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21.11.16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글쓴이
- 정아은 저
문예출판사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먼저 이런 말, 기억하고 시작하자.
시를 쓰겠다는 학생들이, 소설을 쓰겠다는 학생들이, 제 전공분야 책 외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글 쓰는 테크닉만 배우려는 편협함이라니! (86쪽)
작가가 이런 말을 소설 속에 집어 넣을 때에는, 다 계획이 있는 거다.
이 소설이 결코 사회 현상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아니 이 리뷰를 이해하기 위해 주인공 이름을 우선 밝혀둔다.
그리고 약간의 줄거리도 밝혀야만 하겠다.
주인공은 김지성, 문학평론가다. 문학평론으로 시작한 그가 요즘은 시사평론에도 참여하고 있어 방송에도 출연하는 나름 셀럽이다. 부인과는 현재 별거중.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
정체 모를 여인인 나채리. 김지성이 어느날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같이 오게 된 여인이다. 맨 처음에는 다음날 나갈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하다가 같이 지내게 된다.
그리고 김지성의 오랜 친구인 이민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이민주는 김지성을 ‘형’이라 부른다. 물론 여성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나채리와는 가끔 침대도 같이 쓰는 관계가 되고.....
김지성은 방송 토론중에 실수를 하여, 같은 진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게 된다.
이민주와는 친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이민주가 김지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서 미투를 폭로한다. 그리고 죽는다.
자살인지 아닌지 모른 상태로 죽게 되니, 김지성은 하루 아침에 성추행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결국 소설의 주인공 김지성은 미투에 휘말려 몰락할 처지에 몰리게 된다.
본인 입으로도 이런 말을 한다. “미투에 휘말려 몰락했죠.”(357쪽)
그러나 김지성은 이민주에게 그렇게 한 적이 전혀 기억에 없다.
과연 김지성은 이 난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그런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 가독성과 몰입도, 최상이다.
한번 책을 잡으면 끝이 날 때까지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다.
독자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어느덧 빨려들어가,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이런 것은 나중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지만, 이야기의 얼개가 두 개로 이루어졌다.
여기 나오는 단어 하나가 있다. 맥거핀. 이렇게 사용된다.
가까스로 명예를 회복한 것은 모두 진정한 클라이맥스를 위한 맥거핀이었다. (364쪽)
이 소설에서 맥거핀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저자가 맥거핀으로 보여준 것이 두 개라고 본다.
하나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여인, 나채리, 그리고 미투다,
이 둘 중 어느 것을 맥거핀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 소설은 달라진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읽을 때에는 나채리를 맥거핀으로 생각하고 읽는 것이다.
독자들의 시선을 따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인물이다!
그러면 계속해서 나채리에 관심을 쏟게 된다. 그래서 그 여자가 과연 누구일까, 김지성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두 번째는 미투를 맥거핀으로 생각하고 읽어가는 것이다.
1부 마지막쯤에서 미투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 김지성은 가해자, 성폭행자로 몰려 몰락하게 된다. 그래서 과연 그가 가해자가 맞는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역시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된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건 맥거핀이었다.
대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그럼, 김지성에 맞닥뜨린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그걸 찾아내는 것, 그게 독자가 찾아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여기 힌트가 있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온 여자 나채리는, 채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한 김지성이 화가 나 나가라고 소리치자, 집을 나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막상 그녀가 집을 나가니 허전해거 그녀를 찾아나선 김지성, 끝내 그녀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반전이 이루어지는데, 끝에 가서 그녀가 실상은 '카야',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영화평론은 해 온 인물(395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얼굴을 드러내면서 소설을 한 편 발표했는데.....
그 소설의 제목은?
그게 첫 번째 읽는 방법과 두 번째 읽는 방법에서 맥거핀에 속아 넘어갔던 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이 책의 진짜 주제가 된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그녀가 발표한 책 제목, 거기에서 독자들은 대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모처럼, 진지하면서도 몰입도 최고인 소설, 해서 끝까지 나를 끌고 가,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소설을 읽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진지한 담론도 좋다. 주인공을 끝까지 추적하면서 그의 내면을 파헤쳐가는 저자의 테크닉, 또한 압권이다. 이런 책 써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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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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