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1.8.23
아버지에게 갔었어
- 글쓴이
- 신경숙 저
창비
아버지라 한 번도 불러 본적 없는 나의 아빠. 아버지. 엄마를 생각하면 애증의 감정이 넘실대고 그러면서 눈물도, 화도 나지만 아빠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그냥 무섭고, 가부장적이고, 그래서 아빠 앞에서 큰소리 낸 적 없는, 그냥 아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와 남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친구 같은 아빠는 아니지만 이젠 인자하기 한 울 아버지. 뭐든 주고 싶어하시는 아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과연 아빠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솔직히 아빠의 인생에 대해 관심 가져 본 적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무섭기만 했던,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런 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당신의 자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신도 몰랐던 것은 아닌지. 아빠도 아이들을 키우고 건사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테고 거듭되는 실패들이 당신의 삶을, 위치를 작게 했지만, 가장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으시려 더 큰소리를 내셨던 것은 아닌지. 한 번이라도 아빠의 인생에 대해 관심 가졌던 적이 있었나? 아빠가 얼마나 외로우셨을지를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소설은 주인공 ‘나’가 엄마의 입원으로 J시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보러가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5년 동안 오지 않았던 부모님의 집. 부모님의 집에 오면서 ‘나’는 옛날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전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아버지의 삶.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갔던 아버지가 목격한 것, 소값 폭락과 시위.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들이 소설에 담겨 있다. 또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과 모습에서 같은 자식이지만 다른 형태로 부모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이 무겁군. (392)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나의 보호자가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과 내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었고, 아이들에게 나와 남편이 보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우리 부모님의 보호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식도 모두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는 날이 온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부모님을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 설 이후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 불효라면 불효였다. 그래서 얼마 전 부모님을 뵙고 왔다. 용돈도 드리고 필요한 약도 드리고 왔다. 이게 뭐라고 부모님은 좋아하신다. 곁에 살면 자주 찾아뵐 수 있었을까?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감사하고 감사한 울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자. ^^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