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에세이

구름책방
- 작성일
- 2021.12.15
고양이 찻집
- 글쓴이
- 박종진 글/설찌 그림
소원나무
간만에 읽은 동화책이다.(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고른 건... 맞다) 찻잔을 들고 있는 넓적한 얼굴의 고양이가 표지를 채우고, 그 고양이가 쓰고 있는 중절모의 한쪽으로 찻주전자를 들고 있는 할아버지가 빼꼼이 나와 있다.
동화의 내용은 은퇴를 한 할아버지가 차린 찻집에 방문한 한 고양이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고양이에게 내어줄만한 차를 대접하지만 고양이는 쳐다만 보다가 그냥 가버린다. 돌아가는 고양이에게 내일 다시 오면 마음에 드는 차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한 할아버지. 다음 날 정말로 그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지만 이번에고 손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고양이가 마음에 들 만한 차를 연구하고 개발했던 할아버지는, 마침내 뜨겁지 않게 식힌 데다가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을 섞은 차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이후로 동네의 온갖 고양이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동화답게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지만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대화하는 완전한 우화 형식은 아니다. 고양이들은 정말 ‘야옹’이라고만 울고, 기분이 좋으면 갸르릉 거리기만 할 뿐이다. 물론 고양이가 찻집에 들어와서 차를 마신다는 설정 자체가 우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건 일종의 상징적인 묘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러니까 찻집에 고양이가 찾아와서 할아버지가 고양이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식으로.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의외로 고양이가 아니라) 할아버지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고양이를 우연히 만나, 그 표정과 움직임을 세밀히 살피면서 고양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나와는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상대방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걸 내 위주로만 이해하는 사람을 요새 ‘꼰대’라고 부르는데, 이 꼰대들이 가장 못 하는 일이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일이다.
또 하나는 나이를 먹어 은퇴하게 되었다고 해도,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열심히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될 거라는 점. 조금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이런 종류의 희망도 소중할 수 있으니까.
내용만이 아니라 고양이 그림도 재미있다. 차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도, 찻잔 안에 들어가서 온갖 일을 하는 모습도 모두 예쁘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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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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