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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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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지음 / 열림원



 



암을 앓으면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에 깨달음을 마지막까지 전해준 선생의 대화에 감탄과 뭉클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선생은 단순히 이런 감정만 느끼라고 마지막 대화를 남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23




그가 받아낸 전리품을 아낌없이 독자에게 더 전해주었다.



 



 



그의 전리품은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과학적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이야기를 건드려 주었다.



선생이 말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하루아침에 알게 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생에 걸쳐 자기 삶에서 알게 된 깨달음이었다.



 



 




여섯 살 때 일이야. 애들은 개구리 잡으러 가고 참새 잡으러 가는데 나는 혼자서 대낮에 굴렁쇠를 굴리며 놀았다네. 보리밭 오솔길에서 굴렁쇠를 굴리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 여섯 살짜리 아이가 죽음을 느낀 거야. 그늘도 다 사라진 정오였네. 한낮이 되면 그림자가 싹 사라지잖아.”



존재의 정상이잖아. 뭐든지 절정은 슬픈 거야.



정오가 지나면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생긴다네.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지. 나는 알았던 거야.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걸. 그게 대낮이라는 걸.” 57




 



절정의 순간이 죽음이라는 것을 어린 여섯 살에 깨닫고 당신의 죽음이 싹터서 평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는 선생의 말은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모든 것이 끝나서 암울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려 두려움이 죽음이라 생각했는데 최고의 순간이 죽음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가 죽이라고 하니 경이로운 것 같으면서도 죽음이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죽음에 관한 생각을 달리 가지게 했다.



 




우리가 감쪽같이 덮어둔 것, 그건 죽음이라네. 모두가 죽네. 나도 자네도.”



우리가 진짜 살고자 한다면 죽음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와야 한다네. 옛날엔 묘지도 집 가까이 있었어. 역설적으로 죽음이 우리 일상속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었던 거야. 신기하지 않나? 죽음의 흔적을 없애면 생명의 감각도 희미해져.”



현대는 죽음이 죽어버린 시대라네. 그래서 코로나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거야. 팬데믹 앞에서 깨달은 거지. 죽음이 코앞에 있다는 걸.” 70~71




 



삶은 자체가 죽음이다. 모두가 죽으니까. 그 옛날에는 삶 속에서 죽음이 늘 존재한다는 것을 늘 인지하고 살았다. 노상 보니까. 하지만 현대는 죽음을 지워버리고 죽음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산다 생각하지만 죽음을 잊으므로 생명의 감각까지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죽음이 우리 곁에, 우리 일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우리의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인이 외면했던 죽음을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언제나 죽을 수 있는 연약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마스크 한 장, 그게 생명이었어. 전 인류가 죽음을 잊고 돈, 놀이, 관능적인 감각에만 빠져 있다가, 퍼뜩 정신이 든 거야. 자기 호주머니 속에 덮여 있던 유리그릇 같던 주검을 발견한 거야.” 72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애야, 밥 먹어라.’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중략). 이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명령이지. 어릴 때 엄마는 밥이고 품이고 생명이잖아. 인제 그만 놀고 생명으로 오라는 부름이야. 그렇게 보면 죽음이 또 하나의 생명이지. 어머니 곁, 원래 있던 모태로의 귀환이니까.” 156



“5월의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이지. 장미밭 한복판에 죽음이 있어. 세계의 한복판에. 생의 가장 화려한 한가운데.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야. 고향이지.”157




 



선생이 말하는 죽음은 참 아름답다. 엄마의 품, 장미밭 한복판, 생의 가장 화려한 가운데, 고향. 어둠이 아니라 빛.



그동안 가졌던 죽음에 대한 어두운 생각을 뒤집어 놓는 말들이었다. 진정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로써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 당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아름답게 받아드리는 모습이 정말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죽음이 아름다우니 죽음에게로 당장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죽음에 갈 테니.



그가 죽음을 절정, 아름다움이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생명, 삶을 귀하게 얘기라고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넌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167




 



인터뷰한 저자도 선생의 질문에 뜨끔 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난 존재했나? 나답게 세상에 존재했나? 나만의 이야기로 존재했나?



나의 마지막에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답할 수 있을까?



망각했던 죽음에 들켜 불안해하다 정오의 태양 아래 사라져버리는 그림자가 되지 않을까?



결국 죽음은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존재시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의 신념대로 살지 마라.



방황하라.



잃은 양이 돼라.” 177



 



세상은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178~179



 



한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로 살게” 180



 




죽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지금 나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의식주에 얽매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도 자기 무늬로 즐겁게 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하라는 대로 공부하고, 일하고, 돈을 벌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즐겁게 하는 삶은 분명 아니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삶은 무엇일까? 가난해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가다 보니. 어린 시절 내가 좋아서 했던 것이 무엇인지 망각해버렸다. 우리가 잊고 있던 속에 진실이 있다(72)고 했다.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려 그 진실을 찾아야 한다. 아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오랜 시간 잊고 있다 보니 진실을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떠올릴 것이다. 찾아낼 것이다. 그래야 내가 죽음 앞에서 나는 존재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어령 선생님이 다독다독 달래주기도 하다, 어떤 때는 따끔하게 혼내주는 것 같았다. 은유와 비유로 설명하는 그의 철학을 다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알려주려고 애쓰는 마음은 그대로 느껴졌다.



 우리에게 이런 참 스승이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했다.



비록 이제는 영의 세계로 스승은 떠났지만, 마지막 그의 말은 글이 되어 오래도록 우리가 스스로 진실, 보물을 찾도록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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