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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립밤
- 작성일
- 2021.8.23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 글쓴이
- 김엘리 저
동녘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2021, 동녘
‘평등 사회에서 남성만 군대에 가는 것은 역차별이 아닌가?’, ‘남녀가 모두 복무하는 것은 양성평등 사회로 가는 지름길일까?’라는 궁금증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위 물음에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답변을 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동녘 출판사의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은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젠더 갈등, 그 중심에 있는 ‘여성 징병제’ 혹은 ‘남녀평등복무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 징집 거론의 시작, 군대 내 여성 군인의 역할과 지위 변화, 실제 여성 군인들의 생활, 해외 여성 징병제의 사례와 한국에서의 적용 등 다양한 결의 정보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 군인이 생겨나고 초남성의 공간인 군대에서 여성 군인의 역할이 변해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들은 부족한 군사 병력의 보충을 목적으로 군에 동원되었다. 군에 속하였지만 외부이자 잔여로서 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이후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고학력 여군들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군의 전략화가 대두되며 남군의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행정 업무를 돕기에 고학력 여군들이 적합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지식정보화 시대가 되어 고기술 정보전에 능하도록 지식과 정보기술을 갖춘 스마트한 군인을 필요로 했다. 섬세함과 부드러움, 부정과 비리에 유착되지 않는 강직한 특성 등 여성적인 것은 여군의 능력으로 여겨지며 여성들은 우수한 인력으로 발견되었다. 남성성이 보편적인 것인 군대에서 여성 군인의 특성은 특별한 것이다. ‘여성적인 것’은 여성들의 고유한 노력으로 재편되었지만, 도리어 성 역할을 재생산하는 효과를 내었다. 성별을 불문한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젠더 이념 앞에 오롯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군이 여성을 포함한 많은 소수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인권중심적인 군대로 탈바꿈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제시되는 북유럽 국가의 여군제도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전반적으로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영역에서부터 젠더 다양성과 민주성을 선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사적 가치가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비폭력, 탈군사화 가치가 군을 장악하는 것이 젠더 갈등에서 비롯한 여성 징병제 논란의 해법이라고 한다.
대담한 제목을 보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편안한 결론이었다. 젠더 갈등과 여성 징병제는 너무도 민감한 이슈라 아예 외면해버리기 쉽지만, 정치인들이 제도화하여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가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이다. 실질적 성평등을 위함이라면 ‘공평’을 논하며 여성 징병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군대는 정말 갈만한 곳인지, 국가안보라는 목적을 위해 뭉친 집단성에 의해 개인의 호소와 특성이 모두 말살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여성과 남성 군인 모두가 ‘군인’ 자체로 존재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그들의 숭고한 노력과 희생으로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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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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