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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랭
- 작성일
- 2021.10.27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글쓴이
- 최혜진 글/해란 사진
한겨레출판
최혜진 작가님의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내가 좋아했던 그림책을 떠올려보고 이번 기회에 어린이 책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리고자 이 책을 선택했다.
항상 실패와 우울은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순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이 있다면 어떨까? 최혜진 작가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이닥치더라도 10명의 작가들의 책을 방파제 삼아 자신을 좋은 것을 지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인터뷰집을 통해 무엇보다도 나를 지켜낼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꼭 발견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나간 10명의 한국 그림책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이 용기를 북돋워 주고 영혼을 깊이 위로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책이다. 어릴 때 이후 그림책을 보지 않은 독자들과 자꾸만 찾게되는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 10명의 작가들이 뽑은 ‘톨파하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 권윤덕 작가의 ‘과정으로만 존재하기’
한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권윤덕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인 <만희네 집>을 지었다. 그는 돌봄노동과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것을 확보하려고 끊임없이 싸웠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만희네 집>이다. <만희네 집>에는 집 안의 풍경이 건축도면 만큼 섬세하게 담겨있는데,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상황과 형상들이 생생한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모든 곳에 시선을 던질 때 우리는 과정 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위계 없는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를 위로하는 책이 그림책의 가치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소윤경 작가의 ‘의문문의 쓸모’
소윤경 작가의 세계는 미스터리하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에게 도식적인 그림보다는 도식을 배반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 타인의 고통이나 불의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사람들에게 “무심한 사람보다 훨씬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작가가 거절과 상처에 단련될 수 있었던 것은 의문문을 끊임없이 던졌기 때문이다. 어릴때 선생님에게 오지랖이 넓다고 혼이 나기도 했던 나에게 큰 힘이 된 문장이었다. 비난의 시선을 보내더라도 우리 모두가 사회 이곳저곳에 무심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수지 작가의 ‘놀이가 태도가 될 때’
이수지 작가는 아이의 몸짓과 움직임에서 전해지는 감정을 선으로 잡아낸 그림이 가득한 책을 만들고 있다. 그의 책 속 어른은 아이 입장에서 든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냥 곁에 있어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선을 지키며 아이들의 놀이와 세계를 지켜주는 것이 어른 역할인 것이다. “매 순간 좋은 점, 배울 점을 찾으려는 태도를 가진다면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지금도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는 이수지 작가의마음은 이러한 태도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유설화 작가의 ‘인정욕구에게 질문하기’
유설화 작가는 슈퍼거북과 슈퍼토끼처럼 사회가 인정하는 성공이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과 일치하지 않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성공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림책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를 현실의 냉혹함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에 여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어린이도서는 환상만 보여준다는 편견을 저 멀리 날리는 문장이었다.
- 고정순 작가의 ‘바닥에서 선택한 웃음’
그는 시야를 들어 바깥을 보게 해주고, 타인과 공감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 다름아닌 아픈 자신의 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련을 자기극복의 기회로 삼고 아픔은 웃음으로 날려버린다. 이러한 긍정은 무한긍정이 아니다. 주어진 범위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노력이 담긴 긍정이다. 우리는 ‘낙하’를 떠올리면 바닥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고정순 작가는 떨어지는 모습이 아닌 착지의 자세를 떠올린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긍정, 웃음, 착지에 대한 상상이 그의 돌파하는 힘이다.
- 이지은 작가의 ‘자립을 위한 흔들림’
이지은 작가의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그는 어쩔수 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들여다보고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책에 남기고 싶다고 말하며 화해의 가치를 강조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쉽게 평가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하는 태도는 흔들리다가도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 안정을 찾아준다고 한다.
- 유준재 작가의 ‘기다림이라는 의지’
유준재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찾아다니며 독립출판물을 시작으로 그림책을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는 일상 속에서 가능성을 찾고 작은 가능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메모한다. 그는 100개 중 99개가 버리더라도 버려지지 않는 메모는 계속 붙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는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를 곱씹어보면서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며 자신을 정돈하고 균형을 되찾는다. 그에게 기다림은 삶의 원동력이 되는 적극적인 수행인 것이다.
- 노인경 작가의 ‘작사록 (작고 사소한 기쁨의 목록)’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노인경 작가는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좋고 많이 그리고 많이 버리는 작업 스타일이 맞기 때문에 그림책 출판과 속도가 맞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실패와 오류를 마주하는 것도 피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이다. 오류와 실패로 넘어질 것을 알지만, 그때에만 찾아오는 성장과 깨달음이 있음을 믿는다.
- 권정민 작가의 ‘자리바꿈의 이유’
10년동안 방속작가의 일을 하다가 자신에게 안식처이기도 했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4년만에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출간했다고 한다. 권정민 작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목소리를 높여 외치기보다는 신선하게 설득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는 인간과 동물, 남성과 여성과 같은 사회가 정해놓은 구도를 뒤집는 책을 만들고 있다. 이 챕터에서는 자기성찰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연습과 자리바꿈이 왜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 박연철 작가의 ‘주변부에서 꾸는 꿈’
박연철 작가는 오토마타 인형 만들기, 광고 이미지 콜라주, 전통 소재와 기존의 소재 섞기와 같이 기존의 것을 뒤섞어 그림책에 담고 있다. 그는 익숙한 재료를 손에 쥐고 섞어보며 발상을 하는 것이 관념의 덫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같은 혼종과 뒤섞기를 통해 작가는 그림책만의.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고 있다. 2세대 이동통신 폰을 바꾸지 않았던 이야기, 작가소개란을 픽션의 장으로 활용한 에피소드에서 다수가 합의한 틀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책도 사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작가님의 작업실 풍경, 손, 작업 도구, 그림책에 담긴 인형, 반려견은 해란 작가님이 찍은 사진이다. 10명의 그림책작가님의 일상을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어 좋았다.
* 한겨레 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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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