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4.3
다정소감
- 글쓴이
- 김혼비 저
안온북스
『아무튼 술』로 이미 그녀의 팬이 될 수 있을 거라 예감한 와중에 읽은 『전국축제자랑』은 급기야 작년에 내가 고른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되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15688212). 그리고 이 산문집을 읽는다.
제목을 보고 우선 드는 생각은 김혼비라는 작가가 ‘다정’했나? 그녀의 글에서 기대하는 게 그런 거였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거였다.
김혼비 작가 글의 매력은 조금 뾰족한 데 있다 생각했다. 큰 생채기가 날 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지만 멍하게 있다가 콕 찔리면 정신이 화들짝 들 정도의 느낌은 주는, 기분 나쁘지 않은 아픔. 그런 게 다정함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그럼 이 산문집에서도 작가의 다른 면을 보여줄려나?
하지만 이 산문집에서도 김혼비 작가의 뾰족함은 여전하다. 축구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을 집주인과 잘 싸울 수 있게 되었다는 답변이나, 솔직함을 가장한 위악보다는 가식이라도 위선이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나, 꼰대가 안 되겠다며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으면서 대신 충고도 듣지 않는 ‘찐꼰대’에 대한 얘기나, 사람을 아프게 하는 표현들에 대한 거부나, 여성을 옥죄는 명절의 제사에 대한 다소 과격한, 그러나 공감 가는 공격이나. 그런 것들은 허벅지를 꼬집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심장을 콕 찌르기도 한다. 그 느낌은 나쁜 게 아니다. 그동안 생각해오지 못했던 것들, 혹은 생각은 했지만 어중간하게 타협해오던 것들이었다. 김혼비 작가의 생각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에 무신경하던 나에 대한 ‘바늘’이다.
그런데 그런 뾰족함 너머로 희한하게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싫은 소리를 하지만, 그게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거란 걸 알고, 남의 의견을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들어줄 것 같고, 그러다가 헛소리에는 심하게 혼내줄 것 같고. 추천사를 쓴 김소영 작가가 그랬듯 보지는 못했지만 친구 같은 느낌(물론 내가 김혼비 작가의 친구가 되자고 한다면 화들짝 놀랄 것이다). ‘다정’은 그래서 이해가 간다. 작가가 만는 사람마다, 경험한 상황마다, 여기에 옮겨놓은 이야기마다, 쓰지 못한 이야기마다, 모두 사연이 있고, 거기에는 ‘다정’이 있다. 뻔하지 않은.
그런 게 재치 넘치는 단어와 문장에 묻어난다. 나는 김혼비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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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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