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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woo
- 작성일
- 2021.9.24
행복해지려는 관성
- 글쓴이
- 김지영 저
필름
[책속한줄]
시간은 인간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기본적인 장치이다. 영화만 봐도 어딘가 고립된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날을 헤아리는 일 아니던가. 더 이상 시간의 경과를 가늠할 수 없게 될 때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 된다. 기약 없이 긴 시간은 순간의 소중함을 간과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생 중 하루와 1년 중 하루가 갖는 오늘의 무게는 결코 같을 수 없다.(중략)
그런 의미에서 새날의 시작은 반드시 연도가 아니어도 좋겠다. 벽에 기대 눈을 감았다 뜨는 앙큼한 속임수까진 아니더라도 내 나름의 시작증후군 처방을 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해 중반 즈음 '올해는 망했다'며 포기하는 위험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낮잠을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뒷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것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말끔히 하고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일기를 쓰는 것도 좋겠다. 어차피 연월일시조차 가상의 경계에 지나지 않으니 핑계의 여지는 있다. 그러니 나도 당신도 올해에는 부디 포기 말라. 마음만 달리 먹으면 매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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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행복한가요? 하루에 단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하루를 보냈을테니 그 삶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그 행복했던 순간의 힘이 오늘의 당신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다. 내 삶이 단단해지는 또 다른 힘, 행복.
나는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거창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고, 또 담금질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 힘듦의 댓가로 나는 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라 믿었고, 그렇게 달려온 오늘을 맞이하는 나는 이 피로감에 간혹 길을 잃곤 했다. 정작 그 미래가 언제일지 막연하게만 생각했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한 해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살고있지 않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짓눌려 나를 채찍질하는 나날이 있기도 했다. 왜 나는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지 못하면서 앞날의 행복을 위해 나를 졸라멘걸까.
참 오랫만에 행복했던 순간을 간만에 골똘히 생각해봤다. '넌 오늘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던진 어느 유명한 배구선수의 목소리가 왠지 지금의 넌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 뭉클했던 순간에 나는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행복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해보면 내 삶에 행복했던 시간은 소소한 곳에서 시작됐다.
해결되지 않았던 일을 동료와 함께 해결할 때의 희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함께 먹는 맛있는 밥 한끼,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 주말 아침 느긋하게 감싸주는 새로 빤 이불의 냄새, 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내 옆에 붙어있는 나의 작은 반려동물의 숨소리, 오랫만에 듣는 반가운 이의 목소리, 가만히 보던 티비 속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찾아가 먹었던 날의 기쁨, 우연히 찾아간 공간에서 느낀 상쾌한 낯섦,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안정감.
무엇보다 나는 시작과 기록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는데, 정작 완벽한 기록에 대한 열망으로 말을 잇지 못해 공백으로 남겨진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한 나날이 며칠간 반복될 때면 그 공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 공간을 채우는 것 역시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들고 싶었던 내 욕심일텐데.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즐길 수 있어, 강박을 버리면 또 다른 행복이 열린다. 행복에 대한 작은 것들의 힘. 그것이 다시 나를 행복하게 살고싶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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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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