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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격 한중일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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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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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2년의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륙진출에 대한 야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전국을 통일한 히데요시가 지방 영주와 무사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1875년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1876년에 체결된 강화도조약 역시 내가 생각하기에는 임진왜란과 비슷한 원인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 강화도조약 Ominous]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나에게 무척 흥미로웠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불편한 역사이지만, 일본의 이러한 행태는 고대 시대부터 반복되었고, 1900년대에는 아예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받아야 했음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1871년 '폐번치현'이 단행되면서 일본은 본격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태정관 제도(실권이 없는 명예직으로서 태정대신과 좌우대신이 존재) 아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한 참의(參議)와 행정부의 부처들로 구성된 내각(성료) 체제를 구축하고 이러한 체제를 중심으로 제도 근대화를 꾀한 것이다. 





1. 사법 개혁 : 1872년 사법성을 중심으로 사법 제도 근대화 추진



2. 교육 개혁 : 1872년 9월, 학제 공표를 통하여 전국의 모든 아동에게 기초교육을 실시하면서 소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체제 구축



3. 종교 정책 : 1868년 신불 분리령으로 신도와 불교의 영역 분리, 1871년에는 사찰 소유 토지 반환령 선포, 1873년 기독교 해금



4. 지조 개정 : 전국의 토지를 농지와 택지, 상공업지로 구분하고 전국 일률 과세 표준 확립



5. 군대 개혁 : 1873년 징병령 공표를 통한 모든 성인 남성에게 3년의 병역 의무 부과





 



 메이지 유신 체제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개혁은 분명 일본의 근대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내부적으로 큰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지조 개정은 높은 세금으로 인하여 농민들의 불만을 야기하였고, '천민 해방령' 역시 사족과 농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불만을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여 주모자들을 모두 처형하였는데, 문제는 이러한 불만이 정부 내에서도 있었다는 점이다. 분명 개혁의 내용은 누구나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했지만, 문제는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이고 다가모리는 非삿초(사쓰마와 조슈) 세력을 규합하여 해외 군사 원정까지 계획하고 있었으니 '정한론(征韓論)'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이로써 일본 내부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이고의 세력과 그에 반대하는 세력의 다툼으로 정국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정한론(征韓論)'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데, 먼저 '정한론(征韓論)'에 대하여 반대하는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 언뜻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선순위의 차이라는 것이다. 즉, '정한론(征韓論)'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근대화 정책의 우선 순위를 감안하여 나중으로 미루자는 것이지 아예 조선을 공략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정한론(征韓論)'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 역시 일본 내부에 근대화 정책에 대한 반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은 해외 군사 원정을 통하여 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의 역사에서 꾸준히 대륙으로 진출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있었지만, 1870년대 초반의 일본은 그러한 주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단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한론(征韓論)'은 그들이 진행하던 근대화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동시에 내부 단속을 위한 것이라 보여진다. 실제로 일본의 민중들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하던 사이고 다카모리를 애국자로 치켜 세웠으며 이후 삿초 세력에 의한 정변으로 사이고 다카모리가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하자 정부에 대하여 비판하는 모습은 바로 이러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라스트 사무라이]에 등장하는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바로 사이고 다카모리와 그 추종세력들인데 영화에서도 그들을 상당히 미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일본 민중에게 사이고 다카모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이후 행보는 이 시리즈의 11권의 '서남전쟁(세이난 전쟁)'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정한론(征韓論)'은 그 주요 내용은 조선의 정벌에 관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일본 내부에서 반란까지 일어나게 되니 그것이 바로 1874년의 '사가의 난'이다. 이 난은 사가현 출신의 에토 신페이와 시마 요시타케의 주도로 일어난 반란인데, 정국을 주도하던 삿초(사쓰마와 조슈)에 非삿초파가 반기를 드는 양상이었으니 '정한론(征韓論)'은 조선을 정벌하자는 목적 이외에도 일본 내부의 치열한 세력 다툼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사가의 난'은 정부에 의하여 토벌되고 에토 신페이와 시마 요시타케는 처형을 당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정한론(征韓論)'을 반대하던 당시 삿초 세력들이 1년 뒤 운요호 사건을 일으킨 다음에 조선과 '강화도 조약'을 맺었다는 역사를 상기하게 된다면 일본 내부의 '정한론(征韓論)'의 실체와 그에 대한 반대 세력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강화도 조약을 이끌어 낸 '운요호 사건'은 어떻게 전개가 된 것일까? 단순히 일본의 배가 포격을 실시하여 이에 놀란 조선이 조약을 맺은 것으로 봐야할까? 이 책에서는 '운요호 사건'을 자세히 다루는데, 그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먼저 일본은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열강과 중국으로부터 미리 양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그 과정이 상당히 치밀하게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1875년 5월, 일본은 러시아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을 체결하여 사할린과 쿠릴열도에 대한 서로의 지배권을 인정함으로써 조선에 대한 완력 행사에 대하여 서양 열강의 양해와 지지를 미리 확보하였다는 점은 훗날 일본이 미국과 '가쓰라 태프트 조약'을 통하여 필리핀과 조선의 지배권을 인정한 것을 상기키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통하여 1875년 9월 일본의 운요호는 인천 앞바다에 도착한다. 승무원 50명에 암스트롱포 4문을 갖춘 250톤급 포함이었던 운요호는 9월 21일 오전 초지진을 초토화 시키며 무력 시위에 들어간다. 다만 운요호의 전력으로 강화도 상륙은 쉽지 않았기에 영정도 앞바다로 뱃머리를 돌렸고 이후 육전대(해병대) 병력 22명이 영종도에 상륙하여 민가에 방화를 저지르고 조선의 영종도 수비대를 공격하게 된다. 이 전투로 조선군은 전사 35명, 일본군은 부상 2명이 전부였으며 민가가 약탈당하게 된다. 400명의 조선 수비대가 22명의 일본군에게 참패를 당한 것은 당시 일본과 조선의 전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조선은 이 사건을 통하여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흥선대원군이 물러나서 고종이 친정을 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이러한 도발에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고작 하는 것이라고는 청나라의 이홍장에게 연락을 하여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이미 일본은 청나라의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고 실제 청나라는 내부적으로 조선을 도울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홍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은 일본과의 회담에 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1876년 2월 27일 '조일수호조규'가 체결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관. 조선은 자주국가로, 일본과 평등하게 교류한다. 서로 존중하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새 규약으로 영원히 친하게 지낸다.



