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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
- 작성일
- 2021.9.5
여행의 말들
- 글쓴이
- 이다혜 저
유유
유유출판사의 말들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엔 이다혜 기자가 참여했단다.
이다혜 기자답게 여행의 말들을 모았다.
이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코로나 이후 여행을 가지 못하는 탓인지 여행책자 출판이 뜸하다.
가끔 내놓는 책들은 예전 여행을 추억하는 책들.
그런 책들이라도 붙잡아 읽어보는 것은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탓이기도 하고
너도 나도 함께 여행을 다 같이 가지 못한다는 한계를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도 단계가 높아진 탓에 아무데도 가지 못했고 덕분에 휴가를 아낄 수있나 했는데
덜컥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여행을 가니마니해도 놓칠 수 없는 황금연휴를 끼워 입원을 했고
또 코로나 덕분에 면회도, 보호자도 없이 혼자 1주일을 지내다 퇴원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에서 <여행의 말들>을 읽으니 기분이 묘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예전에 여행은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이후엔 어떤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고,
병원에 갇혀 여행책을 읽으니, 밖에서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것도 여행이구나 싶었다.
이다혜 기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펜데믹을 정통으로 경험한 세대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리라. 그리고 여행 방식도,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여행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독서는 더 즐거운 여행의 체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장소보다 '보는 눈'을 키우는 여행 패턴. 방 안에 앉아서 화성보다 먼 곳까지 여행하는 책 읽기의 기쁨.
직장동료와의 유럽여행은 일반 여행과는 좀 다른 루틴이 있었다.
여전히 상하관계가 존재했고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익명성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얼굴만 알던 다른 병원 직원과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에 내리는 관광지에서 엽서를 부쳐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와이프에게 갖고싶은 선물이 있나 물었더니 가방같은건 필요없고
해외우편소인이 찍힌 엽서가 한장 받고 싶다"고 했단다.
어쩐지 그 와이프 되시는 분이 멋져보였다.
다들 여행경비를 아껴가며 배우자에게 작은 명품이라도 선물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던데
직접 쓴 엽서라니!
여행지에서 '문득' 생각나 적은 엽서는 누구에게서 받아도 설렌다. '문득' 이런 수고를 들일 만큼 좋은 기억의 한편에 제가 있나요. 그렇다면 진심으로 기쁜 일입니다. 오늘 또 한 번 당신을 생각했어요.
입사를 하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준비한건 "금정산 등산 연습"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대표가 입사를 하게되면 무조건
"금정산 등산"을 제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등산이라면 끔찍히도 싫했다.
내 전임자는 산을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내가 입사도 하기전에 너무 걱정을 하니
본인이 사전답사겸해서 따라가주겠다고 했다.
어느 일요일, 그분과 함께 물을 하나 챙겨서 예행연습을 했다.
사회의 쓴맛을 느낀 첫 순간이랄까. ㅎㅎ
나는 등산을 즐기지 않는다. 산을 잘 오르지도 못한다. 노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산행을 함께하게 될 때가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높은 분의 취미가 등산이면 해마다 산에 간다는 '썰'은 아주 흔하다. 한국에는 일단 산이 많고 많으니까. 그런데 산에 갈 때마다 놀랍게도 평소에 특별히 운동을 좋아하거나 산을 잘 탄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꼭 있다. 알고 보면 산악동호회 출신으로 전국에 안 올라 본 산이 없단다. 그럴 때마다 사람이 있는 장소가 바뀌면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란다.
여러 여행이 있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여행 중에 "내 방 여행"이 있다.
사실 내 방이지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줄인다고 줄여도 물건은 계속 쌓이고 잘 두었다고 생각한 물건은 절대 찾을 수가 었다.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이라는 책이 있단다.
어떤 여행일지 궁금해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옷을 쌓아 놓아 앉아 본 지 한참 된 의자를 치우고 앉아 보고 싶다. 옷장을 열어 옷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다. 아니, 이건 여행이 아니라 살림이잖아. '내 방 여행하는 법' 말고 '내 방 경영하는 법'으로 제목을 바꿔 책을 써 볼까. 잡동사니를 이고 지고 사는 사람의 눈물의 통곡.
이다혜 기자 덕분에 100권의 여행책과 여행하는 호사를 누려봤다.
여행은 늘 옳다. 그 옳은 일을 슬슬 실행에 옮겨볼 때다.
이다혜 기자와 함께 한 100번의 여행,
<여행의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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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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