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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밀회
글쓴이
윌리엄 트레버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5 (27)
뉴리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사랑에는 위태로움이란 결코 없고



유한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어렵기만 하여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단념할 수도 없다.



누구나 '나'가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러한



사랑의 특징을 세심하게 그린 책이 있다.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는 누구라도 사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처절함을 12편의 단편에



담아낸 단편집이다.



작가는 사랑은 이처럼 외롭고 처절하고 비참한 것이야,



라고 적나라하게 말하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유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비밀스럽고도 조심스럽게 다룬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솔직한 내면을 드러낸 '사랑을 하고 있는 인간'은



사랑으로 연약해진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 사랑으로 회복할 거라는 희망을 얻는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싶은 사랑은 풋풋한



첫사랑이나 절정이 이른 뜨거운 사랑은 아닌듯하다.



더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사랑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적정함은 안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간신히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불안정해 보였다.





12편의 작품에서 선보인 사랑은 모두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잠시 방심하는 틈에



걷잡을 수 없이 온도가 올라 끓어 버리거나



차갑게 식어 얼어버릴 수 있는 위태로움을 간직했다.



소설의 인물들은 사랑의 온도가 변하지 않도록,



적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부단히 애쓴다.





모두 짧지만 빨리 읽어낼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내면과 상황 묘사가 면밀하게 쪼개져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어야만 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감정이 없었고 그렇기에 더욱 공을 들여 읽어야 했다.



제대로 이해하며 읽었는지도 아리송하다.



분명한 것은 겉보기에는 다채로워 보이는 사랑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의 사랑만 유별나게 예쁜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은 모두 똑같은 색을 가졌지만 어떻게 빚어내고



드러내느냐에 따라 고유의 색이 다르게 비친다.





「고인 곁에 앉다」





남편이 살아생전 자신에게 한 번도 애정을 내비친 적이



없었지만 남편이 죽은 뒤 에밀리는 남편의 명복을 빈다.



남편이 죽은 뒤 자선 단체에서 찾아온 낯선 자매에게



남편에게 상처받았던 과거를 우회적으로 고백한다.



이어지는 자매의 당황에 에밀리는 태도를 바꾸어



남편을 두둔한다. 도리어 결혼을 하지 않은 자매에게



괜한 소리를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기도 한다.



에밀리에게는 남편에 대한 사랑의 잔재가 남았던



것일까, 혹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비참함을



숨기려 했던 것일까.




"제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매는 당황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 여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에밀리는 생각했다. 슬픔도 애석함도



없다 할지라도 세상을 뜬 저 남자에게 얼마간의 사랑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저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 자신의 어리석음이었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전통」





소녀였을 시절에 명명된 '그 소녀'라는 호칭을 나이가



한참 들어서도 듣는 가정부 벨라가 있다.



물론 벨라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



벨라를 흠모하는 올리비에만 간직하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랑은 일 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것이며 굉장히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서로를 향한 관심, 관심에 대한 눈치와 짐작,



끝내 확인되는 확신. 서로가 내비치는 상상을 통해



이뤄진다.






걸어가는 동안 그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전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던 그 소년들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짐작했듯이,



그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도 비슷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비슷한 부류를 알아보았다.




 





「그라일리스의 유산」





한때 '책'이라는 매개체로 사랑을 나눴던 여인의



죽음으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 그라일리스는



그 여인과의 과거를 회상한다.



단순히 유산을 상속받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아내를 속인 죄책감과 미안함, 여인과의 한때



풋풋했던 사랑을 그대로 남겨두어야 하는 책임감 등의



복잡한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책무가 있다.



그는 여인과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복기하고



유산 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끝으로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위스키의 힘을 빌린 말은 이제 사사로운 일, 더 이상



패닉을 일으키지 않는 질서 정연한 기억 속의



속삭임이었다. 변호사를 찾아가면서, 그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기억 밖에서는 건드리지 말아야 했던



것을 건드렸다.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




 





「큰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존 마이클은 어머니의 죽음 직후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결혼을 약속한 피나와 집과 땅을 물려준다는 외삼촌을



뒤로 한 채 그저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먼 길을 떠난다.



피나는 존 마이클이 돌아온다는 희망만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는 번번이 약속을 어기며 피나의 희망을



짓밟는다. 피나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감과 의심은 슬며시



얼굴을 드러내고 결국 피나는 관계에 회의감을 갖는다.



그들에게 돈과 사랑 중 어느 것이 목적이고 수단이었을까.




그들은 피나가 깨달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존



마이클과 함께였다면 지금보다 더 외로웠을 것이다.



오래 이어진 사귐과 함께 계획한 미래, 서로에 대한



열정과 포옹은 가슴 저미는 기억으로 남았으나 괴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너무나도



사랑한 것은 미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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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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