하우어는 여성은 종의 번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었고, 니체는 남성의 행복은 '내가 원한다'에 있지만, 여자의 행복은 '그가 원한다'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적인 여성상은 경박하고 어리숙하며 순진함과 무지함이 결합된 형태였고 이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이 지향한 '가정의 천사'였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혐오자는 다섯 명의 매춘부를 신체 훼손한 현대적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다. 19세기 철학자인 프로이트, 찰스 다윈, 카를 마르크스는 20세기 시대에 여성을 보는 관점에 기여했고 그 영향력이 중대했다. 여성의 권리 신장은 과거에도 그랬듯 언제나 반발을 불러왔고, 그것은 과학, 철학,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났다. 유대-기독교 전통과 그리스 철학 사상을 원천으로 삼아 내려온 여성 경멸의 사상적 물줄기는 여성 해방-매춘-유대인으로 연결돼 청년 히틀러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20세기를 피로 물들였다.
인류가 쏟은 노력으로 다른 영역의 발전은 빨랐으나 여성을 위한 진전으로 연결되기에는 유리천장이 너무 높았다. 돌이켜 보면, 여성 혐오의 역사는 철학자와 성직자가 견인해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포르노 제작자보다 여성에게 더 큰 해를 입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과 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억척같이 노력해야만 그들과 동등한 지위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여혐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2016년에 벌어졌던 강남역 살인사건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이 계속 마주한 어려움은 권리 확대에 가장 소리 높여 반대하는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필리프 아돌프 폰 에렌베르크는 1628년에서 1631년 사이에 어린아이 여러 명을 포함해 여성 9백 명을 불태워 죽였다. 이 무렵에 독일에서 서너 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들이 악마와 섹스를 했다며 고발당했다. 부모와 함께 마녀의 집회에 참석했다고 유죄 판결을 받은 아이는 부모가 불에 타는 동안 화형대 앞에서 채찍질을 당했다.
p157-158
18세기에 퍼진 신조인 평등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미국 헌법에 고이 보존되었으며, 여성이 여전히 겪는 정치적,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일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성 차별의 근원인 전통적인 여성 혐오의 신념들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여성 혐오는 지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p240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착한 여성은 성욕에서 배제된 존재며 여성의 성욕은 질병의 징후라고 보았기에 성기 절제는 자위, 히스테리, 색정증과 여러 여성 질환의 치료 수단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혐오 관점에서 매춘은 경제적인 절박함 때문이 아니라 억제할 수 없는 성욕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었고 따라서 매춘부는 흔히 타락한 여인이나 쾌락의 딸이라고 불렸다.
p248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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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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