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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글쓴이
박권 저
동아시아
평균
별점8.4 (30)
sanayu

우리는 왜 과학을 공부하는가. 과학 자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 같은 철학적 문제의 해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전에는 이런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종교나 철학이 전담해 왔지만 종교는 비합리적이고 철학은 공허할 때가 많았다. 반면 과학은 그 엄밀한 방법론으로 자연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실적 이해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철학적 문제 규명에도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 책의 표지 문구나 추천사, 서문 등은 바로 이런 기대를 하게 한다. 그래서 같은 시각에서 우주과학에 기반한 철학책(1)을 펴낸 서평자로서는 큰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살펴 보았다. 그 결과, 이 책의 전체 인상을 말한다면 한마디로 왕후의 밥, 걸인의 찬’(2)이라는 것이다.



원자와 분자, , 물리법칙, 질량 등에 대한 필자의 양자역학에 입각한 설명은 매우 풍부하고 전문적이고 명료하다. 따라서 이런 물리현상들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구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철학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고 엉성해 보인다.



먼저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필자의 주장과 논의 자체가 별로 없다.(3) 또한 필자의 주장이 제시된 경우에도 그 주장들은 모호할 때가 많고 때론 모순적이다.(4) 주장에 대한 근거로는 양자역학이나 과학이론이 아니라 영화나 개인적 삶을 드는 경우가 많다.(5) 과학이론을 근거로 들 때에도 그 근거가 어떻게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지도 설득력있게 보이지 못하고 있다. (6) 이렇게 이 책은 기대와는 달리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충실한 논의를 펼치고 있지 못하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이 인생의 의미를 밝혀 달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7)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것은 과학자는 과학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도 다른 분야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필자가 서문에서 쓴 것처럼 어떻게를 계속 묻다보면 점점 에 가까워질 수 있으므로(8) 과학자는 철학에 대해서 더욱 그럴만하다. 다만 과학자가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주장을 하려면 철학 논의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논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령 도킨스는 진화생물학자로서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무신론을 주장할 때 상당히 그러하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결정론과 자유의지 문제 같은 경우도 철학사에서 수천년간 논쟁이 이어진 것으로, 이에 대한 기본이해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이것은 과학자가 철학 등 다른 분야에 대해 상당한 공부가 되기 전에는 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학자가 과학적 설명을 하면서 개인적 일화나 인생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들려주고 다른 여러 분야들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곁들이는 것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다만 이렇게 가볍게이야기할 때에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표지나 추천사, 서문 등을 보면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과학에 기반해서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실제 출판사나 필자의 의도는 그러했을 것이고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결과물로서의 책만 놓고 볼 때 이 책은 겉과 속이 잘 일치하는 책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1)<철학자의 우주산책>(필로소픽, 2021)



(2)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표현이다.



(3)가령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현실이...우리 모두에게 자신만의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62)고 약속하지만 책을 다 읽어도 필자의 답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과학적 결정론이 자유의지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고자 했다.”(324)고 말하지만 이 둘이 어떻게 양립가능한지 논의를 펼치는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4)“운명이란 모든 것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168)라고 운명을 결정론과 부합하는 것으로 말하는가 하면 운명이란 단순히 결정론이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교차점에 존재하는 그 무엇” (324)이라며 결정론과 차별화시키고 있다. 결정론에 대해서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초기 조건에 따라 미리 결정되어 있다.”(323)고 긍정하는가 하면 우주의 운명이 인과관계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았다.”(238)며 부정하는 듯이 보이는 곳도 있다.



(5)가령 운명이란...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교차점에 존재하는 그 무엇”(324)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사를 제시하고 있다.(324-329)



(6)예를 들어 우주의 운명이 인과관계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되지 않았다”(238)면서 그 근거로 엔트로피의 증가로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면 점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든다.(238)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예측에 필요한 정보량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인과관계의 복잡함을 의미할 뿐 그 부재를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가령 모두 1의 눈이 나와 있는 주사위 10개를 다시 던졌을 때 새로 나온 눈이 무엇인지 알려면 훨씬 많은 정보량이 필요하지만 나중의 눈들이 인과관계 없이 나왔다고 볼 수는 없다.



(7)<철학자의 우주산책> 8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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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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