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1.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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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글쓴이
정지우 저
문예출판사
평균
별점9.4 (63)
Joy

내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일까? 글쓰기와 가깝게 여겨지는 책 읽기는 망설임 없이 좋아한다고, 취미이자 특기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데, 정작 글쓰기에 대해 물어오면 답이 망설여진다. 글쓰기를 좋아하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뭔가 끄적끄적 적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것만으로 답하기는 애매하다(글쓰는 것을 좋아한다면 도서리뷰가 종종 숙제처럼 느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글쓰기에 대한 책을 계속 찾아 읽고(2022년이 되어서도 이렇게 이 책을 읽지 않았는가 말이다), 매년 새해목표에 글쓰기를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나와 글쓰기는 끝없이 밀당을 하고 있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기 전 목차 살펴보기  



   1장.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2장. 쓰는 이유 - 쓸쑤록 더 중요해진다



   3장. 쓰는 생활 - 그것을 믿는 사람은 이미 작가다



   4장. 쓰는 고통 - 글쓰기에도 싸움이 필요하다  



 





 



  # 글쓰기는 으로 하는 일  



이 애증관계를 끊어보고자 책을 펼쳤는데 저자의 말이 나를 다소 의기소침하게 한다.



 



   글쓰기에 대한 강연이나 수업을 할 때면, 나는 종종 이야기한다. 글쓰기 강연을 듣는 것은 사실 글을 잘 쓰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또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이다..(중략)..마치 수영을 잘하고 싶은데 온라인 상의를 보거나 책을 찾아 읽는 것이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p.6



 



아니, 글쓰기 꿀팁을 얻으려 책을 읽기시작 한 사람에게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어봤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꺼라니, 너무 매정한 거 아닌가.



글쓰기를 책으로 배웠어요글쓰기와 수영의 비교라니, 그래도 글쓰기와 책읽기는 조금은 (심리적으로) 가까운 관계 아니던가? 책의 시작부터 투덜거리기 시작하는 내게 저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글쓰기란 머리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으로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가 몸에 익은 습관 같은 것이고, 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일이며, 몸이 머리를 이끌고 가는 일이라 믿고 있다. p.6



 



듣고보니 이해가 간다. 계속 글을 써야지, 글을 쓰고 싶어 생각만 하고 정작 손으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내게 딱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머리가 아닌 몸이 하는 일, 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글쓰기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꾸준함이 필요할까?



 



   언젠가부터 나는 매일 글을 쓴다. 관용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매일 글을 쓴다. p.7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매일 써라.



모든 글쓰기 책에 언급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항상 나의 작심삼일로 허무하게 끝나버리곤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는 일도 실행하지 않으면서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니, 책의 시작부터 뜨끔하다.



 



  #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인정욕망  



 



   “어떻게 하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까요?”



   강연이나 북토크, 글쓰기 수업 등을 막론하고 항상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보통의 대답은 일기를 써보자, 소재를 가지고 아무거나 써보자, 옛 추억을 써보자 같은 말들이고, 나도 주로 그런 식의 대답을 하곤 했다. p.74



 



어떻게 하면 작심삼일을 이기고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래, 역시 일기지..고개를 끄덕이려니 저자의 뒷말이 어딘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지는 말은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많은 경우, 글쓰기의 꾸준함은 인정욕망에서 나오는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인정과 관심, 사랑을 받고 싶을 때 의외로 글쓰기는 그에 이르는 제법 괜찮은 통로가 되어준다. p.75



 



   그래서 요즘에는 글쓰기 수업에서도, 만약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쓰기 자체에서만 답을 찾기보다는, 글쓰기를 둘러싼 맥락들에 더 주의를 기울여보라고 말한다. SNS를 통해 서로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찾아 나서보라든지, 출판이나 등단과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지녀보라든지, 애써 완성한 글을 꼭 웹진 등의 다양한 매체에 투고해보라든지,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듣고 나눌 수 있는 글쓰기 모임에 참가해보라든지 말이다. p.76



 



인정욕망이라니, 조금 어리둥절해진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한 글쓰기라니, 이제껏 글쓰기는 나를 들여다보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있던 내 생각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이다.



몇 번이고 글을 곱씹으며 저자가 말한 글쓰기를 둘러싼 맥락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를 향한 글쓰기를 이어가기 위해 외부의 자극을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이른 아침 시작을 위해 지인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격려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들도 이런 인정욕구의 흐름과 통하지 않을까?



특히나 나처럼 칭찬에 약한 (말 그대로 칭찬은 몸치인 Joy도 춤추게 한다) 사람에게는 큰 동력이 될 듯 하다. 다만, 번번이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고 기가 죽지 않는 마음만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도, 천재성도, 열정도, 돈도, 환경도 아니고,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중략)..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고하다면, 그래서 나의 글쓰기가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아니며, 나의 고통 또한 바보 같은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주어질 때, 사람은 계속 글을 쓴다. p.52



 



   # 중요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볼까 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그저 계속 무언가를 적어보고 싶은 마음만은 진짜이다.



 



   무엇이든 계속하면, 그것은 세상에도 나에게도 중요한 것이 된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면 그것이 곧 중요한 것이 된다. 반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중요한 것이 되지 않는다. pp.99-100



 



글쓰기만이 아니라 가끔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것이 사적 영역이든 또는 회사라는 공간이든) 대체,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나는 계속 하는거지? 하며 풀이 죽을때가 있다. 올해를 빛낸 세계의 100대 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속한 작은 세상에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일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는 무엇이든 계속하면 중요한것이 된다고 한다. , 그런가? 이 대목에서 영화 역린에 나온 중용의 글이 떠올랐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계속한다는 것은 단순히 반복되어 이어지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계속한다는 것은 그 안에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일거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글은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의 글과 닮아 있다.



