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1.10.13
물리지 않는 물리학
- 글쓴이
- 이노키 마사후미 저/정미애 역/오스가 겐 역
필름
1963년에 발간되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을 50년도 더 지나 복간한다. 이 자체로야 그렇게 드물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책이 물리학 책이다. 일단 궁금한 것은 1960년대에 어떻게 이 책이 단기간에 수십 쇄를 찍을 만큼 팔리고 읽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 책을 50년이 지나 다시 복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자문(自問)에 대한 답이다.
이 책은 양자역학,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소립자이론 등등을 다룬다. 이렇게만 봐서는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그게 1960년대의 일이다. 그야말로 물리학의 최첨단 이론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등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 전의 일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이론들은 대중 속에서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물리학 연구자들에게도 첨단이었다. 그리고 1960년대는 일본이 패전 이후 물리적 피해와 함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을 이루던 시기다. 경제 발전은 과학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었을 것이고, 특히 당시 가장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던 물리학에 일본 국민들은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요구 속에서 나왔다.
요구에 대한 충족만으로 이 책의 인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책을 보면 정말 저자의 고심이 느껴진다. 지금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소립자이론, 우주론 등을 수식 없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예를 통해 최대한 이해시키기 위해서 애를 쓴 흔적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수준은 낮추지 않았다. 당대의 독서 요구와 함께 바로 그런 열정과 고민이 그대로 배어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자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이런 과학 교양 서적이 수십 년이 지나서 다시 발간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물론 대형 스테디셀러는 있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같은 경우). 그렇다면 이 책은 왜 복간이 되었을까? 우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렇게 구닥다리가 아니란 얘기다. 아직도 우리의 물리학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그 이론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 전, 지금보다 더 최첨단 이론으로 대접받던 시절의 설명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설명은 그것대로, 지금과 거의 비슷한 방식의 설명은 또 그것대로 흥미로우면서 유익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재미는 그 사이 물리학의 발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간하면서 본문에서 당시에도 틀렸던 내용은 유족의 양해를 얻어 수정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달라진 내용은 감수자인 오스가 겐이 주석을 달고 있다. 당시와는 다른 명칭들이 적지 않고, 또 알려지지 않았던 쿼크 같은 것들이 밝혀지면서 소립자 이론 자체가 바뀌었다. 이런 것들을 본문에는 그대로 두면서 주속을 통해서 바뀐 내용, 새로 알려진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어 물리학이 그 사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 아직도 쉽지 않은 게 이 책의 물리학이다. 하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왜 물리학이 경이로운 과학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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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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