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깔라미
  1. 버뮤다 NO!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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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글쓴이
쯔진천 저
한스미디어
평균
별점9.4 (32)
또깔라미

이토록 유쾌하고 재미있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또 있을까?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주기도문'의 한 구절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떠올랐다. 이 책의 중국어 제목은 『低智商犯罪』 즉, ‘저지능범죄’라고 할 수 있겠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다룬 범죄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제목을 저지능(지능이 낮은) 범죄라고 명명하다니...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텐데,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은 제목일 수 있어서 한국어판에서는 부패 공무원을 다룬 범죄 소설이기 때문에 제목을 이처럼 바꾼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어판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제목에 흥미를 느끼고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니까.



 



추리물 중에 단연코 으뜸이 뭐냐고 물으면 난 ‘명탐정 코난’이라고 대답하겠다.(내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다른 작품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코난(신이치)은 10대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어쩌면 이리도 논리적으로 범인을 잘도 찾아내는지... 코난 이외의 많은 추리 소설의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라면 쯔진천 작가의 최신작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는 가볍고 심지어 밝은 느낌마저 든다.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해서 스토리까지 가볍다는 건 결코 아니다.



 



책의 마지막 '옮김이의 말'인 p.536를 보면 ‘기존 작품을 통해 인간 본상에 대한 통찰력과 어두운 사회 현실에 대하 날카로운 시선을 유감없이 보여준 쯔진천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편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로 모른다’라고 되어 있다. 기존에 쯔진천 작가의 스타일을 좋아하던 독자였다면 이번 작품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나처럼 쯔진천 작가에 대해 몰랐던 독자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의 작품을 좀 더 접하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작품과 이번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도 드니까.



 



다시 돌아와서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에는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책 맨 처음에 나오는 등장인물 소개를 보고 살짝 겁이 났지만, 많은 인물이 나오는 <정체>를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첫 장을 열었다. 흡입력이 얼마나 강한지 읽다보면 등장인물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소설에 흠뻑 빠지게 된다.



 



대략 줄거리를 안내하자면 성 공안청의 가오둥 부청장 앞으로 투서가 하나 도착한다. 부청장과 적대관계에 있는 저우웨이둥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인데 발신자가 누군지는 알 수가 없다. 마침 저우웨이둥의 조카인 자우룽이 있는 싼장커우에서 저우룽을 조사하던 형정 부국장인 루정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가우둥 부청장은 루정 실종사건도 조사하고 저우룽을 조사하기 위해 장이앙을 싼장커우 공안국 부국장으로 발령을 낸다. 부임한지 일주일 만에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현장에는 피해자가 죽기 직전에 바위에 이름 하나를 적어두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장이안이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상사가 부하직원을 죽였다며 살인자로 몰리는 이 상황을 장이안을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인가.



 



거기에다가 더불어 한탕을 노리는 두 강도 팡차오와 류즈, 다른 사람들을 등쳐먹고 다니는 고물상 주인인 샤탕강과 샤오마오, 그리고 저우룽 일당들까지 모든 인연과 사건들이 얽히고 설켜서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전혀 관련 없던 사건과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본의 아니게 연결되는 걸 보면서 '쯔진천은 진짜 천재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밀하게 짜여진 플롯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앞에선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의 매력은 범죄추리물인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어둡지 않고 때론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심각한 장면에서 오히려 웃긴 장면이 등장하는 모습이 난 오히려 현실감이 들어서 좋았다. 범죄를 해결하는 경찰이 신이 아닌 이상 실언도 하고 실수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잘 버무려서 이야기에 녹여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혼자서 공을 독차지할 생각을 하면 어떡해? 결과를 봐, 또 놓쳤잖아.” (중략) 장이앙이 매섭게 쏘아보았다. 다른 경찰들도 덩달아 쑹싱을 책망했다. 지난번에도 그리 허망하게 OOO을 놓치더니, 이번에는 공에 눈이 어두워 혼자 체포하겠다고 설치다가 또 놓쳤네. 게다가 혼자 앉아서 쉬고 있었다니. 경찰견도 이런 상황에선 범인을 쫓아야 한다는 걸 알 텐데, 어떻게 사람이 개만도 못하냐? -p.387~388-



 



아... 불쌍한 쑹싱... 불운의 아이콘! 그는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겨서 상사인 장이안과 왕루이쥔에게 야단 맞고 경찰 동료들에게 눈총을 받는다. 다들 이런 경험 한번씩은 있을 거다. 그도 열심히 해볼라고 하다가 일이 꼬였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를 책망만 하니 분하고 억울할 만하다. 일련의 발생하는 소설 속의 사건과 사고들을 보면서 어떤 일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내 눈 앞에 놓인 사건과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우연과 진실이 뒤섞여 있어서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내기가 힘들다. 또한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오해함으로써 사건을 오판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누구는 의도치 않게 남에게 피해를 주고 누구는 운으로 쉽게 사건까지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게 인생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참 내 맘대로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그려.



 



쯔진천 작가가 말한대로 모든 추리소설이 다 심각할 필요 없고, 주제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읽고 유쾌하고 즐겁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는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기존 쯔진천의 팬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는 범죄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마지막로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한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본다.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기재하지는 않겠지만, p.443의 18~19줄의 내용과 p.453의 3~5줄, p.454의 17~21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끝내 숨을 거뒀다’라고 표현된 등장인물이 곧이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살아서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아... 최고의 작품에 옥의 티라니... 이 책을 너무나도 재미 있게 읽은 독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에 몇 자 적은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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