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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e0602
- 작성일
- 2022.3.21
심미안 수업
- 글쓴이
- 윤광준 저
지와인
"심미안 수업" 이란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삶이 이토록 거친 것은 무엇이 아름다운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그렇게 강렬한 이끌림과 호기심으로 작가의 수업을 빠져들듯 읽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생활과 직장에 쫒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생각하고 바라봄에 따라 순간순간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고, 그 즐거움에 빠질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뿐.
작가는 우리 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가장 가까운 대상을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다섯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 미술, 이제 미술은 우리의 생활 그 어디서도 함께하는 대상이 되었다. 어려운 예술의 하나라고만 생각하던 미술이 우리 일상 깊숙히 들어와 거리, 사무실, 집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전시회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여행을 할때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을 가보곤 했지만 그 또한 관광의 일부분이지 작품을 보기 위해 설레이며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가가 언급한 미술 작가와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니 정말로 수업을 듣는것 처럼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샤토 무똥 로칠드의 와인 라벨을 다시한번 찾아서 보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할때 몇몇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기절을 했다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레드'도 경이로운 맘으로 찾아보면서 예술의 세계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이제 스쳐지나가는 예술 작품을 한번 더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볼 것 같고, 여유있는 시간 가까운 곳의 미술 전시회도 가서 그림과 조금 더 친해지는 그런 더 여유있는 내가 되고 싶다.
두번째 음악, 음악은 다섯 항목 중 그래도 가장 나에게 친숙했다. 산책을 할때, 식사를 할때, 책을 읽을때, 와인을 마실때.... 나는 늘 그 때 그 때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들었다.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다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음악이 가진 힘이란걸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었는데, 클래식 음악을 예를 들면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했냐에 따라 그 음악이 다르다는 것이다. 책에 언급된 비발디의 '사계'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여러 버젼으로 들어보았다. 여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버젼의 음악을 들어보는 일은 내가 '심미안 수업'을 읽지 않았다면 미쳐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느끼는 힘이 아는 것의 힘보다 얼마나 강렬한지 작가는 참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세번째 건축, 세상에서 제일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 집을 짓고 건물을 짓는 일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 오랜 옛날에 만리장성을 쌓고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이나 파리의 베리사유 궁전같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유명 관광지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 이외에도 우리 주위에 아름다운 건물들, 우연히 지나다 만나게되는 이쁜 가게들 등 우리가 사는 매 순간 우리는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볼 여유가 없었을 뿐...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일이 바로 건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제 걸어다니며 만나는 건축물들을 조금더 자세히 조금더 사랑스럽게 바라봐야겠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노력과 생각들이 담겨 있을까...
네번째 사진, 핸드폰이 생겨나오기 이전에 우리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필름 인화를 맡기고 사진이 나오기까지 설레이며 기다렸던 그런 기억이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카메라 못지않는 성능의 사진기를 대신하고 있지만... 가끔 고급 카메라로 담긴 사진 작품을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진은 어쩌면 우리도 늘 일상에서 하고 있는 부분이라 예술로는 오히려 더 멀어졌던 분야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시간과 경험이 될 것이다. 작가가 알려주는 좋은 팁은 사진을 찍던 사람이 존재했던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 시간대의 시선을 내 눈에 장착하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새로운 감흥이 올라온다고 한다. 하찮아 보이고 유명하지 않아도 제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 그리고 작가의 관점이 분명한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책을 읽고 작가가 언급한 사진작가 윤길중, 강운구,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작품을 찾아보면서 그들의 사진을 감상하였다. 예전같으면 그냥 무심코 넘어갔을 사진들이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다섯번째 디자인, 우리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함께 하는 영역이라 그 어떤 것보다 친근한 파트가 디자인 아닐까. 같은 물건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그 감동은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가 눈떠서 잠들때가지 우리 일상을 함께하는 모든 것들에 디자인이 빠져있는 것이 있을까... "산다는 것은 매일을 사는데 필요한 물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 작가의 이 표현이 나는 그 어떤 디자인에 대한 정의보다 와닿았다. 소유에서 만족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유가 목적이 되면 계속 결핍감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이 아름다우면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예술의 일상화란 매일 먹는 끼니의 그릇을 더 아름다운 것으로 놓고, 들리는 음악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채우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좋으나, 그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선별의 기준을 갖게 되면 그것이 곧 심미안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미안, 좋은 것을 보고 느낄 줄 아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 매일 매일 더 자세히 바라보고 더 아름답게 생각하고 즐기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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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