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1.11.21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 글쓴이
- 조경국 저
유유
책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책방 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본의 책방을 여행했다는 내용. 오토바이도 책도 책방도 여행도 좋아하는 작가가 한번에 다 품고 시도한 작업이었으니 읽는 마음이 벅찰 수밖에. 이 일을 이렇게? 따라할 수도 따라하고 싶지도 않은 오토바이 여행, 그래도 책방 여행이라는 행태는 무척 끌린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내 삶과 이어지는 가치관 하나를 만날 수도 있을 듯하여.
작가는 진주에서 소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단다. 책방의 위치가 대략 짐작이 되는데 가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어쩔지.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돈을 벌기에는 마땅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가서 한 권의 책도 못 사고 있는 처지에. 그저 이렇게 먼 거리에서 아무런 힘도 못될 시선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책이 좋아 책과 함께 살겠다고, 아주 잘 살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조금 더 책방을 잘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찾아다닌 작가의 책방 순례. 책방을 소재로 삼은 일본소설을 읽은 덕분에 작가가 들려 주는 일본의 책방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씩 부러워했던 어떤 사정을 작가도 부러워하는 걸 보면서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이들끼리의 동질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럴 테지, 여기면서.
거대한 서점 말고 화려한 서점 말고 건축으로 유명한 서점 말고(이것들은 이것들대로 있어야 하겠지만),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단단한 책방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좀 많이 무안하고 따끔해진다. 가까이 있어도 할인율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면서, 나는 안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는 걸 알기에. 살기에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수록 더 벌어질 거리감이다.
사서 읽었으면 좋았겠으나 빌려 읽고 남기는 이 죄책감은 또 어찌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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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