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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글쓴이
잭 홀런드 저
'ㅁ'(미음)
평균
별점9.6 (22)
밀크티

이 책의 표지 글에 시선을 멈춘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여성 혐오의 역사라니, 문득 인류 역사에서 여성 혐오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제야 궁금해졌다. 그런데 띠지에 보니 '여성 혐오는 기원전 8세기 지중해에서 탄생했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그 역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으니 호기심이 생겼다.



풍부한 문헌과 사례를 바탕으로 판도라 신화가 탄생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여성 혐오 역사를 파헤치다! (책 뒤표지 중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잭 홀런드. 저널리스트, 작가. 특히 북아일랜드 정치와 테러, '북아일랜드 분쟁'에 관한 해설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주로 북아일랜드 정치와 테러리즘에 관한 논픽션 일곱 편을 출간했다. 2004년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를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암으로 사망했다. (책날개 발췌)





살림하고 애 키우고 임금 노동을 하자면 읽기도 버거운 이 대작들을 누가 어떻게 썼을까? 유사 이래 철학, 역사, 종교, 예술 등 인류의 정신을 직조하는 일은 남성의 몫이었다. 여성은 배움에서 배제되고 폭력에 저당 잡힌 '가정의 천사' 자리에 배정되었다. 인류의 기획은 끈질기고 공공연했다. 그래서 여성이 '감히' 생각하는 주체로 살고자 할 때 중력을 거스르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온갖 의문이 풀린다. 바퀴의 역사보다 오래된 여성 혐오의 역사, "인류의 절반을 비인간화"해온 인식의 지층을 정교하게 '탐침해' 들어가는 이 책의 저자도, 남성이다.



_은유 《있지만 없는 아이들》 저자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 '판도라의 딸들', 2장 '고대 로마의 여성 혐오와 로마 여성들의 반격', 3장 '기독교 시대의 도래와 배신', 4장 '하늘의 여왕, 또는 악마와 결탁한 마녀', 5장 '문학 속 여성 혐오', 6장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비밀 생활', 7장 '20세기가 펼친 악몽 속 여성 혐오', 8장 '여성의 몸이란 전장', 9장 '결론: 여성 혐오 한층 더 깊게 파고들기'로 나뉜다.





어렸을 적 주일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 떠오른다. 나름 충격적이었기에 똑똑히 기억이 난다.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몇 명을 먹이셨냐는 퀴즈를 푸는데, 남자 수만 오천 명이라는 게 정답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그게 엄청 큰 충격이었다. 그때 처음, 여자는 사람 수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선거권이라든가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인식마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했든 간에 아주 오래된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 혐오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인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통해 생소한 것부터 예측하지 못했던 것까지 하나씩 알게 되었다. 루소가 시대에 뒤떨어진 편견을 없애는 데 활용해야 할 이성을 들먹이며 여성이 "복종해야 하는 성"이라는 믿음을 정당화했다(200쪽) 거나,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그려낸 여성은 성인 모습을 한 아이며 발달이 멈춘 생물이고 남성을 돌보는 데에만 적합하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여성은 종의 번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니체에게까지 이어졌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동안 나의 기준과 잣대로 생각했던 그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세계의 모든 주요 종교, 그리고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철학자들이 경멸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았고 때로는 편집증에 가까운 불신을 가지고 여성을 대했다. 그리스 고전 시대에 아테네 여성들은 삶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야만 했고 중세 말기에 여성들은 마녀로 몰려서 산 채로 화형당했다. 이렇게 두 사회에 여성을 폄하하고 악마화하던 오랜 역사가 있었지만, 그들이 겪었던 일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불러온 결과로 여겨지지 않았다. 편견은 이름이 붙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319쪽)





편견은 이름이 붙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는 그 말이 마음에 와서 박힌다.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외에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상당히 많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둘 극복해나가기 위해 일단 아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 첫걸음을 이 책과 함께 해본다. 다소 난해한 느낌이 드는 책이지만 그만큼 존재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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