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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글쓴이
한민 저
부키
평균
별점8.1 (37)
hisugi

 





 



겨울방학이 되면서 조카는 그동안 끊고 지내다시피 하던 만화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조카의 어깨너머로 '원피스'를 함께 보면서, 루피는 왜 그렇게 동료들을 모으며 해적왕이 되려고 하는 건지 궁금했고, 도저히 쓰러질 것 같지 않을 도플라밍고와 싸우면서 자신의 필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루피를 신기해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소싯적에 즐겨보던 드래곤볼도 손오공의 필살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강해졌고 적들의 레벨도 더 높아져만 갔다. 내가 일본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소년 만화영화(강백호,김전일,라이토,코난 이 자식들 잘 살고 있냐ㅋ)와 러브레터, 아무도 모른다 등의 영화가 전부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푹 빠졌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일상적인 호기심이 발동해서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서평단 선정이 되었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의 저자인 문화심리학자 한민 선생은 이 책을 통해 거듭거듭 밝힌다. 문화는 커다란 코끼리와 같아서 한 단면만 보고서 모든 것을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개인이 느끼는 한 나라의 문화는 마치 코끼리에 붙어 있는 개미가 느끼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코끼리의 코에 붙어 있는 개미가 코끼리가 거대한 뱀이라고 느끼거나, 항문 근처에만 머물러 있던 개미는 코끼리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큰 구멍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처럼 개인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들과 교류하며 지내기 때문에 자신이 들은 것이라 해도 충분히 편향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것들이 쌓이면 어떠한 문화에 대해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기게 된다. 내 경험이나 내가 아는 사람의 경험은 문화 전체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과 같은 책이 왜 필요한 거냐? 고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시원하게 답을 드리자면 이 책은 코끼리 전체를 보는 방법 즉, 문화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문화 전체를 이해하는 방법은 문화의 기능에 주목하는 것이다. 문화의 기능이란 그 문화가 일어나는 이유와 그 이유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우.파를 통해 센 언니가 주목받는 사회적 배경을 유추해 본다. 그에 더해 수다의 최고 재미는 비교가 아니겠는가. 한국 스우파의 센 언니에 대한 비교 대상은 일본의 귀여운 소녀들이다. 한국의 센 언니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일본의 귀여운 소녀들의 등장 이유는 여성이 약자라는 그들의 인식 때문인데 강자와 약자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에도 막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은 오이디푸스 신화의 부친 살해가 일어나지 않은 얼마 안 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근대의 시작점에 부친 살해에 해당하는 기존의 지배세력을 전복시키고 과거의 질서와 권위를 거부하는 단계가 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 기존의 지배계급이었고, 2차 세계대전 후 미 군정에 의해 사회 개혁이 이루어질 때에도 천황을 비롯한 기존의 권위는 그대로 유지됨으로 근대 이후 한 번도 기존의 권위를 타파하고 새 질서를 구축한 적이 없었다.



 



한국의 경우는 타인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경우이다. 일본에 의한 강제 합병 이후 기존의 권위와 질서는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근대 이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무력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진 자녀들은 새로운 아버지가 등장할 때마다 부당하게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한 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주체로 서기 위한 투쟁을 벌인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지배세력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고,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다 커서도 아버지의 권위에 의존하는 옆집 자식들은 자신의 앞날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의지를 갖기 힘들지 않을까. 스스로 바꾸어야 할 갈등이나 문제를 만나면 아버지의 등 뒤에 숨거나 자신의 내적 세계(히키코모리) 혹은 이세계(일본에서 인기몰이 중인 장르, 주인공이 갑자기 다른 세상에 떨어져 영웅이 된다)로 들어가 버리지는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는 나는 이미 선을 넘는 한국인 오지라퍼이다.



 



책 속의 내용을 맹신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다. 한국의 대인 관계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오지랖'인 것도 그랬다. 최근, 선을 넘는 오지랖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부면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옛이야기 '은혜 갚은 까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까치를 살려준 조상님으로부터 2001년 일본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이수현님,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치지 못하고 구호 활동을 하시는 분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하지 말라고 훈계하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러한 오지랖은 더 크게는 IMF 금 모으기, 태안 유조선 사고 수습, 코로나 사태에 의료인들의 자발적인 희생으로도 나타난다.



 



그렇다면 비교 대상인 일본은 어떨까. 선을 긋는 일본인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민폐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동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이슬람 무장 테러 단체 IS에 납치되어 살해당한 기자의 부모가 "제 자식 문제로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라는 인터뷰가 그 증거로 언급되는데 나 역시도 그 인터뷰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이 된 적은 없으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민폐를 끼쳐 죄송한 것이 자녀의 죽음보다 더 중한 일본인(아마, 모든 일본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도 선을 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탈아입구脫亞入歐' 사상인데,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주장으로 아시아 나라들은 미개하여 같이 지내봤자 득 될 것이 없으니 일본은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과 함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유럽과 함께 하고자 했던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세계를 분할 지배하겠다는 망상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했음에도 '탈아입구'사상은 일본의 대외 인식에 여전히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 사상은 일본의 문화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쳐 들장미소녀캔디, 베르사유의 장미, 건담, 진격의 거인(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하울의 성'도 마찬가지일듯.)까지 유럽인의 외모를 하고 유럽인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들은 일본인 그대로의 행동을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일본인들이 바라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가하면, 선을 넘는 것을 주제로 하는 일본 만화영화도 있다. '원피스'의 해적들은 전설의 보물을 찾아서 그랜드라인을 넘어 신세계로 항해한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유럽인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동경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선을 넘은 '원피스'의 해적들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벽을 찾는데 망망대해에서 그들을 보호해 줄 벽은 다름 아닌 '나카마'이다. 나카마란 일본 특유의 소집단 문화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동료'가 될 것이다. 바다 괴물과 싸우다 팔 하나 잘려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샹크스는 나카마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너 내 동료가 돼라!'하고 외치는 루피는 자신의 목숨엔 아랑곳없이 나카마에게 무서울 정도로 잘해준다.(집착한다!) 이 책에서는 원피스를 예로 들었지만 내가 보기엔 또 다른 만화영화 '나루토'를 관통하는 주제도 나카마의 중요성이다. 나루토는 나카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사스케는 나카마와의 유대를 끊으려 하기 때문에 빌런으로 취급받는다.



 



생각의 흐름대로 서평을 작성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자정까지의 기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책을 통해서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예를 들면 서두에 언급했던 일본 만화 주인공의 필살기는 왜 계속 업그레이드되는지, 일본에는 왜 변신물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문화적 이해에서도 통하는 불변의 법칙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일본 문화를 접하면서 '이게 뭐지?'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 이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뿐만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정, 드립 문화, 신명, 찢었다라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함께 얻었다.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한국인의 오지랖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 큰 이해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겠다는 결심도 굳혔다. 아마도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의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 책은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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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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