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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oh
- 작성일
- 2021.11.5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사전이라는 말에는 뜻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 사전(辭典)이다.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또다른 하나는 사전(事典)이다.
여러 가지 사항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
이 책은 그래서 위의 두 가지 의미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그것도 백과사전(百科事典)이니 그 내용의 다양함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맨처음 『개미』를 읽기 시작했을 때, 다른 책과 다르게, 줄거리 중간 중간에 뭔가 색다른 것이 삽입되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겼었다.
바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란 항목으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그러면서 줄거리 이해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개미 2권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또 당신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내 책의 두 번째 권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된다. 첫 번째 권은 지하 사원의 보면대 위에 눈에 잘 띄게 놓여있었을 테지만, 이 두 번째 책을 발견하기는 그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경하할 일이다. (『개미』 2권, 25쪽)
이렇게 시작한 '사전 삽입'이란 소설 기법은 그 뒤로도 죽 이어졌다.
그가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쓴 책 『신』에서도 그 작업은 이어진다.
5권 109쪽에는 22 백과사전이란 항목하에 '피타고라스'에 대한 사전적 내용을 적어놓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우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운 적이 있다. <직각 삼각형의 한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다른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다.> 하지만 이 정리를 처음 증명했다고 알려진 학자는 단순환 수학자를 훨씬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이런 것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내용들을, 한군데 묶어서 책으로 내면 어떨까?
그렇게 한 권으로 이헌 내용들을 모아 놓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독자인 내가 했을 정도니까 저자는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저자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베르베르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게다
그뒤로 아니나다를까, 베르베르의 저서 목록에 소설 이외에 ’사전‘도 덧붙기 시작한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맨처음 나온 사전은 그야말로 사전이었다. 물론 백과사전이었다.
각양 각색의 신기한 이야기로부터 또한 평범한 이야기까지. 그래서 그 책은 사전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재미있고 흥미있는 사전인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사전, 이제 완전히 판을 새롭게, 내용도 순서도 그전과는 달리 해서 선을 보인 게 이번 개정판이다.
뭐가 달라졌을까?
일단 내용이 달라지고 편집이 달라졌다.
내용은 지금까지 그가 발간한 책들에 등장하는 사전거리들을 총망라해 놓았다.
해서 그전보다 더 풍부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저자가 쓴 책 중에서 사전적 지식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개미』, 『신』, 『제 3인류』, 『죽음』 등에서 보았던 것들이 이제 사전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앞에서 부분 인용한 ’피타고라스‘는 여기에서도 자리를 잡아, 235쪽에서 떡하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죽음』에서 읽었던 흥미로운 사건들도 여기 다 들어와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아이스킬로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스킬로스는 기원전 456년에 황당한 사고로 사망했다. 맹금류 한 마리가 그의 머리를 매끈하고 둥근 돌이라 착각하는 바람에 등딱지를 깨서 먹으려고 살아있는 거북이를 머리에 내리친 것이다. 『죽음』(1), 46쪽)
그렇게 『죽음』에 등장한 이야기가 이 책 17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몇 가지 방식으로 독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첫째는 지금껏 읽어왔던 베르베르의 책을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인데, 책을 편집하면서 수록 순서를 작품별로 해 놓아서, 읽었던 작품을 회상하면서 읽어 볼 수가 있다.
둘째는 그러한 기쁨을 한 권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맛보는 것, 또한 기쁨이다.
셋째는 책 말미에 <항목 찾아보기>를 자세히 만들어 놓아, 해당 사항을 찾기 쉽게 해 놓았다는 점, 역시 기쁨이 된다. <항목 찾아보기>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등재순‘으로 해 놓았고, 다른 하나는 ’가나다순‘으로 해 놓아, 찾아보기가 매우 쉽다.
어떤 책을 보니, 저자가 <찾아보기>를 아주 자세하게 만들어 붙여놓고 이런 당부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이 한 번 읽고 내던지는 책이 아니라 나중에 찾아보기를 참고하여 종종 활용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찾아보기>를 만들어 놓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자세하게 만들 때에는 다 그런 저자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리라.
게다가 이 책은 사전인만큼 종종 다시 읽어보고 할 것이 분명한데, <항목 찾아보기>가 자세하게 두겹으로 되어 있으니, 그만큼 활용도 또한 높을 것이다.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거기에 베르베르를 만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책 읽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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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