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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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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편집
글쓴이
안도 아키코 저
홍익출판미디어그룹
평균
별점9.5 (38)
오리 아가

 



에니어그램 워크샵을 마치고 나오다 진행하셨던 수녀님께서 내 유형을 물어보시더니 이젠 생각을 좀 줄여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 당시 정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내 머리만 어디 뚝 떼어놓으면 몸의 다른 부분들은 정말 편안할거야”하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기도 해서, 어떻게 하면 생각을 줄여볼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의 흐름을 관찰해보니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의 양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했는데, 한동안 좀 적어졌다가 요즘 들어 다시 생각이 많아짐을 느낀다. <생각의 편집>이라는 제목보다도 “수많은 생각 속에서 내 삶을 지탱할 진짜 생각을 찾아내는 법”이라는 표지 하단의 문구가 더 시선을 잡아 끈 것도 그런 이유에서 다.



 



오고 가는 생각 모두가 내 삶에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생각을 줄이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은 좀 어려웠다.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철학자, 기호학자, 사상가, 심리학자 등의 이론, 개념, 용어들이 제시되고 그림 자료도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흥미로웠다.”온갖 형태의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잡다한 정보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여 쉴 새 없이 편집하는 행위를 편집공학”이라 소개하는 저자는 책을 통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들과 근거를 2장에 제시하고(이 부분이 읽기가 좀 어려움), 3장에서는 이를 직접 실습해보도록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을 안내하는데, 2장과 3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장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4장에서는 저자가 속한 편집공학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통해 소개하고 5장에서는 다시 한번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먼저 “나누면 안다, 알면 바뀐다”는 2장의 첫 번째 항목이었다. 큰 변화를 앞두고 멍해있던 나에게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인 작업 이미지로 그려 낼 수 있을 때까지 작은 사이즈로 나누는” 이 첫걸음은 ‘아, 그렇구나’하는 자각과 함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내가 다룰 수 있는 사이즈로 나누어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언런(unlearn)에 관한 부분도 인상 깊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던 범위를 벗어난 언런의 개념을 접하며 내가 배워온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자리매김하도록 시선을 넓혀주었다.



 




일본 철학자 쓰루미 슌스케가 오래전에 <아사히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언런에 관해 쓴 부분이 무척 인상 깊어 절반으로 접어서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대학에 다닐 때 뉴욕에서 헬렌 켈러 여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헬렌 켈러 여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뒤 새로운 것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나의 배움을 수정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말 그대로 ‘learn’ 다음에 ‘unlearn’이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 몸에 딱 맞춰진 형태의 스웨커를 사고 나서 다시 원래의 실 뭉치로 되돌린 다음 내 몸에 맞게 다시 뜨는 정경을 상상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unlearn’하는 행위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쓰루미 슌스케는 자신이 생각하는 언런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한번 받아들인 지식을 자기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도록 스웨터를 새로 뜨듯이 다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은 버리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덧쓰는 것도 아닌 정성을 들여 다시 한 번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재사용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움이야말로 본래의 배움을 최대한 확장시키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87-88




 



이 책의 미덕은 이처럼 전에 접해보았던 사고법을 소개하더라도 조금 더 들어간 지점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라 여겨지며, 이는 “편집이란 결국 지식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저자가 이 책에 담고자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중요성 또한 강조됨을 보는 요즘, 개인 안에 들어있는 상상력을 이끌어내어 결국 인류의 자산이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에 힘입어, 책에서 소개받은 사고법들을 하나씩 적용해가며 나의 재능을 개발하고 싶어진다. 나와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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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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