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헷갈리기 쉬운 말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9.18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려 주어라.”
여러분도 잘 아는 동요 ‘퐁당퐁당’의 일부분입니다. 노래의 가사를 알려주는 블로그나 사이트를 보면, 이 가사의 ‘간지려’를 ‘간지러’로 써 놓은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지려’나 ‘간지러’는 모두 바른말이 될 수 없습니다.
우선 ‘간지려’는 ‘간지리다’를 활용한 꼴인데, 우리말에 ‘간지리다’는 없습니다.
‘간지러’ 역시 ‘간지다’라는 동사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글꼴인데, 그런 동사는 없습니다.
위의 가사가 나타내는 “살갗을 문지르거나 건드려 간지럽게 하다”를 뜻하는 말은 ‘간질이다’입니다. 따라서 위의 가사는 ‘간질여 주어라’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됩니다.
또 “확성기 틀어놓고 목청 터져라 외쳐 고개를 돌리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귀를 간지럽혀 저도 모르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게 홍보다”(서울신문 2009년 8월 6일) 따위 예문에서 보듯이 ‘간지럽히다’도 참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이 말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이때도 “귀를 간질여 저도 모르게”라고 써야 합니다.
이들 내용은 제가 책과 예전에도 얘기한 것이라 많은 분들이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적잖은 분들이 ‘가렵다’와 ‘간지럽다’를 구분해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가렵다’는
“피부에 긁고 싶은 느낌이 있다” 또는 “못 견딜 정도로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느낌이 있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발가락이 가렵다.
우리가 무릎에 놓인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는 것도 귀가 가렵거나 뭐가 들어갔을 때지 공연히 쑤셔 넣는 법은 없어요.
나는 입이 가려워서 그에게 다 말했다.
할 일이 없으면 몸이 가려워 못 견디어 보이던 아이였다.
등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사용례입니다.
이와 달리 ‘간지럽다’는
“무엇이 살에 닿아 가볍게 스칠 때처럼 견디기 어렵게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참고 견디기 어렵다” “몹시 어색하거나 거북하거나 더럽고 치사하여 마음에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겨드랑이에 손이 갈 때마다, 아기는 엄마의 손길이 간지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나는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웠지만 꾹 참았다.
낯이 간지럽다.
어찌나 아양을 떠는지 귀가 간지러워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따위처럼 쓰이지요.
두 말의 사전 풀이를 보면 그 의미가 비슷하면서 조금 다릅니다.
특히 “피부에 긁고 싶은 느낌이 있다”와 “무엇이 살에 닿아 가볍게 스칠 때처럼 견디기 어렵게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를 구분해 써야 합니다.
가려운 것은 “긁고 싶은 느낌을 받는 것”이고, 간지러운 것은 “자리자리한 느낌을 받는 것”이지요.
“날씨가 건조하면 간지럼증 때문에 고생이다”와 “날씨가 건조하면 가려움증 때문에 고생이다” 중 어느 표현이 자연스러운가요? 당연히 ‘가려움증’이지요.
또 가려운 곳을 긁어야 할까요? 아니면 간지러운 곳을 긁어야 할까요? 당연히 ‘가려운 곳’이지요.
즉 ‘가렵다’는 날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환경이나 신체의 어떤 반응·현상 때문에 긁고 싶은 충동이 일 때 쓰는 말이고, ‘간지럽다’는 어떤 물체가 몸에 닿아 찌르르한 느낌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3일 정도는 딸의 온몸에 각질이 일어나(아토피가 호전될 때 일어나는 각질반응) 무척 간지러워하였다고 한다.”(연합뉴스 2009년 9월 4일)
“간지러워 긁었더니 피딱지가 앉았어요.”(네이버 지식iN)
등의 ‘간지러워’는 ‘가려워’를 잘못 쓴 것입니다.
참, “간지러운 느낌”을 ‘간지름 태우다’처럼 쓰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요. ‘간지름’은 ‘간지럼’이 바른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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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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