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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22.4.8
을밀 1
- 글쓴이
- 김이령 저
파란 (파란미디어)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권력 투쟁기. 아마도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그렇지 않을까.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고구려의 공주인 안학은 상의를 벗은 채 목욕을 하던 한 남자를 만난다. 선녀와 나무꾼의 고구려 버전인가. 원래가 당돌한 안학은 그를 빤히 쳐다보게 되는데 그게 또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정석이겠지. 그렇게 이 둘이 앞으로 맺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그 길에는 쉬운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사냥대회를 열고 자신이 믿고 의지할 무장을 찾는 고구려의 태자 흥안. 그는 이 대회를 통해서 태루와 밀을 얻게 된다. 비슷한 연배의 그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친한 벗이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안학이 있다. 안학은 처음 보았던 그가 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까지 그를 만나려고 한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태루. 서로가 서로를 향해서 앞으로 나란히만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설정이다. 그래야만 이야기가 진행이 될테니 말이다.
저 흰 꼭대기에 큰 호수가 있어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합니다.
143p
그런가 하면 여기 밀을 좋아하는 또 한 여자가 있다. 애노다. 모든 남자가 다 좋아하지만 특별히 마음을 주지 않았던 그녀는 기필코 결단코 자신이 가질수 없음을 알고도 밀을 따라 다닌다. 전장에 나갈 만큼. 결국은 포기하게 되지만. 흥안은 밀과 백제로 밀행을 나갔다가 구슬아씨 주를 만난다. 그녀 또한 밀을 처음에는 좋아했지만 곧 흥안에게로 빠져든다.
사랑이야기만 있으면 심심하니 여기에 역사적인 이야기를 잔뜩 뿌려놓았다. 고구려가 백제를 침략하고 위로 더 뻗어가는 것을 구상하던 시기. 만약 삼국시대에 고구려가 이 나라를 통일했더라면 우리는 중국땅까지 모두 우리나라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었을가. 그랬다면 우리는 또 지금과 다른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까.
고구려의 이야기가 깃든 별들이 보이는 하늘이 고구려의 하늘이오. 백제 사람들은 백제의 이야기가 깃든 별들로 백제의 하늘을 볼 수 있지.
315p
역사 뿐 아니라 권력다툼도 주요한 이야기의 한 맥락이다. 태루의 할아버지인 불해. 그는 일찌기 자신의 욕망과 사욕을 위해서 모두를 반역자로 만들어 버린 일이 있다. 그 일에 휘말려 죽음을 당한 것이 바로 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다. 자신도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할뻔 했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온 가족의 생명을 단 하나의 목숨으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았던 목숨이었다. 성도 없이 밀이라는 이름만으로 살아가던 그런 사람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떳떳한 사람이 되어 공주의 부마가 되고자 한다. 그가 비밀을 밝히는 순간 모든 것은 다 마무리가 될까 아니면 다시 한번 소용돌이 속에 말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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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