제2관. 양국은 서로 사신을 파견해 양국 예조, 외무성에서 각종 시무를 논의토록 한다. 사신의 주재 기간은 재량에 맡긴다.



제3관. 양국 간 외교 문서는, 일본은 일본 글자로, 조선은 한문으로 작성한다.



제4관. 왜관을 혁파하고, 새로이 개항장을 정한다. 개항장에서 일본인들이 사정에 맞게 장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제5관. 부산 이외에 두 곳의 항구(원산, 인천)를 더 개항한다.



제6관. 일본 선박의 조선 근해 조난 시, 조선 측에서는 그 구난에 최선을 다한다.



제7관. 조선 근해의 암초에 대한 근대적 해도가 없어 모두에게 위험하기에, 일본 배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측량, 조사할 수 있도록 한다.



제8관. 일본은 개항장에 일본인들을 관리하는 관청을 설치한다.



제9관. 양국 백성은 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도록 한다.



제10관. 일본인이 개항장에서 죄를 범하면 일본으로 압송해 재판토록 한다.



제11관. 6개월 안에 별도의 통상조약을 맺는다. (이후 7년여간 조일 무역은 무관세 상태)



제12관. 이상의 내용을 양국은 성실히 이행하고 영원히 준수해 친하게 지내도록 한다.





 



 청나라가 서구 열강으로부터 공격받고 그들과의 외교를 위하여 뒤늦게 [만국공법]을 번역하여 조약을 맺는 데 있어서 대등한 위치를 얻고자 노력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였는데, 조선은 아예 그런 노력조차 없었으니 '조일수호조규'는 대부분 일본의 의도대로 체결된 것이었다. 문구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든 항목은 조선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되는 것들이었다. 예를 든다면 조선을 자주국으로 표현한 것은 추후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장악할 때 청의 영향력을 배제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고, 해안 측량 조사는 일본의 조선에 대한 정보 수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으며, 제10관의 내용은 치외법권에 관한 것이었지만 조선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심지어 관세의 개념에 대해서도 무지하였기 때문에 무관세를 특별히 문제로 삼지 않았지만, 이는 일본과 조선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감안한다면 조선의 손해였다. 결국 조선은 쇄국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의 첫 등장의 파트너가 일본이었다는 점에서 불행이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조선 내부의 사정 역시 변화와 갈등이 뒤따르게 되는데, 기존의 수구파와는 반대로 개혁을 부르짖는 젊은 개화세력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하는 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국외적으로는 열강의 반열에 들고자 조선에 대한 물리적인 압박을 통하여 결국 '조일수호조규'까지 체결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시 내부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근대화라는 커다른 흐름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에 반하여 이제 쇄국의 빗장을 꺾은 조선은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교가 된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우리에게는 치욕의 역사로 치닫게 되었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이러한 흐름을 조선이 아닌 일본과 중국의 역사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으니 이 시기를 보다 객관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한중일 삼국의 역사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서 달리 설명되거나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역사에 대하여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동아시아 3국의 역사를 정확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으로 그러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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