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3nia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구의 증명
글쓴이
최진영 저
은행나무
평균
별점8.8 (130)
in3nia

그 사람을 알기 전에 다른 사람을 통해 선입견을 먼저 갖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 형성되는 선입견은 대부분 안 좋은 면으로, 문학에서 형성되는 선입견은 대부분 좋은 면으로 머리에 인식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력봉사를 위한 책으로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 <잊지 않음>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는데 최진영 작가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다시 멈추었고 <구의 증명>을 구입하게 되었다. 대출이 아니라 구입이다. 작가들은 모를 거다. 나에게 구입이 어떤 의미인지.

최진영은 내게 뜨거운 감자 한 알을 손에 쥐고 미소 지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쥐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 저글링이나 하는 나와 다르게 그녀는 손바닥 피부가 다 벗겨질 때까지 그것을 움켜쥐고 가만히 견디는 사람이다. 나는 내 상상 속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못 견디게 좋았다. - <잊지 않음, p42>

한 끼를 때우는 일은 부차적인 일이고 우울해도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우울에 익숙해진 사람임을 알지 못했더라면 이 소설을 읽으며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 같다. 박민정 작가의 말처럼, 나라면 저글링이나 하고 있을 그런 얘기를 가만히 쥐고 있다. 뜨겁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건 부차적인 일이라는 듯, 쥐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연인들이 있다는 걸 최진영 작가는 알고 있어서다. 서로를 먹는 것 외엔 사랑할 다른 방법이 없는 연인들.

작가는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이 소설에 비하면 아프지 않은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랑을 했던 나는 아픈 사람과 아픈 사랑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런 소설을 절대 써볼 수 없음에 나를 비껴간 불행들을 원망해야 하는가. 사람을 먹을 일이 없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읽고 또 읽는다.

이 책이라도 먹겠다는 심정으로.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in3nia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3.1.2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1.25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3.1.2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1.25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3.1.2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1.25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6
    좋아요
    댓글
    211
    작성일
    2025.5.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1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