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서적

molemole
- 작성일
- 2022.2.20
용서하지 않을 권리
- 글쓴이
- 김태경 저
웨일북
읽으면서 참 마음이 무거워지고 괴로웠다. 빌린 책이 아니라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 이런 메모를 자주 남기게 되었다. '이런 말을 한다고?', '이런 경우가 있다고?' 싶어 황당하다는 뜻이다. 눈물(ㅜ.ㅜ) 표시도 종종 그렸다.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책이 나왔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런 황당함을 막고, 가슴 아픔을 함께 나누고 줄일 수 있기 위해서다.
범죄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는 분들은 아마 TV 화면을 통해 몇 번 뵌 적이 있을 것이다.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동부스마일센터(강력범죄피해자 전문심리지원기관)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신 김태경 교수님의 책이다. 범죄의 보도를 접하며 그 사건의 잔혹함에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 잊혀지거나 오인되고, 2차 피해까지 당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돕기 위해 쓰인 책이다. "인간은 선하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분명 선하다. 범죄 피해자의 경험에 귀 기울이려는 당신의 선한 의지에 경의를 표현다." 서문부터 감동 줄줄...
서문부터 사려깊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보통은 '사례 제공에 동의받았고 각색했다'라고 밝히기는 하는데 여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피해자에게 혹시나 누가 될까 무척 고심해서 수정을 거치셨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 누구의 사례도 아님과 동시에 모두의 사례가 되었기에 누군가는 자신의 사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밝히셨다. 충분히 이해가 갔고, 신중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을 어떻게 요약하고 요점을 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심하게 알면 좋을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피해자다움'에 관한 것부터, 주변으로부터 듣는 말과 상처, 재판 과정에 관한 것, 용서 및 합의와 관한 것...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아주 사려깊고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너무 앞서가지도, 함부로 조언하지도 않으면서도 차분히 기다려주며 필요할 때 들어주는 것. 그 세부 내용에 관한 것도 상세히 들어 있다.
여러 전문적 문헌들을 참고하였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일반화하지도 않으면서 발생 가능한 여러 경우들을 꼼꼼하게 언급하였다. 현장에서 만나온 여러 범죄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분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또한 그 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강한 치유 능력과 선함에 대해 믿게 되셨다고 하는 점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웠다. 피해자분들이 경험하는 아픈 상황에 공감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며 또 무거워진다. 나아지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아서 괴롭고, 나아지면 또 나아져서 괴로운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 통제감 회복을 위한 몸부림으로, 오히려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나날들. 꼭 범죄심리 관련 현장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심리 전문가들은 물론 알아야 하겠고, 이와 관련해 일반을 대상으로 한 심리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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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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