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책

seyoh
- 작성일
- 2021.11.16
마녀
- 글쓴이
- 모나 숄레 저
마음서재
마녀
마녀는 도처에 있다. 도처에 살아있다.
우리가 읽는 소설들 문학작품에서,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마녀는 여전히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 그러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그렇게 가시적으로 보이는 마녀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마녀가 더 문제다.
이 책 제목은 『마녀』, 그리고 부제가 튄다.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부제가 은연중에 마녀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 주고 있다.
남들보다 튀는 여자가 곧 마녀다.
다시 말해두자.
남들이 아니라 남자보다 튀는 여자가 곧 마녀다.
말이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자.
남자보다 튀면 마녀라고?
이웃 남성에게 말대꾸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말하거나, 성격이 강하거나 다소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성격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26쪽)
그래서 남자보다 튀는 행동을 하는 여자는 무조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우스운 것은 그 다음 말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 반대로 하지 않아도 해가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사에 자주 빠지는 건 수상한 일이지만 미사에 결코 빠지지 않는 것 또한 수상한 일이 된다.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건 수상한 일이지만 혼자서 사는 것도 수상한 일이다. (27쪽)
그러고 보면, 마녀가 아닌 사람도 역시 수상하다. 마녀가 아닌 사람 진짜 마녀라고 생각이 된다. 위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 책은 그렇게 마녀가 되어, 마녀로 몰려 죽은 슬픈 여자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물론 그 역사는 흘러간 과거의 것뿐만 아니라, 현재도 계속되어 또 새로운 마녀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현재도 마녀는 생산되고 있는 중
이 책에서 살펴보고 있는 마녀는 새롭게 정의된다.
독립을 원하는 마녀,
불임을 꿈꾸는 마녀,
미적 지각을 잃은 마녀,
본성을 되찾는 마녀가 그것이다.
이러한 마녀의 정의가 과연 오늘날에도 유효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글을 찾아 보았다,
다음 인용구들을 읽어보면, 지금 이 시대에 여성을 향한 마녀적인 시각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마녀들’을 ‘여성들’이라고 읽는다면, 교회가 인류의 일부에 자행한 잔인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39쪽)
여성의 독립은 반동세력에겐 가증스런 모습으로 비치고, 다른 많은 사람에겐 위협적으로 보인다. (83쪽)
소녀들은... 자신을 나약하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강요받는다. (83쪽)
‘나는 내 인생을 살기 전에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 그 일부분이 되고 싶지 않아요.“(87쪽)
어느 순간 덜커덕 ....내게 아이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절대적 나로 있던 나는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120쪽)
결과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개인 신분을 갖지 못한 채 모성의 기능으로 축소되고 개인성을 박탈당했다. (124쪽)
많은 중산층과 상류층의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에 집중하고 되도록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자신이 받은 교육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포기한다. (135쪽)
어떤 여성들은 헌신적 하녀 역할에 매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는다. 아이를 낳지 않기, 생명을 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낳기, 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정체성을 창조하기 등이다. (141쪽)
평등을 원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라. (146쪽)
나는 내게서 하나의 육체가 나오는 상황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 나는 아이가 없는 채로 나의 본성적 임무를 완수했다. (189쪽)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이다.
이 책에서도 레베카 솔닛의 그 유명한 발언은 다시 회자된다.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친절한 설명이 열거된 다음에 이렇게 솔닛이 소환된다.
이 전제들은 또한 레베카 솔닛의 유명한 기사 제목을 빌려 말하면, 왜 여성들은 고압적으로 거만한 남성들한테 자꾸 ”인생에 대한 설명“을 듣는지 말해준다. (305쪽)
참고로 레베카 솔닛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다.
영어로 말하면 mansplain.
왜 서론 제목이 ’상속녀‘일까?
이 책의 서론 타이틀은 ’상속녀‘이다. 왜 그런 타이틀이 붙었을까?
저자는 그간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의 후예를 탐색한 다음에, 그러한 마녀사냥이 알게 모르게 여성에 대한 인식을 그릇되게 만들었음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그런 유산을 상속받은 현대의 여성들로부터 마녀사냥이 넘겨준 멍에를 벗게 해주려는 의도하에, 상속녀라 한 것이다.
이제 그러한 잘못된 상속의 역사는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문화 창작물에서 마녀와 관련된 초능력을 형상화하고 환상을 갖게 만들 때, 어떤 오해를 일으킨다는 사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17쪽)
(P.S) 이 리뷰를 등록하기 위해 책을 검색하는데, '마녀'라는 두 글자에 따라나오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마녀가 그렇게 많이 소비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게 바로 마녀를 그릇되게 인식하게 만드는 문화창작물이 아니겠는가?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