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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북
- 작성일
- 2022.4.6
지하로부터의 수기
- 글쓴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은둔형 외톨이, 아웃사이더 라고 하나요. 사회와 격리되고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소설로 실존주의 소설로 일컬어지는 작품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중 그의 작품이 많이 있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구입해 읽고 있는 작품입니다. 지하 생활자의 자아와 타인에 대한 지나치게 예민한 의식의 당연한 결과로 초래되는 비극은 그의 인간으로서의 고독을 말합니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지하 생활자는 타인을 진실로 이해하거나 사랑할 수도 없으며 자신을 이해하거나 사랑하는 타인을 갖지도 못하게 됩니다.
지하 생활자의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간 원인은 그가 책을 너무 많이 읽었으며 따라서 생각하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입니다. 독서로 인해 자신의 실제의 삶을 망친 더 큰 이유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데 있습니다. 현실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책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고 했던 지하 생활자는 이로 인해 현실과 더 큰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삶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더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으로 생기는 열등감, 열등 의식이 우연히 어깨를 부딪친 장교로부터 자신의 키가 장교보다 작고 나약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나로 말하자면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나는 곱사등이나 난쟁이처럼 의심이 많고 성을 잘 낸다. 그러나 정말로 나에게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 내 뺨을 때리는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도 나는 심지어 이것을 기뻐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말하는 거다. 아마도 나는 이때 내 특유의 쾌락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물론 절망의 쾌락을 말한다. ---p.17
쥐 내면에서 증오감 같은 것은 아마도 자연과 진실의 인간보다 더욱더 깊이 쌓이게 돌 것이다. 모욕을 준 이에세 이와 같은 증오심으로 복수하려는 혐오스럽고 저열한 욕구는 아마도 그 자연과 진실의 인간보다 이 쥐 내부에서 더욱더 추악하게 용솟음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자연과 진실의 인간은 자신의 타고난 우둔함 때문에 아주 단순하게 자신의 복수를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쥐는 자신의 날카로운 의식의 결과로 이런 경우 정당성을 부여한다. ---p.21
하지만 이 역설주의자의 <수기>는 이곳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그는 참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곳에서 중지해도 될 것처럼 보인다.---p197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 에서는 그가 이십 대에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줍니다. 한 장교와 당구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장교는 길을 막고 있는 그를 물건처럼 집어 들어 옆에다 내려놓은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갈 길을 가버리고 주인공은 이 일로 크나큰 치욕을 느끼고 장교에게 복수할 궁리를 시작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냥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를 비방하는 소설도 쓰고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도 쓰지만, 둘 다 거기서 그칩니다.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는 어이가 없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교류가 없었던 동창생들이 환송회를 연다고 하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모임에 왜 나갔어야 했는지 그것도 돈까지 빌려 가며 부득부득 그 자리에 나갑니다. 자리가 당연히 어색했을 것이고 모임에서는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행동만 할 뿐이다. 주인공은 그들을 쫓아 유곽에까지 따라가는데, 거기서 리자라는 매춘부를 만납니다.
무슨 말을 해도 뚱한 반응을 보이는 리자의 태도에 주인공은 약이 올라, 그녀의 미래에 대해 온갖 잔인한 말을 퍼부어 그녀를 울리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이나 리자가 찾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하인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바로 그 순간에 리자가 그를 방문한다. 그녀가 그런 모습을 목격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녀를 또 증오하게 됩니다. 지하 생활자는 수기를 쓰는 내내 매우 불쾌한 느낌으로 회상하며 본인이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수기는 문학이 아니라 교화시키기 위한 처벌이며 결국 구석에서의 도덕적 타락과 적당한 환경의 결핍, 살아 있는 것들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지하에서의 자신의 과장된 악의 때문에 인생을 소진했는가에 관한 생각을 합니다.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자신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어쩌면 삶으로부터 모두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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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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