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입니다
책읽는뇌
- 작성일
- 2022.3.17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글쓴이
- 질 볼트 테일러 저
윌북(willbook)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삶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서른일곱 살 때 뇌졸중을 겪는다.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4시간에 걸쳐 일어난 자신의 뇌졸중을 관찰할 수 있어서 매혹적이었다고 말하고 ‘뇌의 깊숙한 곳까지 다녀온 경험’으로 정리한다. 왼쪽 안구 뒤에서 뇌졸중이 일어났는데 이는 좌반구가 크게 손상된 것이다. 좌뇌의 시끄럽고 변덕스러운 마음이 잠잠해지면서 5주 동안 완벽히 고요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바깥 세계와 본인을 구분하여 독립적인 개체로 생각하는 수다스럽고 직선적으로 사고하는 좌뇌가 잠자게 되었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느낌, 본인의 영혼이 거대하고 광활하게 날아오르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좌뇌의 사고 및 감정 세포들과 차단당하여 언어를 잃고 타인과 소통할 능력을 잃었다. 타인의 존재를 인지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 경험을 살려 첫 번째 책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펴냈고 TED 강연으로 대중에 널리 전해진다.
뇌졸중을 겪은 저자는 우리에게 감정 회로망을 선택해서 끄고 켤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뇌 속의 다양한 세포 집단, 그것들이 조직되는 방법, 또 서로 다른 신경 회로들이 작동하는 원리와 그 느낌을 잘 알수록 우리는 뉴런 연결망을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뇌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뇌과학 관련 책을 읽는 이유도 아마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데 그것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일한 하나의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책에서는 우리의 뇌를 양측 반구 및 네 가지 캐릭터로 나누어 각각의 해부 구조와 심리를 설명한다. 캐릭터 1은 좌뇌 사고형으로 철두철미하고 목적과 의도에 의해 정리하고 분류하며 외모를 단정하게 하며 권위를 중시한다. 세부 사항에 신경 쓰고 방어적인 캐릭터이다. 캐릭터 2는 좌뇌 감정형이다. 캐릭터 2가 뇌를 지배하게 될 때 우리는 분노하고 욕한다. 우뇌에 말을 걸어 타인을 속인다. 한편 죄책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끼며 조건적 사랑을 베푼다. 불안하고 징징거리며 자기중심적 성향을 보인다. 우뇌 감정형 캐릭터 3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존재의 흐름 속에 있다고 인식하며 거시적으로 위험 요소를 판단한다. 타인의 신체 언어를 읽고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우뇌 캐릭터 3의 역할이다. 현재의 순간을 중시하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기에 용서하고 공감한다. 경외감이나 즐거움, 기쁨을 원하고 희망적이다. 마지막 캐릭터 4는 우뇌 사고형으로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의식으로 뇌와 신체의 신경이 미처 여물기 전부터 존재한다. 유아의 뇌가 자기 신체의 경계를 인지하기 한참 전부터 존재하며 다소 장황한 표현이긴 하지만 인간이라면 모두 공유하는 우주의 에너지적 의식이 깃들어 있다.
네 가지 캐릭터 간 소통을 두뇌 회담이라 할 때 건강한 뇌는 이 회담의 성공에 달려 있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뇌의 집합으로 구성되며, 건강한 뇌는 서로 소통하는 건강한 세포로 구성된다. 삶이 망가진 형태의 하나의 예로 알코올이나 마약 등 중독을 들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선천적으로 잘 중독되는 경향이 있는 뇌는 현실과 단절될수록, 중독이 심할수록 뇌세폰 간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가 되며 생각과 감정은 굳어진다. 저자는 중독과 회복 역시 네 가지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해 살펴본다.
책은 총 3부인데 1부에서 2부까지는 네 가지 캐릭터를 상세히 살펴보고 마지막 3부는 삶의 여러 장면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설명한다. 3부는 건강과 질병의 차원에서 신체를 다루는 방법, 인간관계, 연애관계, 중독 등을 통해 각 캐릭터가 어떻게 우리를 장악하고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줄곧 우리가 자신의 힘을 완전히 소유하고 최고의 삶, 전뇌적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파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이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에 의존하고 있음을 깨달으면 뇌는 복잡하게 짜인 세포 집단이며 감정과 체험적 느낌과 생각과 행동이 그저 회로망 세포의 작동일 뿐이라는 생각을 더 의식하게 된다고 한다. 기쁨이나 비참함은 뇌의 배선 탓이다. 우리는 어떤 회로망을 얼마나 작동시킬지 어떤 느낌을 가질지 선택할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명상이나 참선 등에서도 비슷한 표현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보통 뇌는 90초가 지나면 나를 장악한 감정이 발현되어 사라진다고 한다. 사고능력을 가진 감정형 생명체인 우리는 외부 자극에 따라 뇌 속에 배선된 회로가 작동할 때 이 회로가 통제를 벗어나 날뛰기 전에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생리적 반응이 신체를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새로운 행동은 뇌에 대하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실천할 때 뇌세포에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
저자는 열여덟 살 때 목사인 아버지가 준 마이어스 브릭스 검사(MBTI)를 했는데 INTJ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반에서 제일 웃기는 사람으로 뽑혔을 정도였기에 마이어스 브릭스 검사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는 평생 해부학적으로 더 정확한 심리 유형 체계를 찾아내는 일에 매달리게 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MBTI의 이상한 탄생과 결함을 분석한 메르베 엠레의 <성격을 팝니다>를 미리 접한 탓에 MBTI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 행동과학, 후생생물학 등을 다룬 책이 나를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 동시에 읽고 있는 윌 스토의 <셀피>를 보면 ‘자아’라는 개념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백사장 위 모래성 같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면 이번 책 <나를 알고 싶을 때는 뇌과학을 공부합니다>는 그런 연약한 자아라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뇌라는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네 가지 캐릭터로 구성된 뇌를 통해 스스로가 표현되고 작동하는 원리를 더 알수록 통제 불가능하고 때때로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나’라는 존재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3인칭으로 관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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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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