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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글쓴이
박소연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평균
별점9.4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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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그른 것 같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나는 불시착하지 않았다. / p.335



 



직장인들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 역시도 그랬다. 취업한 지 한 달이 지난 이후부터 퇴사한다고 노래를 불렀고, 상사님께서는 나도 그랬다면서 신입의 푸념을 들어주시고는 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이 읽으면 후유증이 올만한 소설이다. 직장에서의 여덟 가지의 에피소드를 묶은 단편 소설집.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여덟 명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나오며, 다양한 직장 빌런들을 상대하거나 회사의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지나가면 보이는 빌런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화가 났고, 중간에는 직원들의 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그래도 직장을 다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흐뭇했다.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술술 읽혀져서 두 시간만에 완독.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깊이 생각할 문제들이 있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막내가 사라졌다> 이다. 막내 직원의 퇴사 대행 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사들이 막내 직원에게 불편하게 했던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막내 직원으로 보냈던 내 과거들이 떠올랐다. 상사라는 이유로 인격 모독에 가까운 말들, 하녀를 부리듯 시켰던 행동들. 선배라는 이유로 저질렀던 많은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불쾌할 일이었는지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실린 말처럼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라는 말이 누구보다 깊게 와닿았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이다. NGO 단체에 다니는 직장인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공감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이 에피소드가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인공과 같은 생각으로 일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퇴사를 한 경험이 있었기에 마치 나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아마 이 주인공과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보람이 보상으로 따라온다고는 하지만 막상 뛰어들고 나면 싫어지는 아이러니.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직종은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전설의 앤드류 선배> 이다. 무능력한 상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내 기억에 몇 명의 상사가 스쳐지나갔다. 직장에 한 명 정도는 있을 법한 하이퍼 리얼리즘의 인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능력한 상사. 과연 그들이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소설에 나오는 앤드류 선배는 나쁜 사람인 것 같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자존심 세우고, 업무 미루고, 피해를 주는 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피해를 주는 것은 나쁜 것이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재능의 불시착> 이다. 환승 이직을 준비하는 이직준비생의 내용을 담고 있다. 누가 봐도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 묘하게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생각에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재능이라고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대단한 능력이다. 주인공의 능력이 결코 작은 능력이 아니다. 하찮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그 사람이 이상한 것 같다. 마치 압박 면접을 했던 면접관처럼 말이다. 어느 직종에서는 쓸법한 재능. 또한, 내 또래의 주인공이 압박 면접을 느낀 후 실패했다고 느끼는 부분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관점을 틀어서 볼 수 있게 해 준 누군가 덕분에 마음을 달리 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위로를 느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누가 육아 휴직을 가졌는가> 이다. 남편의 육아 휴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남편은 아이 양육을 맡으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는다. 전까지는 묘한 동질감과 함께 공감을 느꼈다면 여기부터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의 육아 휴직 비율이 20%를 넘었다는 기사를 보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여성의 전유물로 느껴지는 사회를 살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남성이 육아 휴직을 사용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해야 될 부분이지 않을까. 육아는 어디까지나 공평해야 한다. 나에게는 무거운 주제로 느껴졌다.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이다. 어린이집 교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진상 학부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에 어린이집 교사를 직업으로 둔 친구들을 떠올리며 읽었다. 익히 들었던 내용을 소설에서 보니까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축소보다는 과장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가깝다. 읽고 난 후 주변 사람에게 내용을 말해 주었더니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부디 이 소설을 읽는 학부모님들께서 어린이집 교사도 누군가에게는 딸이자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일곱 번째 에피소드는 <노령 반려견 코코> 이다. 반려견 가족 휴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반려 동물은 가족이라고 외치는 이 시대에 과연 가족 휴가 사유에 반려 동물의 탄생, 질병, 죽음은 포함이 될까. 나에게 깊이 생각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였다. 불과 몇 년 전, 키우던 강아지를 하늘로 보냈다. 당시 인턴 근무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반차를 쓰겠다고 했을 때 이해하지 못할 다른 직원분들의 표정이 떠올라 퇴근만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울음을 꾹 참고 집으로 돌아와 아빠를 붙잡고 울었던 기억. 지금도 그때와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 작년에 강아지를 하늘로 보냈던 다른 직원을 보면서 강아지가 죽었다는 이유로 며칠 월차를 쓰는 게 가능하냐고 수군대던 이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덟 번째 에피소드는 <언성 히어로즈> 이다. 직장에 숨은 영웅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직원들을 엮는 상사에게 따끔하게 팩트 폭력을 날리는 선배, 신입 사원에게 친절하게 업무 프로세스를 알려 주는 상사부터 사고로 인해 팔을 잃은 아동에게 멋진 팔을 선물한 히어로즈까지. 보면서 마음이 훈훈했다. 특히, 중간에 업무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상사의 이야기를 보면서 주변에 계시는 한 선생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신입의 철없는 넋두리에도 깊이 공감해 주시며, 업무를 눈높이에 맞게 알려 주시던 상사. 아마 여기에서 말하는 "언성 히어로즈"에 맞는 분이 아닐까.



 



현실적이어서 화가 났고, 웃었고, 울었고, 좋았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과 사건들을 보면서 직장인의 마음으로서 공감이 되었고, 취업준비생의 마음으로 위로도 되었다. 연말에 이렇게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읽고 난 후 주변에 직장으로 힘들어하는 선배와 친구에게 이 책을 연말 선물로 주고 싶다. 이번 인생은 불시착이라고 느끼는 그들이 불시착한 것이 아니라고, 나 역시도 당신 덕분에 불시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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