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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엘
- 작성일
- 2021.11.30
여섯 밤의 애도
- 글쓴이
- 고선규 저
한겨레출판
최근에야 너무나 미안하게도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십대였을 때 내 친구 소연이가 투신을 하고, 소연의 언니는 소연을 추모하는 사이트를 열어 긴 시간 운영했었다. 소연에 대한 기억을 그곳에 모으고, 소연을 아는 사람들이 언제든 그곳에 찾아와 글을 남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었다.
그때는 (그 행동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막연히 똑같은 십대인 언니가 어떻게 그렇게 이성적일 수 있는지 놀라 하며, 고통을 이겨내는 회복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소연이 언니만의 치열한 애도였던 것 같다. 매일 소연을 위해 사이트를 운영하고 그곳에 열심을 쏟는 게, 어쩌면 (사별자들이 흔히 갖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씻고자 하는 행위이고 고통의 표현일 수 있다는 걸, 더 이상 소연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만큼 소연의 과거를 하나하나 수집하고 기억해서 소연에 대한 총량을 (그런 것이 있다면) 유지하고 싶은 마음.
나는 이런 간절함을 <여섯 밤의 애도>를 읽고 새롭게 알았다. 그날이 다시 보였다.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이었던 지난 토요일.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 고선규 박사님이 이끄는 자살 사별 심리지원단체 메리골드와 고선규 박사님의 책《여섯 밤의 애도》를 낸 한겨레출판만이 이 날을 대중에게 알리고 기념했다. 자살 유가족, 사별자를 위한 애도 안내서인 <여섯 밤의 애도>가 없었다면, 나 또한 살아 있는 내내 이런 날의 존재도, 자살 사별자들의 고통도 끝까지 몰랐을지 모른다.
왜 우리는 자살률이 얼만지, 죽은 자를 카운트하는 데만 열심이고 그 곁의 '살아남은 자'를 위해선 이렇게 게으른 거지? 언론도, 방송도 너무 조용하다. 고선규 박사님의 말처럼 자살 유가족/사별자들은 "우리 곁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간다."
한 명의 자살자는 수많은 자살 사별자를 만든다. 자살 사별자는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만큼, 자살 시도를 많이 하며, 그래서 자살 사별자는 "자살 생존자"라고도 불린다.
<여섯 밤의 애도>에 따르면 자살은 '(우리 자신의) 내적 대화'의 결과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자살을 여러 번 훑고, 자살을 선택할지 거부할지 수없이 고민한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자살이 있지만 자살을 거부하고, 다시 자살을 훑는다. 자살이 거기에 있고 자살이 다시 거부된다. 그러다가 자살이 최종 해결책으로 선택된 후에는, 자살이 고통의 해답으로 고정된다."
자살을 바로 곁에서 경험한 사별자에게 자살은 어쩌면 (최소한 일정 기간동안은) 더 가까워진 선택지일 수 있다. 누군가의 삶이 끝난 지점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강제로 살게 된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선, 자살예방은 계속 무력할 것이다.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별자가 자살이 거기에 있어도, 다시 자살을 거부하기를..
사려 깊은 애도 안내서 <여섯 밤의 애도>를 읽고, 온전한 애도로 위안을 얻기를.
리뷰어의 <여섯 밤의 애도>를 추천하는 이유
◆ 자살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때에, 자살 사별자들이 ‘온전한 애도’ 이후
다시 건강히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애도 안내서’
◆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자살 사별 애도 상담 전문가’인 고선규 임상심리학박사이며,
책에는 온전한 애도를 위한 상세한 안내와 ‘사별자들의 생생한 증언’ 및 ‘임상심리학자의
(추출한 증언에 대한) 해석과 해설, 심리상담’이 상세히 담겨 있다.
◆ 자살 유족 사업과 자조모임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충실히 담겨 있어,
상담 현장에서 유용한 정보들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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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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