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계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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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18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글쓴이
- 김지수 외 1명
열림원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이 죽음을 앞두고 우리의 삶에 대한 자신의 지혜를 담담하게 전하는 책이다. 김지수 기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전달한 내용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될 것 같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처럼 이들의 만남은 가을 단풍, 겨울 산, 봄의 매화, 그리고 여름 신록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1년에 걸쳐 열여섯번 이어진다. 이 인터뷰에서 스승은 밤새 팔뚝씨름을 하며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남아 있는 세대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쏟아낸다.
코로나19로 주위에서 많은 죽음을 보게 되는 시기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제대로 된 작별을 못하기도 하고, 기저질환이란 이유로 죽음이 일방적으로 본인의 귀책사유로 매도되는 듯한 안타까운 모습을 목도하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발표하는 오늘은 몇 명이 사망했다고 뉴스에는 통계만 있을 뿐 소중한 하나하나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가족의 죽음일지라도 그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치환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스승은 암에 걸린 자신의 처지를 지금까지 철창 속에만 있던 호랑이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일로 비유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주는 느낌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스승은 여섯 살 때 처음 죽음을 느꼈다고 한다. 대낮에 굴렁쇠를 굴리며 놀다가 정오가 되었는데 그늘까지 다 사라진 정오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뭐든지 절정은 슬픈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준다. 정오는 그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생기는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인데, 정오의 순간에 문득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걸, 그게 대낮이라는 걸 알았다며, 죽음이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기자와 스승은 삶과 죽음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평상시에도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살아왔다는 스승은 죽음을 앞에 놓고도 이해되지 않는 부문에 대한 질문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죽음을 마주한 채 살아온 스승이기에 전할 수 있는 지혜들을 사랑, 과학, 종교, 꿈 등 다양한 주제들과 비유들을 동원해 우리에게 하나씩 풀어놓는다. 해박한 지식과 문제를 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는 “재앙이 아닌 삶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제자의 물음에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렇기에 스승은 우리에게 자신의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육체가 사라져도 말과 생각이 남게 되기 때문에 자신은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에 대한 글을 쓰고 말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작가인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다고 말에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에게 있어 죽음은 낭떠러지가 아니고 돌아가야 할 새로운 고향일 뿐이다.
우리는 유언으로 몇 마디 남기기도 힘든데 스승에게는 책 한 권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거쳐 하나하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의 깊이가 있으면서 폭도 넓은 사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이 책은 '음습하고 쾌쾌한 죽음을 한여름의 태양 아래로 가져와 빛으로 일광욕을 시켜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내가 곧 죽는다고 생각하면 코끝의 바람 한 줄기도 허투로 마실 수 없는 거라네. 그래서 사형수는 다 착하게 죽는 거야. 마지막이니까. (170쪽)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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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