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표

자목련
- 작성일
- 2021.12.27
움직임의 뇌과학
- 글쓴이
- 캐럴라인 윌리엄스 저
갤리온
힘든 일이 있을 때 몸을 쓰면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머릿속을 채운 생각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청소나 빨래를 하는 동안 나의 몸은 오직 그것에만 집중되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점차 속상했던 일, 힘든 일은 조금씩 잊힌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다를 것이다. 깊은 심리적 불안을 동반하며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움직임은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캐럴라인 윌리엄스의 『움직임의 뇌과학』 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움직임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걷는 일은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하고 춤은 더욱 용기를 내야 한다. 편리한 일상에 빠져들어 몸을 움직였을 때 느꼈던 희열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좋은지 관심을 둔 적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뇌 혈류량을 늘리기 위해 일어서서 움직여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뼈에 체중을 실을 때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 때문이며, 그 변화가 우리 정신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47쪽)
이 부분을 읽는 누군가는 운동화를 신고 나갈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컴퓨터를 하는 이들이라고 잠시 손을 위로 올려 기지개를 켤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러했다. 주말과 휴일에 소파나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시간이 정말 아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다음 글은 특히나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살아갈 날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라는 걸 직시하게 만듦으로 뭔가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앞으로 나가갈 때는 과거가 더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과거에 말하고, 행동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과도하게 분석하면서 점점 낙담하게 된다는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과거의 나쁜 일로부터 더 멀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듦으로써 악순환을 멈추게 도와준다. (57~58쪽)
걷기는 단순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걷는 동안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움직임의 효과와 더불어 움직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걷기 방법을 안내한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어라. 앞으로 가라. 생각하려면 방황하라. 중력을 거스르라.
몸을 움직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저자는 걷기에 이어 춤, 코어, 스트레칭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춤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살짝 부끄럽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클 것이다. 저자는 댄스 심리학자 로밧의 강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스물두 살에 책을 거의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춤을 이용해 책 읽는 법을 혼자 익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그는 글에서 리듬과 패턴을 찾으려 노력했고 춤을 배우다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건너뛰고 계속 가는 방법을 책 읽기에도 적용했다.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손과 발을 들어보라며 참여를 유도한다. 아이들은 시큰둥하면서도 참여하는 데 발을 움직이고 박수를 추가하면서 한 바퀴를 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 부딪히며 웃게 된다. 긴장감이 풀린 아이들은 음악에 박자를 맞춰 움직이며 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박자는 뇌 - 신체 경로를 작동시킨다. 박자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길 방식으로 말이다. 박자는 소리와 움직임에 관련된 뇌 영역 안에 동기화된 전기적 활성파를 통해 이런 일을 한다. 이에 따라 두 영역의 뇌파가 연결되기 시작한다. 마치 두 개의 추가 박자에 맞춰 흔들리듯이. 이 현상은 외 전체의 정보 공유를 보다 쉽게 만든다. (107쪽)
춤에 대한 움직임 수업은 이렇다. 박자에 맞춰 발을 굴러라.(몸으로 박자를 맞추는 것은 기분을 끌어올리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고 더 움직이고 싶게 한다.) 함께 춤추라. 잠시 일어서라. 평형을 잃어라.(춤을 추는 동안 머리를 흔들어라. 내이의 균형 기관은 뇌의 쾌락 중추와 연결되어 있다. 넘어질 것 같은 감각은 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얼마나 움직이고 있는가. 겨우 일어나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고 돌아와 다시 눕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움직임을 마주하고 나니 움직임이란 말이 무척 크게 다가온다. 내 의지대로 나를 움직일 수 있음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몸을 움직이는 건 어떨까? 산책이나 등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트레칭으로도 충분한 시작이다.
쉽게 우울에 빠지거나 불안해지는 성격이라면 자신의 생각보다 자신의 몸이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줘야 한다.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이 일상이 되면, 당신은 의식하지 않고도 자유스럽게 마음 챙김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부정적이고 쓸데없는 생각들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234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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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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