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독서리뷰

하우애공식계정
- 작성일
- 2022.1.15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
- 글쓴이
- 게랄트 휘터 저
매일경제신문사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는 건 어때? 이런 제안을 받고도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바빠도 자기를 돌보는 시간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반응을 보고는 한숨이 나온다. 바쁜 마음에는 책을 잡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내가 바쁘고 정신없을 때도 그랬으니 이해가 간다. 억지로 애쓸 필요 없다고 하고 만다. 자신은 자기 스스로 돌봐야 한다. 내 상태를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돌보기를 포기하면 아픈 신호가 와도 모르고 산다. 비틀거리면서도 이유를 모르고 억지로 걷는다. 그게 정상이라 여기고 사는 건 더 큰 문제다.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우리. 신경은 온통 해내야 할 일에 가 있다.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 몸은 의자에 고정.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뭘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하루 일과 안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 내가 계획한 일이 없었다면 그렇게 된다. 직장인이 업무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끼워넣기란 불가능하다. 이미 습관이 된 몸이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나를 챙겨 본다? 자기 관리를 한다? 불가능에 가깝다. 한번 빠져든 일상의 틀을 벗어나기란 말이다.
밤이나 낮이나 의자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제일 먼저 척추가, 그 중에서도 등과 목의 근육 조직이 그 문제를 알아차린다. ...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의 신호를 흘려듣도록 배워왔다. 그래서 계속 자리에 앉아 지금껏 하던 일을 계속한다. (80쪽)
여유, 나를 위해 쓰는 시간. 이것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생각의 전환, 습관의 전환은 내가 쓰는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 검색을 하고, 화면을 넘겨가며 기웃거리는 시간이 여유 시간의 대부분을 채워 버린다. 바깥으로 향한 주의와 관심을 거둬들일 틈이 없다. 거기에 인생에 대한 고찰, 자기 관리에 대한 고민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인생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여유도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 이 작은 책을 오래 읽었다. 책을 읽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마음이 바빠지니 자주 집어 들지를 못했다. 책이 이런 얘기를 한다. 아프지 않으려면 그저 우리 자신을 좀 더 사랑하면 된다고. 잠깐 잠깐 읽었던 책의 핵심 메시지가 나에게 깊이 박히지 않는다. 읽을 때만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이다. 매일 책을 읽어도 이런데, 어쩌다 한 페이지도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전환이란 게 생길 거라 기대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는 것을 내 안에 깊이 심어줄 시간이다. 움직여서 내 몸에 새길 시간이다.
한 사람의 전전두엽 피질에 새겨진 태도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이미 감정 및 신체적 반응과도 연동되었기에 정서적 부분들이 동시에 활성화되지 않는 한 교육, 지도, 설명 등 단순한 인지적 개입만으로는 지속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86쪽)
없는 시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낭비하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내 몸과 마음이 바뀌는 경험이 행복감, 자신감을 만든다. 오직 시간 투자를 해서, 조금 다른 노력을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경험하며 어? 도움이 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 과감히 행동에 옮기는 것만이 자꾸 이전의 틀로 돌아가려는 게으른 몸을 흔들어 깨우는 길이다. 그 시작은 책 한페이지를 읽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업무 외 시간에 자기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다음엔 꾸준히 해서 보람을 느끼면 된다.
앞으로 나를 좀 더 사랑하겠노라, 스스로를 소중히 대하겠노라 결심하는 문제를 두고 끝도 없이 토론을 펼칠 필요는 없다. 그렇게 결정하고 한 번이라도 시도해보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다. 그 결정은 오로지 당사자의 몫이다. (197쪽)
현실의 틀에 꼭 붙들려 살면서도 그런지 모르고 산다. 책을 읽지 않고, 누군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스스로 깨닫기 힘든 사실이다. 이 책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우선 내가 가진 잘못된 생각의 틀이 무엇인지부터 알려준다. 우리는 그 틀에 꼭 붙들려 살면서 그게 정상인줄 알지만 그 때문에 아프다. 문제는 아픈 줄도 모르고 산다는 것. 사랑하는 법마저 잊고 사는 우리에게 나와 타인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알려주는 책이다. 알아야 바꿀 방법을 찾는데, 책 한 페이지도 읽기 힘든 이들에겐 이것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제발 마음이라도 챙겨보기를.
어쩌면 임종의 순간에도
새로운 공간을 향해 유쾌히 뛰어갈 수 있으리라.
우리를 향한 인생의 부름은 영영 그치지 않을 테니.
자 그럼, 마음이여 잘 지내고 건강하여라!
_ (222쪽) (헤세의 시, <단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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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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