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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ven
- 작성일
- 2021.9.13
그 이름을 부를 때
- 글쓴이
- 송원근 저
다람
그 이름을 부를 때. 송원근
☆☆☆☆☆
요즘은 드라마 보기가 힘들다. 으찌나 감수성이 충만하고, 눈물샘은 어찌그리 쉽게 폭발을 하는지. 분명 호르몬의 문제이긴 할테지만, 가끔 싫다. 근데 이번엔 책이다! 영상이 주는 몰입감도 없지만, 이 책은 달랐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 감독이 감독을 맡고부터 이후 완성, 개봉까지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할머니를 만나서 변해가는 자신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말미에 자신이 간암에 걸려 고생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은 건강하시겠지?
. 영화 「김복동」을 개봉한 지 2년,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것은, 영화를 제작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자꾸만 떠올리는 행위이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뇌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이름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영화 김복동 이 할 수 있다면, 또 이 책 《그 이름을 부를 때》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 될 것 같다.
김복동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알게되고 감독이 고백한 말이다. 이 말이 참 크게 다가왔다.
.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 몰랐다는 말,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무관심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저도 아직 모릅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시작을 했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똑바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역사 앞에 경건하게 선 기분이었습니다. '위안부'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산 것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닌지,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위 인터뷰 내용에서 똑바로의 따옴표는 내가 해봤다.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고 싶은 감독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것 같아서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보고 고백하는 장면은 많이 아프다.
. 응급실을 찾는 횟수는 늘어날 것이고 그 간격도 잦아질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의사의 안내인지 예측인지 알 수 없는 그 말이 참 무서웠다. 그것은 마치 죽어가는 사람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렸다. 스스로 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나무, 문득 김복동 할머니가 그렇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할머니의 인터뷰 내용과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의 고백이다. "정신적으로도 속박당하는" 성노예라는 단어가 가슴을 틀어막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 미소를 활짝 지으시면서 “응, 기다렸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그 '기다렸다'는 말이 저는 정말 슬펐어요. 너무나 슬픈말이었어요. 온몸을 휘감는 슬픔이 느껴질 만큼, 어떤 가혹한 얘기를 듣는 것보다 굉장히 쓰라린 느낌이 들었는데, 할머니는 그 지옥 같은 위안소에서 해방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잖아요. 그런데 그 위안소라는 데에서 지내는 열대여섯 살의 김복동 할머니가, 그곳에 감금된 상황에서 그 사람이 오는 시간이 마치 해방인 것처럼 착각하는 거잖아요. 할머니가 그런 생각을 한 그 자체가 바로 성노예인 거예요. 몸도 마음도 그렇게 갇혀버려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성노예요. 그러니까 군인들이 올 때 말을 잘 들으면 이 사람은 나를 때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거나, 나를 잠시나마 이 지옥에서 해방시켜주는 그 군인을 기다린다거나 하는 것이 할머니의 그 미소와 섞이면서 굉장히 아픈 말로 다가왔어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꽁꽁 묶이고 매를 맞는 것이 노예라면, 피해자들은 그곳에 갇혀서 '정신적으로도 속박당하는' 성노예로 산 거예요. 할머니 역시 그런 상황에서 성노예로 길들여진 거죠. 그 환한 미소와 함께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기다렸다'는 말이 저는 기억에 오래 남아 있어요..
☆☆☆☆☆
요즘은 드라마 보기가 힘들다. 으찌나 감수성이 충만하고, 눈물샘은 어찌그리 쉽게 폭발을 하는지. 분명 호르몬의 문제이긴 할테지만, 가끔 싫다. 근데 이번엔 책이다! 영상이 주는 몰입감도 없지만, 이 책은 달랐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 감독이 감독을 맡고부터 이후 완성, 개봉까지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할머니를 만나서 변해가는 자신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말미에 자신이 간암에 걸려 고생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은 건강하시겠지?
. 영화 「김복동」을 개봉한 지 2년,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것은, 영화를 제작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자꾸만 떠올리는 행위이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뇌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이름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영화 김복동 이 할 수 있다면, 또 이 책 《그 이름을 부를 때》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 될 것 같다.
김복동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알게되고 감독이 고백한 말이다. 이 말이 참 크게 다가왔다.
.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 몰랐다는 말,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무관심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지 저도 아직 모릅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시작을 했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똑바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역사 앞에 경건하게 선 기분이었습니다. '위안부'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산 것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닌지,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위 인터뷰 내용에서 똑바로의 따옴표는 내가 해봤다.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고 싶은 감독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것 같아서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보고 고백하는 장면은 많이 아프다.
. 응급실을 찾는 횟수는 늘어날 것이고 그 간격도 잦아질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의사의 안내인지 예측인지 알 수 없는 그 말이 참 무서웠다. 그것은 마치 죽어가는 사람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렸다. 스스로 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나무, 문득 김복동 할머니가 그렇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할머니의 인터뷰 내용과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의 고백이다. "정신적으로도 속박당하는" 성노예라는 단어가 가슴을 틀어막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 미소를 활짝 지으시면서 “응, 기다렸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의 그 '기다렸다'는 말이 저는 정말 슬펐어요. 너무나 슬픈말이었어요. 온몸을 휘감는 슬픔이 느껴질 만큼, 어떤 가혹한 얘기를 듣는 것보다 굉장히 쓰라린 느낌이 들었는데, 할머니는 그 지옥 같은 위안소에서 해방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잖아요. 그런데 그 위안소라는 데에서 지내는 열대여섯 살의 김복동 할머니가, 그곳에 감금된 상황에서 그 사람이 오는 시간이 마치 해방인 것처럼 착각하는 거잖아요. 할머니가 그런 생각을 한 그 자체가 바로 성노예인 거예요. 몸도 마음도 그렇게 갇혀버려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성노예요. 그러니까 군인들이 올 때 말을 잘 들으면 이 사람은 나를 때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거나, 나를 잠시나마 이 지옥에서 해방시켜주는 그 군인을 기다린다거나 하는 것이 할머니의 그 미소와 섞이면서 굉장히 아픈 말로 다가왔어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꽁꽁 묶이고 매를 맞는 것이 노예라면, 피해자들은 그곳에 갇혀서 '정신적으로도 속박당하는' 성노예로 산 거예요. 할머니 역시 그런 상황에서 성노예로 길들여진 거죠. 그 환한 미소와 함께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기다렸다'는 말이 저는 기억에 오래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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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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