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zhshlu
- 작성일
- 2022.2.23
용서하지 않을 권리
- 글쓴이
- 김태경 저
웨일북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잠시 중단됐지만,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남편과 챙겨 보고 있다. 남편도 나도 이런 범죄물을 좋아하고(이런 표현조차 조심스럽다.) 즐겨 보는 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도 챙겨 보는 편이고, <마우스>, <보이스> 등등 멜로나 코믹물보다 이런 스릴러물을 선호한다. 왜일까?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기저 심리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 범죄들을 돌아보며 그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무엇 때문인지 등등 여러 가지로 알아두면 그런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흉악한 범죄가 나에게 일어날까 봐 두렵다. 문을 더 꼭꼭 잠그고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 하지만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범죄 피해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고로 우리 모두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렇게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피해자가 특수한 혹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가 아닌, 내가 될 수 있고 내 옆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렇기에 피해자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매번 욕하면서 본다.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걸까,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등등. 여기서 '저 사람'은 모두 가해자다. 범죄자들. 범죄자가 왜 저러는지는 궁금해하고 범죄자의 행동은 비난하고 했지만 정작 사건의 피해자는 어떤 상황인지, 어떤 마음인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범죄자의 잔혹성이나 엽기성에 기대에 기사가 양상 되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잔혹성에 무서워하며 기사들을 읽어나갈 뿐 남겨진 피해자들의 상황에는 무지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몇 해 전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 답지 않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피하재답다는 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더랬다. 이 책에도 그런 사례가 등장한다. 아니, 피해를 당하면 우울해하고 자학하며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 피해를 입으면 웃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그러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피해자답다는 게 뭐지? 정말 웃기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자 다움을 벗어나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그들은 이미 피해만으로도 힘들다고요!)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크게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피해자가 밝게 살아나가길 바란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그런 일을 겪고도 저렇게 사는 거 보면 독하다고 욕한다. 어쩌라는 건지. 이중잣대를 들이미는 무례한 이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렇게라도 작은 응원이 마음에 닿아 각자의 인생을 꿋꿋하게 채워나가시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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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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