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1.8.31
오늘도 계속 삽니다
- 글쓴이
- 김교석 저
위고
비슷한 표현들이 있다. 내가 먹는 게 나를 말해 준다든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나를 말해 준다든가 하는 것들. 이 또한 비슷한 차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돈을 주고 사는 것들이 나를 말해 준다는 것도. 같은 품목이라도 얼마짜리를,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을, 어떤 회사에서 만든 것을 골라 취하는가 하는 기준. 더 근본적으로는 무언가를 사는가 마는가 하는 것부터.
앞서 읽은 작가의 책 '아무튼, 계속'에 흥미가 남아 있어 이 책도 빌려 보았다. 대상이 무엇이든 '계속' 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건 요모조모 관심을 둘 만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딱 기대했던 만큼 내 흥미를 충족시켜 주어 괜찮았다. 쇼핑을 하는 일로 삶의 가치관을 이렇게도 쌓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좋아 보였다. 나와 다를지라도.
도구나 물건을 사는 일. 그것을 취하면 없을 때보다 어떤 면에서든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있어서 살 것이다. 돈이 너무너무 많아서 부족한 게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그들은 무슨 재미로 쇼핑을 할까 도무지 쓸데없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지만) 가진 돈이 한정되어 있는 사람으로서는 늘 궁리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 사도 될 것인가, 사는 게 안 사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인가, 어쩐가...... 그래도 사서 갖고 싶은데, 가까이 두고 싶은데. 좀더 비싸거나 좀더 질이 좋거나 좀더 격이 있어 보이거나 하는 것들로.
어쩌다가 쇼핑에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내 주제에 이것을 사도 되는가 고민하도록, 고민하다가 그만 불행을 느끼고 말도록. 작가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살지 말자고, 우리 함께 갖고 싶은 것을 가짐으로써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살자고 말해 주려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또 여럿이 함께 살든 지금 내가,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물건이든 도구든 장식품이든 사서 쓰면서 보면서 살자고. 끄덕거려진다. 어떤 것은 뒤로 미룰수록 후회만 남겨 주기도 하니까.
쇼핑을 하자고 한다고 해서 사치나 낭비를 권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어떨까 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내 상태를 높여 줄 쇼핑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이게 마냥 쉬워 보이는 건 또 아니다. 남들에게 내 삶을 다 보여 주지 않겠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남과 비교하는 일을 아주 안 하는 게 아니니까. 이래저래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겠다.
돈을 주고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것저것 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씩 들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뭘 또 굳이?' 싶다. 사고 싶었다가도 금방 절제하는 내 선택, 이 또한 나의 본성인가 보다. 그리 불행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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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