 



   만약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해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에 남는 것은 계속한 사람이라는 것, 결국 이기는 것도 계속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pp.100-101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쓰는 생활을 함께 적고 있다.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매일 정성을 다해 글을 쓰고 있는 저자의 글은 내게 응원과 함께 질책을 던져준다.



제대로 하란 말이야. 말만 하지 말고!



(그러고 보면 나는 새벽수련을 통해 차근차근 쌓이는 내공이 아닌, 전설처럼 꽁꽁 숨겨져있던 설산의 만년삼과 비급을 누군가 던져주기를 바라고 있었나보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그가 좋은 글을 쓰리라 믿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가 글을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자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기다림이 이 세상을 분명 더 낫게 만들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 쓰는 자의 기다림은 옮다. 그가 발굴해낼 것 중에서는, 그가 아니었으면 결코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 그 어떤 존재가 반드시 있다. p.35







   



*나에게 적용하기



일기든, 편지든, 포스팅이든 '어쨋거나 매일' 쓰기(적용기한 : 지속) 



 



*기억에 남는 문장



글의 전달은 기억을 토대로 한다. 보는 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전달하는 영상과 달리, 그 읽기를 통해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과 접속한다.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여름날 뜨거움의 강도, 풀 내음을 맡았던 순간, 매미 소리가 유난히 가까웠던 날과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던 공간은 각자 다르다. p.28



 



나는 자주 우리 삶이 그저 삶을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중략)..내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보다 느리거나 빠르다고 상상하면 내 삶은 정말 그런 삶이 된다. 하지만 내 삶을 그저 내 삶으로 상상하면, 내 삶은 그저 내 사람이 된다..(중략)..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이를 하며 사는 게 당연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상상을 하며 사는 삶도 당연할 테다. pp.30-31



 



글을 쓸 때, 사회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삶에 관해서는 최대한 옹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달리 말하면, 사회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되, 삶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비판해야 할 것은 나름대로 좋은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아니고, 옹호해야 할 것 또한 사회구조나 사회의 권력이 아니다. p.83



 



내가 속한 사회나 환경, 상황이 어떠하건 그런 현실과는 별도로, 한 명의 생명으로 태어나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야 한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충분히 많은 것을 사랑하고, 다양한 가치를 이해할 줄 알고, 매일의 삶의 기쁨을 놓지 않으며, 더 나은 삶을 향해 가야 한다고 믿는다. p.84



 



그런데 그저 하다보면 삶이 좋아진다. 그저 하다보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때로는 글쓰기 자체가 좋은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아서 하는 일이 삶을 배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p.109



 



세상에서 내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고, 또 이 세상 전체에서 나라는 존재가 최선도 아니며 최고도 아니라는 사실은 상관이 없다. 나는 세상의 맥락에 따라 세상에 충실한 게 아니라, 내 삶의 맥락에 따라 나에게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p.114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거대하고 깊다. 우리 시대가 점점 그 거대함과 깊이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마치 어느 숲속에 버려진 가장 맑고 아름다운 우물이 있는데, 그 우물로 들어가면 믿을 수 없는 신화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걸 이제는 아무도 모르게 된 것처럼, 언어 너머의 세계는 잊히고 있다. p.123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에 망가지지 않고, 그 시간을 이겨내는 이들이 결국에는 삶을 제대로, 잘 살 줄 아는 이들일 것이다. p.132



 



내가 무언가를 지켜내며 사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삶은 늘 무언가를 잊는 일들로 가득해서, 사실 무엇 하나 지켜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지켰다고 믿으며,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p.140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건 나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뿐이다. 그 밖의 사람들은 나에게 호불호를 가질 수는 있어도 내게 깊은 영향을 주는 평가를 할 수는 없다. p.192



 



살아가면서 어느 한 영역에서만큼은 전문가나 권위자가 되고, 어느 한 영역에서는 끊임없이 새로 배우는 초심자가 되고, 어느 한 영역에서는 그저 웃고 즐기는 해맑은 아이가 되고 싶다. 인간에게 자유가 있다면, 바로 그런 데 있을 것이다. p.201



 



글쓰기란 그렇게 매번 내게 말을 걸어오는 세상의 통념과 대화를 하고 싸우는 일이며, 어찌 보면 머릿속에서 혼잣말을 하며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일이다. p.229



 



여전히 내 곁의 사람들이 내게 매일의 힘이 된다. 그것이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작은 인정과 관심이 끈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나의 자존감이란 내 안에 쌓인 단단한 영혼의 힘이라기보다는 매일 주워 모으는 조약돌 탑 같은 것이다. p.253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고, 살아남고, 성공한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진실이 아닐까. 물론 모두가 일등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겨움을 이겨낸 매일의 힘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삶은, 그 삶 자체가 자신에게 돌아와 힘을 주지 않나 싶다. p.275



 



생각보다 우리는 무척 유약한 존재여서, 한 번 규정해버린 언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 오래된 속담, 세간을 떠도는 말 중에는 주워듣고, 마음속에 새기고, 되풀이할수록 삶을 망가뜨리고 훼손하는 언어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언어를 걸러낼 수만 있다면, 삶은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p.277



 



삶이란 근사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이다. p.28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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