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틀리
  1. 일본 범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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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외딴집 (상)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9.1 (39)
리센틀리

 이 작품은 내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에서 제일 재미없게 읽은 작품이다. 편집자가 뒷날개에 밝힌 대서 알 수 있듯이-편집자는 이 작품에 대해 '끈기를 가지고 읽는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텐데...'라고 써두었다.-이 작품은 정말 지루하다.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있어 최고의 기량을 가진 미야베 미유키이기 때문에 인물들은 개연성이 있게 움직인다. 그러나 서사로서, 독자를 고려한 소설로 보기에는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다.



[외딴집 일본 원서]-장편이라는 말을 넘어서 거편(巨篇)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일본 편집자 조차도 '길다'는 걸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충분히 한권에 쓸 수 있을 분량을 두권으로 늘여쓴 듯한 기분이다. 일문학을 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일본 정취를 느끼면서 즐길 수 있을 작품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그저 지루한 작품이다.


 몇년전에 [반지의 제왕]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남들 다 읽으니까, 고전이니까 이를 악물고 읽었었다. 서양문화권에서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세계관이 구비문학으로 꾸준히 전승되어 오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서양사람들에게 그 작품이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고, 작품성있게 와 닿을 수 있었을 터이다. 그리고 [해리포터]라고 하는 작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만약 그 책이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른들까지 원서를 사서 보며 읽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대중성을 확보할 만한 작품일까? 세계적으로 유행이었고,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그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서양의 구비문학 전승, 신화체계까지 덩달아 관련서적이 만들어지고 번역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입안이 씁쓸해졌었다. 한국의 구비전승에 기반한 소설이 히트를 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에게는 이 작품이 정말 재미있게 읽힐 수 있고, 감동적으로 읽힐 수 있다(과연?).


 이 작품은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는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인간들이 비이성적인 사고, 미신적 사고를 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시대 배경을 바보라고 불렸던 한 소녀를 앞세워 고발한 작품이다. 그 구조자체는 흥미롭지만 디테일을 채우고 있는 것은 지극히 일본적인 신화나, 역사나, 인물, 사회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고문을 받는듯한 심정이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끈기를 가지고 읽는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텐데.'


라고 고맙게 써두셨는데 다 읽었을 때 내 마음 속에 남은 것은 허탈감 뿐이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자기가 오래 시간이나 돈이나 노력을 투자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그 건강한 경향성조차 이 작품은 붕괴시켰다.  


 이야기가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의의도 괜찮고, 그리고 자료 조사도 잘 되어 있어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서사성의 측면에서 보면 글쎄 난 이 작품이 균형감각에서 실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긴장이 고조되는 부분도 없고 긴장을 만들어낼 만한 중심적 갈등도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틱하지 않다.  


 단적인 예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호이고, 또다른 주인공은 가가님인데. 그 가가님은 상권(무려 400페이지)에서는 분위기만 풍기고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다가 하권 100페이지가 지날 무렵에야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신다. 그리고 한 200페이지 남짓 활동하다가 사라진다. 허무하다.


 골격은 잘생겼지만 살이 쪄서 이목구비가 모호한 남자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비교할 만한 게 아니기는 하지만 차라리 이야기성에 있어서는 [부엉이와 밤의 왕]이라고 하는 라이트 노벨이 훨씬 재미있다. 거기서도 어리석은 소녀가 나와 세상을 치유하는데, 그 작품은 서정적인 문체로 지극히 겸손한 분량으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류의 사회반성, 정보의 통제를 통한 권력자들의 지배방식을 에도 시대 버전으로 심도 있게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뭐 나름 괜찮을 수도 있겠다.


 나름 방대한 분량이었던 [모방범]을 걸신들린듯 신명나게 읽어치웠던 나였지만 이작품만큼은 800페이지짜리 고문이었다. 끝나지 않는 고전문학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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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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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o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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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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