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문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2.4.10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글쓴이
- 신미경 저
상상출판
에세이라고 해서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또 에세이라서 다른 장르의 글보다는 조금 더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요즘처럼 에세이스트라고 자칭타칭 이르는 시절이 일찍이 없었던 것도 같고(내가 앞선 모든 시대를 다 살아본 것도 앞서 나온 에세이들을 모조리 읽어 본 것도 아니라 함부로 말해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워낙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에세이라는 게 아무나 쓸 수 있을 것 같아도 아무나 좋은 글을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읽을 때마다 이 생각을 곱씹고 있는 나도 참 한결같이 둔하다.
에세이는 자신을 소재로 쓰는 글. 그래서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쓴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인지 등등. 또 작가가 쓴 내용을 바탕으로 읽고 있는 자신의 사정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도 생긴다. 비슷한 점, 다른 점, 배우고 싶은 점, 나무라고 싶은 점 등.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이 작가, 스스로를 퍽 사랑하는구나, 이만큼 사랑하고 있으면서 더 아끼고 사랑하려고 글을 쓰고 있구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을.
작가는 자신이 말하는 최소 취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그렇게 익힌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 근사해 보인다. 근사해 보인다는 건 부러운 면이 있다는 것이고 내 쪽에서 어느 정도 따라 하고 싶은 것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작가가 풀어 놓은 글에서의 모습이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자랑으로 읽힐 때도 있고 자부심이나 사명감을 늘어 놓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렇게 잘 하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제는 사는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내 진심이 가서 닿는다면 이렇게 해 보시라 당부도 하고 싶다...'와 같은 말들도 들려 오고.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말이리라.
TMI. 너무 몰라도 너무 많이 알아도 피곤해진다. 나는 이쯤해서 이 피곤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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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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