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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inlovely
- 작성일
- 2021.11.15
헤르미네와의 이별
- 글쓴이
- 야스민 슈라이버 저
아날로그(글담)
헤르미네와의 이별
처음에 책 제목과 책의 개략적인 설명을 봤을 때는 작가가 키우던 반려동물 햄스터 헤르미네와의 이별을 기점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생명의 존엄성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생물학 전공자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책에 기대감에 부흥하며,
생물학에 관한 방대한 자료와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죽음에 초점을 맞추기는 하였으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는 있는 그대로 생과 사의 생물학적인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주었다.
거기에 여러 종족(국가)에서 과거 그리고 현재에 이어져오는 장례의식에 대한 배경 지식 또한 너무 재미있게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슬플까봐 걱정했던 우려를 등지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생물학에 관련한 이야기에서는 나도 생물관련 전공자이지만, 다소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기본 개념을 쉽게 재미있게 귀여운 그림까지 곁들여서 설명해주니 내가 전공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류의 책을 접했더라면 조금더 재미있게 전공에 다가갈 수 있었겠다는 아쉬운 생각마저 들었다.
죽음을 주제로 하여 이렇게 다양한 내용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니, 우리 딸에게도 읽으라고 권하고 싶었다.
작가는 특히나 글쓰는 재주가 뛰어난지, 아니면 번역가의 능력으로 배가 된 것인지 중간 중간 유쾌한 멘트들로 몇번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풉풉 웃기까지 했다. 작가와 유머코드가 잘 맞아서 이 책은 더더욱이나 재미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죽음 이후에 오는 것들" 이었다.
우선 작가의 반려 햄스터 헤르미네를 예로 들었을 떄, 헤르미네가 죽으면 바로 부패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 분해 autolysis 를 시작하게 되며,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효소 작용을 통해 사체의 몸 속 구석 구석에 구멍을 내고 세포막이 뚫리고 기관들이 무너져서 내부에서부터 액체로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면 헤르미네 내부에 있었던 균류와 장 박테리아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 더이상 그들을 방해하는 면역세포가 없기에 탈출을 감행하고 뇌에서부터 폐까지, 혹은 그 이상이라도, 경계없이 사체의 몸 구석구석에 퍼지기 시작한다.
이 대부분의 과정은 산소가 없이 진행되기에 부패반응으로 간주하고,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냄새의 핵심은 카다베린이다. 이런 부패과정으로 사체의 체온이 상승하고 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모든 화학적 미생물학적 반응은 더욱 빠르게 진행하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 사체의 피부 조직에 구멍이 생기면 가스와 액체가 구멍으로 빠져나오며 썩은 냄새를 풍기면서 흐믈흐믈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자세한 자가 분해 (부패) 과정 소개에 이어 실제로 발생한 고래 사체의 폭파에 대한 사례 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이후부터는 사체를 청소하는 외부 세계의 반응이다.
검정파리, 달팽이, 딱정벌레 그리고 그 외 개미, 말벌, 거미, 쥐며느리, 톡토기, 진드기 등 여러 종류의 사체를 처리하는 다양한 곤충들을 소개한다.
단, 이것은 사체가 숲에서 자연스럽게 누워있을때 발생하는 순차적인 반응, 청소 작업이 되는데,
보통은 사체가 죽으면 곤충들에의해 분해되기 전에 여우나 까마귀 등 더 큰 동물들에 의해 먼저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경우 앞서 언급된 곤충들의 파티는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것은 자연적인 생태계에는 삶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의해 삶이 유지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동물이 죽으면 그 사체가 먹어치워지고 곤충에 의해 분해되고 해체되어 다시 자연에 기여되는 순환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인간의 장례의식에는 이런 작용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힘든 조건들이 많이 있어,
아예 이러한 동물들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너무 깊이 묻어지고, 심지어 이집트의 파라오부터 시작된 미라 등 일부러 사체를 보존하기 위해 부패작용을 애초에 막는 방법들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자연에서의 선순환은 인간에 의해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자연스러운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인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고자 하면서 인위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죽음이 대한 것도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본다면 깊은 땅에 매장을 한다거나, 화장을 한다던가 해서 자연에서 누군가는 원하고 있을 자연적인 반응의 기회글 박탈해야만 하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현재의 나 또한 죽음 그리고 장례 의식에 대해 고정된 관념이 있기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 숲에서 자연분해되도록 버려둔다던가 또 어떤 부족에서 행해졌던 혹은 현재도 행하고 있는 독수리가 시신을 먹게 두고 싶지는 않기는 하다.
그러나 점점 환경오염도 심해지고, 인간 위주의 삶이 뿌리를 내린지 오래되면서, 인간 외 동물들이 서식하기는 더욱더 척박해지는 이 시점에 죽음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환경적으로 한번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즐거웠고 생각이 많아 졌다.
우리는 모두 정말 언젠가 죽는다.
최근 장례식장에 가보니 고인들의 사망하는 연세는 대부분 90세가 넘어서 너무 놀랐었다.
정말 100세시대가 현실화가 되었고, 아마 내가 죽을때쯤에는 120세 정도가 될 수도 있겠다.
죽기 전에 아파서 죽을수도 있고 건강하더라도 결국엔 마지막엔 조금 아프다가 죽겠지만,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달라졌다.
당장의 변화를 얘기하자면, 현재 나도 햄스터를 키우고 있는데 사실 처음 햄스터를 입양할때만 해도 짧은 수명을 생각하며 이 아이가 죽을때가 되면 얼마나 슬플까를 미리 걱정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궁금했었다.
우리집 햄스터 도토리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예방한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소 가벼워졌고, (지식적으로는 깊고 무거워졌지만 죽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가벼워졌다고 하는게 좋겠다), 그냥 만약 1년뒤 길게는 2년뒤 도토리가 죽는다고 해도 삶과 죽음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실제로 도토리가 죽을때의 감정이 어떨지는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기는 하다.
죽음은 죽음이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알차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때 햄스터의 장례절차에 대해서도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작가가 아끼고 소중히 하고 존중하는 여러 동물들, 생명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던 책이기도 하다.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헤르미네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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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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