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ggussy
- 작성일
- 2021.8.20
의사가 되려고요
- 글쓴이
- 김민규 저
설렘(SEOLREM)
의사가 되려고요
병원과 의사를 다루는 콘텐츠라며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 넘쳐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인턴 생활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솔직담백하게 적은 에세이이자 좌충우돌 분투기라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실제 이비인후과 전공의 이기도 한 김민규 저자의 의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서의 이야기는 의사가 아니라도 의사가 꿈인 사람들과 이시대 모든 청년들에게 공감과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어준다.
이 책의 부제는 특히 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는데 <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이다. 회사로 치면 수습 혹인 신입사원인 대학병원 인턴의 365일을 기록한 생생한 일지에는 12시간을 일하고 주어지는 12시간 휴식 시간을 내리 잠으로 보내고, 남들이 출근할 때 퇴근하고 퇴근할 때 출근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근무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단짠단짠 스토리가 가득했다.
또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가슴 떨리는 첫 면접,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응급의학과 생활에서 느꼈던 것, 급박하게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던 순간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책을 읽다보면 잘 몰랐던 병원에서의 근무환경을 알게 되기도 했는데 응급실에는 보통 80명 정도의 환자가 있고 여기에서 생기는 모든 인턴의 일은 인턴 2명에게 맡겨진다. 한 사람당 40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보니 벅찰 수밖에 없다.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일을 하며 팔에 붙여진 스티커를 떼어내도 그 숫자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한쪽 팔에 4개씩, 손등에 하나씩, 총 10개가 붙어 있을 때도 있다. 저자는 스티커 하나의 무게가 몇 톤은 되는 것 같다. 붙을 때마다 마음의 부담이 더해져 몸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고 얘기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메디컬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응급 소생술의 그 긴장감은 드라마에서 절대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한다. 방송에 도저히 내보낼 수 없는 장면과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두두둑’ 하며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갈비뼈가 그렇다. 소리도 소리지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그 둔탁한 느낌이 등골까지 소름 끼치게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의 가슴뼈를 부서져라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대목에서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엿보이는 멋진 구절도 있었다. 의사는 냉정해야 한다. 슬픔 앞에서도 냉정해야 하고, 좌절 앞에서도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 그 시간에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이라도 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손을 꼭 잡고 병원에 오는 내내 날이 잘 드는 메스보다, 생명을 연장해주는 기계들보다 때로는 따뜻한 손이 더 큰 치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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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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