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22.1.2
움직임의 뇌과학
- 글쓴이
- 캐럴라인 윌리엄스 저
갤리온
새벽에 잠이 깨 설잠을 자고 일어난 날. 그런 날은 출근 길 버스에서부터 졸음이 몸을 붙들고 있다. 습관처럼 책을 꺼내들지만 글자가 머리에 쏙쏙 박히지 않는 날이다. 그때 느낀다. 오늘 하루는 피곤하겠구나. 잠이 모자란 몸상태를 바꿀 방법이 없으니, 하루가 걱정되는 날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피곤한 날도, 술을 마신 다음 날도 아주 다른 상태로 내 몸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수년 간, 일찍 출근하면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게 아침 루틴이었다. 앉아 보내던 오랜 습관을 일어서 움직이는 습관으로 바꾼 것이다.
아침에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게 아침 산책이었다. 남산으로 올라가기 좋은 거리에 회사가 있어 그리로 아침 산책을 다니기로 한 것이다. 평지만 걷던 인간이 경사를 오르니 몸이 대 반란을 일으켰다. 숨이 차고 땀이 흘러 오래 걷지를 못했다. 멀리 못 가고 방향을 바꿔 내려오기를 며칠 째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출근 복장 그대로라 그랬다. 그 정도로 남산을 오른다고 하기 민망할 거리였다. 그런 날이 며칠 반복되자 몸이 경사 오르기에 적응하는 게 느껴졌고, 그새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바뀌면서 옷이 땀에 젖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 인생 첫 경사 걷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거의 매일 남산 타워까지 갔다가 내려온다. 조금 긴 코스로 갈 땐 타워까지 못가고 내려올 때가 있다. 딱 한 시간 안에 끝내는 조건으로, 속도와 거리 조절을 한다. 그러다 보니 욕심을 내 경사를 뛰어오를 때도 있다. 그땐 처음 남산을 오를 때보다 더 헉헉대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차츰 뛰어오르는 거리도 늘었다.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달라지는 것을 뚜렷하게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내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 책 <움직임의 뇌과학>은 마침 이런 때라서 내 눈에 들어온 듯하다. 내가 움직임을 즐기고 있으니까. 나는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느끼니까. 물론 사무실에 종일 앉아지내며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고 해도 이 책 제목이 자극이 됐을 것도 같다. 중요한 건, 움직임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을 때, 이 책은 더 열심히 해내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사실이다. 그냥 알고 있을 때와 아는 것을 실제 경험하고 있을 때 받는 자극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책 덕분에 움직임에 더 집착하게 됐다.
움직임의 부족은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유일한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앉아 있는 상태로의 타락이 서구에 제한되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친 중요한 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 (9쪽)
이 책을 읽고 내 일상에 적용해야 할 핵심은 이게 됐다. '앉아 지내면 죽는다. 서서 움직여야 산다.' 남산을 빠른 속도로 걷고 때론 두 계단씩을 오르거나, 경사를 전력 질주해서 뛰어오르는 이유. 움직이는 데 적응한 몸을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내 몸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도 알고 싶다. 더더더 속도를 내며 남산을 오른다면 가끔 헉헉대며 오르던 나를, 뛰면서 스쳐지나가던 그 누군가처럼 나도 바뀌지 않을까, 이런 기대. 내가 내 몸을 편안하게 사용하며, 얼마나 기능을 축소 시켜 왔는지, 얼마나 아픈 몸을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비축된 여분의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갖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될 필요는 없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인간으로서 가능한 만큼 힘과 탄력성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유지에 힘쓰고 계속 움직인다면 우리의 조직이 신경 시스템에 보내는 메시지는 이렇게 변화할 것이다. "긴장 풀어. 모든 게 네 통제 안에 있어." (87쪽)
몸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내 몸에 집중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늘 몸이 전부라는 생각을 새기면서도 몸관리를 하지 않으니 몸에 집중하는 시간도 잠깐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달라졌다. 내 몸 상태에 집중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자주 몸에 힘을 가한다. 그리고 몸이 힘들다 싶으면 앉아 한숨을 쉬기 보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걷거나 뛰려고 한다. 집에선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힘든 아침을 바꾸는 방법은 나가서 뛰는 것이란 사실을 경험해버린 때문이다. 그러니 잠이 부족해 피곤한 날은 더 악착 같이 경사를 뛰어오른다.
움직임은 우리가 목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게 해주고, 정신을 그것이 속한 몸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점 말이다. 정신과 몸이 긴밀하게 연결되면 몸의 휴식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게 맞게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217쪽)
이 책 <움직임의 뇌과학>은 움직임의 효과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 좋은 습관을 유지하게끔 자극하는 책이다. 하루 종일 앉아 지내는 이들이 읽는다면 적어도 자주 일어나 기지개라도 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준다. 움직이면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를 찾을 수 있음을 과학을 근거로 설명한 책이니 우선 믿고 보는 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움직임이 내 몸을 개선해주는 느낌을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는 사실. 움직임을 귀찮게 여기면 절대해낼 수 없는 일이다. '움직이면 무조건 좋다!'고 외치고 일어서는데까지라도 자주 성공해 볼 일이다.
똑똑해지고 싶고, 우울한 기분을 떨치고 싶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싶은 당신에게 과학은 단 한 문장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은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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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